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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뮤지컬 팬덤, 어디까지 가봤니

등록 2016-04-0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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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성지순례’ 장소들
“대체, 홍광호가 누구야?” 2013년 홍광호가 뮤지컬 배우로는 처음으로 체육관에서 개인 콘서트를 열었을 때 가요계의 반응은 이랬다고 한다. 당시 가수들을 제치고 콘서트 예매율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뮤지컬계 안에서도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뮤지컬 배우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활약해 뮤지컬을 안 보는 이들도 아는 조승우, 조정석뿐만 아니라 뮤지컬만 하면서도 거대한 팬덤을 형성한 스타들이 많다. 류정한, 홍광호, 마이클 리, 김준현 등 한 손으로 셀 수 없다. 남자 배우들이 중심이지만 김선영, 조정은 등 여자 배우들의 팬덤도 만만치 않다. 공연기획사 설앤컴퍼니 노민지 과장은 “조승우와 류정한이 배우 팬덤을 형성한 1세대라면, 2013년 홍광호가 단독 콘서트를 하면서 뮤지컬 팬덤이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3500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10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장의 성장이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뮤지컬 배우의 팬덤은 아이돌을 뺨친다. 팬들은 배우의 뮤지컬 첫 공연 때 쌀화환을 보내고, 전 스태프들과 함께 먹을 떡도 돌린다. 배우한테 힘을 실어 주려 단체 관람도 한다. ‘퇴근길’ 팬미팅, 여러번 보기 등 뮤지컬 특유의 팬덤 현상도 눈길을 잡는다. 장소별로 독특한 색깔을 띤다는 점이 일반적 아이돌 팬덤과 달라지는 대목이다. 뮤지컬만의 고유한 팬덤이 펼쳐지는 현장을 따라가본다.

10년사이 급성장한 뮤지컬 시장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객에다
뮤지컬만의 독특한 팬덤 현상도

거의 매일 무대에 서는 배우들
퇴근길에서 관객과 자주 소통
기획사들, 팬덤 유지 위해
쿠폰북 증정·식사대접 하기도

■ 퇴근길, 아는 만큼 본다! ‘대체 뭐지?’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지하주차장에 처음으로 차를 세운 이들은 생소한 광경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때아닌 주차장 팬미팅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주차장까지 따라와 스타를 기다리다니, 언뜻 아이돌 사생팬인가 싶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꺄악” 소리를 지르거나, 전문가 뺨치는 카메라로 연신 찍어대지도 않는다. 포토라인을 쳐놓은 듯 서너발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한참을 “고생하셨어요” 따뜻한 한마디씩 건넬 뿐이다. “고마워요”라며 양손을 힘껏 흔들어 주고 ‘오빠’는 떠났다.

‘뮤지컬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류정한의 ‘퇴근길’ 모습이다. 류정한은 뮤지컬 <마타하리>에 출연하고 있다. 배우가 공연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해서 뮤지컬 팬들은 이 시간을 ‘○○○의 퇴근길’이라고 부른다.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여느 연예인한테도 있지만, 뮤지컬에서 ‘퇴근길’은 팬들과 배우가 ‘공식적’으로 짧은 만남을 가지는 게 다르다. 선물을 주고, 안부를 묻고, 공연에 대해 차분히 얘기한다. 류정한의 한 팬은 “뮤지컬 배우들은 작품에 들어가면 거의 매일 공연한다. 배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퇴근길만 보러 오는 팬들도 있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의 팬이라면 통과의례처럼 거쳐가는, 팬덤을 상징하는 장소가 퇴근길인 셈이다.

오랜 팬과 초보 팬이 갈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공연장마다, 배우마다 퇴근길이 조금씩 다르다. 언제, 어디서 나오는지 몰라 허둥대다가는 그를 놓친다. 뮤지컬 팬들이 선호하는 공간 중 하나는 예술의 전당이다. 이곳에선 배우 대부분이 출연자입구에서 나와 계단으로 내려가기 직전인, 1층과 2층 사이에서 퇴근길을 연다. 조승우의 한 팬은 “2층에서도 볼 수 있고, 미팅이 끝나면 배우가 팬들 사이를 뚫고 계단으로 내려간다. 주차장까지 동선이 길어 배우를 한참 동안 바라볼 수 있는 ‘행복한 퇴근길’이다”라고 했다. 샤롯데시어터도 배우 대부분이 지상주차장에서 퇴근길을 갖는다.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내 배우의 가는 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류정한은 보통 지하주차장 3층에서, 조승우는 지하주차장 2층에서 퇴근길을 갖는다. 야외주차장을 선호하는 배우도 있다. <헤드윅>이 열리는 대학로 홍대 아트센터의 경우 조정석과 조승우는 주로 건물 옆 장치 반입구 앞에서 퇴근길을 연다. 그러나 ‘문드윅’ 정문성 팬이라면 그곳에선 허탕친다. 정문성은 “저는 1층 입구에서 퇴근길을 갖고 택시를 타고 간다”고 말했다.

■ 카워시석에 도전하자! 지난해 뮤지컬을 2회 이상 본 관객은 50.6%.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객’은 뮤지컬의 브이아이피(VIP)로 통한다. 그런데 뮤지컬 배우의 팬들은 단순히 여러 번 보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양한 자리에서 ‘내 배우’를 감상한다. 홍광호의 <데스노트>를 10번 이상 봤다는 한 팬은 “앞자리를 선호하지만, 오른쪽, 왼쪽, 뒤쪽 등 다양한 자리에서 감상한다. 좌석 위치에 따라 극의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김준현의 <지킬 앤 하이드>를 여러 번 봤다는 한 팬은 “처음에는 1층 앞줄에 앉아 배우의 얼굴 표정 등을 생생하게 느끼는 데 집중하고, 두번째는 1층 가운데서 눈높이를 맞춰서 본다. 위에서 본 모습이 궁금하면 2, 3층에서 본다”고 말했다.

오랜 팬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명당자리도 따로 있다. 팬덤은 단순히 앞자리만이 아니라, 공연마다 배우와 직접 호흡할 수 있는 좌석을 노린다. <헤드윅>에 출연하는 배우의 팬들은 ‘카워시석’과 ‘토미석’을 노린다. <헤드윅>은 배우가 치렁치렁한 띠를 걸치고 객석 팔걸이에 올라가 세차하듯 몸을 앞뒤로 흔드는 ‘카워시석’이 있다. 조승우는 보통 B구역 3~5열 1번 자리를, 조정석은 B구역 1열 맨 왼쪽 좌석이나 2열 1번석을 선호한다. 극 중 헤드윅이 좋아하는 남자 토미가 객석에 앉아 있다고 소개한 뒤 손수건을 주는 ‘토미석’은 대개 2~4열 오른쪽이다. 조승우 팬은 “명당자리는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다”며 “그럴 때는 최대한 배우가 가까운 곳에 오는 장면을 떠올려 그 자리를 선택한다. <헤드윅>에서 배우가 들어오는 오른쪽 통로석이 그렇다. 오랜 팬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6년 <클로저 댄 에버> 공연에선 류정한이 객석에 앉아 있는 여성 관객의 뺨을 감싸 쥐는 나열 9번 좌석의 경쟁이 치열했다.

■ 단독 콘서트 어디까지 가봤니? 뮤지컬 팬덤의 또 다른 ‘성지순례’ 장소로는 뮤지컬 배우들의 콘서트가 있다. 뮤지컬 배우들은 가수들처럼 개인 콘서트를 연다. 한류 배우들이 일본 등에 가서 개인 콘서트를 여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속 넘버(노래)를 부르고, 평소 좋아하는 가요를 들려주기도 한다. 2013년 홍광호는 뮤지컬 배우로는 처음으로 체육관(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뮤지컬 배우의 단독 콘서트가 화제가 된 첫 사례로 꼽힌다. 최근 홍광호를 좋아하게 됐다는 한 팬은 “뮤지컬 배우들이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에 놀랐고, 그 표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홍광호는 2015년에도 개인 콘서트 전회(3회) 매진을 기록했다. 소속사인 피엘엔터테인먼트 쪽은 “당시 가수들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해 가요계도 놀랐다”고 했다. 배우들은 마치 장동건 등 한류 4대 천왕이 일본에서 공연을 하듯 2014년에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인 <뮤직 오브 더 나이트 2014>를 개최하기도 했다. 브래드 리틀, 마이클 리, 한지상, 양준모, 이지훈이 참여했다. 이건명과 김법래도 2014년에 일본에서 듀엣 콘서트를 열었다. 여배우 중에는 김선영이 10돌을 맞아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김선영의 한 팬은 “뮤지컬 노래와 평소 좋아하는 가요 등을 부르는데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된다”고 말했다.

■ 백스테이지 투어는 해봐야지! 열광적 팬들에게 ‘브이아이피’ 대우가 돌아간다는 점도 뮤지컬 팬덤의 특징이다.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뮤지컬은 한 공연장에서 오랫동안 공연해야 수익이 쌓이는데, 우리나라는 길면 5개월, 짧으면 2~3개월이다. 이럴 경우 회전문 관람에 나서는 충성도 높은 배우의 팬덤은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마 돈크라이>는 2015년 공연 관객의 79%가 재관람자였다. 이런 팬덤의 유지를 위해 최근 몇년 사이 자체 이벤트 마련 등 배우나 기획사 쪽의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러 번 보면 할인을 해주고, 공짜표를 주는 건 기본이다. 쿠폰북이나 사인 포스터, 폴라로이드 사진 등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2012년에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멤버십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더 데빌>은 12~17번 재관람 관객을 대상으로 배우들이 팬들한테 식사를 대접하는 ‘역조공’을 하기도 했다. <위키드>도 유료관람 2회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오지안’이라는 온라인 멤버십 카페를 별도로 운영하며 선예매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환호하는 이벤트는 ‘백스테이지 투어’다. <위키드> 홍보대행사 쪽은 “팬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뒷모습을 보여주는 ‘백스테이지 체험’ 이벤트가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또 어떤 장소가 새로운 ‘성지순례지’로 떠오를까. 오늘도 뮤지컬계엔 팬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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