신봉승 작가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명성
“드라마를 쓰는 일보다 사료를 살피는 일이 더 고달팠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등불이 됐다.”(<방송작가> 2014년 6월호’)
<조선왕조 500년> <한명회> <사모곡>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정통 사극을 집필하며 역사드라마를 대중화시킨 작가 신봉승씨가 19일 오전 9시40분 성남 분당 자택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3.
고인은 1960년 <현대문학>에서 시·문학평론을 동시 추천받아 등단한 뒤 시, 소설, 평론, 시나리오(영화·드라마)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한국문학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81년 <교동 마님>을 시작으로 약 8년간 ‘조선왕조 500년’(문화방송)을 집필하며 정통 사극의 대가로 떠올랐다. ‘조선왕조 500년’은 83년 3월31일 <추동궁 마마>편부터 90년 12월23일 <대원군>편까지 총 11편의 시리즈로 방영됐다.
퓨전사극에 대한 허구와 사실 논란이 일면서 최근 고인의 정통 사극에 대한 사명감이 다시 회자됐다. 그는 ‘방송작가’에서 “정사 사료에 몰두하려고 한자로 된 <조선왕조실록> 원전을 해석하고”, “한학에 정통한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내용을 숙지했다”면서 이런 노력으로 “내 역사 드라마가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빈자리가 크다.
고인은 33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사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연산군시집> <왕을 만든 여자> 등 1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대종상·청룡상 심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 부인 남옥각씨와 아들 종우(사업), 딸 소영·소정씨, 사위 공헌주(신경외과 전문의)·한규영(에이엔디코리 대표)씨, 며느리 조주연(정신과 전문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다. (02)3410-6917.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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