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성은 “가장 몸매가 좋은 ‘헤드윅’”으로 꼽힌다. 남자다운 외모에서 어쩜 저런 연기가 나올까 싶은데 “엄마 친구들이 엄마와 똑같다고 한다”며 웃는다. 손에는 ‘헤드윅’을 상징하는 네일을 했다. 정문성이 7일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뮤지컬 ‘헤드윅’ 정문성 인터뷰
캐스팅 전화 받자마자 즉석 수락
3월부터 공연하며 ‘문드윅’ 명성
몸무게 3㎏ 빠질 정도로 힘들지만
“헤드윅을 50살까지 하고 싶어요”
캐스팅 전화 받자마자 즉석 수락
3월부터 공연하며 ‘문드윅’ 명성
몸무게 3㎏ 빠질 정도로 힘들지만
“헤드윅을 50살까지 하고 싶어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녹화 끝나고 녹초가 되어 집에 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어요. 눈이 번쩍 떠지더라고요. 바로 ‘하겠습니다’ 대답했죠.” 배우 정문성이 “너무 쉽게 오케이”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헤드윅>은 나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저 역할을 저 사람보다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은 영화 <헤드윅>이 처음이었어요.” <헤드윅>의 뮤지컬 버전이 있다는 걸 알고 2008년께 지원했다가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단다. “사진 첨부가 안 됐대요. 하하.” 이후 “공개 오디션이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공연은 아닌가보다 낙담했다”고 한다. 오랜 동안 손에 잡히지 않던 ‘헤드윅’이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과 행복을 느낀다”는 정문성을 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정문성은 3월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헤드윅>에 처음 출연해 조승우, 조정석, 윤도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문드윅’이라 불리며 <헤드윅>의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다. 밴드가 공연하는 형식인 <헤드윅>은 배우마다 보는 재미가 다르다. 조승우는 베테랑답게 다양한 즉흥대사로 웃음보를 터뜨리는 노련함이 돋보이고, 정문성은 기본에 충실하다. ‘헤드윅’의 정석으로, 인물의 내면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고 평가받는다. “처음이니까 대본에 충실하면서, ‘헤드윅’의 인생을 한명에게라도 더 이해시키는 데 방점을 뒀다”고 한다. 반응도 좋다. 처음엔 토요일 주 1회 무대에서 섰는데, 최근에는 금·토 주 2회로 늘었다.
연기 의욕을 부추기는 데다, 팬덤을 형성하기 좋아 많은 남자 배우들이 원하지만, 그만큼 힘들다. 보컬인 ‘헤드윅’이 거의 혼자서 2시간 넘는 공연을 끌어간다. 노래에 관객과 호흡도 맞추면서 다양한 ‘쇼’를 보여줘야 한다. “공연이 끝나면 낙지가 돼요. <헤드윅> 이후 말라가고 있어요.” 3㎏이 빠졌다는 그는 기자의 팔뚝보다 더 얇은 다리를 쭉 폈다. 여장도 처음엔 불편했다. “한시간 화장하고 공연 중에 가발도 여러번 바꾸고. 하이힐 때문에 물집이 생기고 발가락도 다 까지고.”
‘엄살’은 부리는데 얼굴은 웃고 있다. 여장은 처음이지만 2007년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이후 연기 의욕을 부추기는 작품만 골라 출연해왔다. 연극 <두근두근 내인생>에서는 17살 나이에 80살 육체를 가진 선천성 조로증 소년을 연기했고, 연극 <스피킹 인 텅스>에서는 1인 3역을 했다. 스스로도 “작품 선택 기준이 뻔하거나 쉬운 역할이 아니어야 한다”고 했다. “어려운 연기가 좋아요. 끊임없이 힘들게 노력하는 역할을 좋아해요.”
우리 나이로 36살. 데뷔 9년차. 설경구, 황정민 등을 배출한 ‘지하철 1호선’으로 호평받으며 <빨래> 등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누벼왔다. “데뷔 때는 10년 뒤엔 대한민국에서 연기 대장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10년으로는 부족한가 보다”고 자신을 낮추지만, 내년 3월까지 공연과 드라마 일정이 꽉 찼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다음으로 데려가 주더라”는 그를 <헤드윅>은 어떤 곳으로 데려가 줄까. “다른 건 모르겠지만, <헤드윅>을 50살까지 하고 싶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뮤지컬 ‘헤드윅’의 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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