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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미모’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남자 배우는 물론 여자 배우 역시 개성과 연기력이 갈수록 매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볼수록 매력있는 여배우들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사랑받는다. 배우 김고은과 박소담, 한예리, 이솜이 대표적이다. 모두 쌍꺼풀 없는 눈에 소박한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안 예쁘다’고 단정지어버릴 수도 있는 얼굴들이다.
■ ‘예쁘다’의 정의를 바꾸다
“내 얼굴이 평범해서 데뷔 전에는 배우 하기에 괜찮을까 고민도 했어요.” 지난 7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고은은 자연스러운 그의 얼굴이 요즘 미인의 기준이 됐다고 하니 수줍게 웃었다. “학창시절엔 친구들을 보며 성형을 고민한 적도 있지만, 무섭기도 했고, 딱히 절실하게 하고 싶은 곳도 없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이 배우가, 요즘 연예계 ‘예쁨’의 기준을 바꿨다. 2012년 영화 <은교>에서 흔들의자 위에서 잠든 자연스러운 외모는 스크린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쌍꺼풀 없고, 동그란 얼굴에 웃으면 볼이 통통해졌다. 짙은 쌍꺼풀에 높은 콧대, 뾰족한 턱이 유행처럼 번지는 여배우들 사이에서, ‘평범한 외모’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김고은은 “내 얼굴을 매력적이라고 해주니 감사할 뿐”이라며 또 배시시 웃었다.
2013년 등장한 박소담은 성형미인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던 김고은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0월 케이블 드라마 <처음이라서>(온스타일)에 이어 11월 영화 <검은 사제들>까지 성공하면서 주목받았다. 김고은에 박소담까지 등장하자, ‘무꺼풀의 소박한 외모’가 미의 기준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7년 데뷔해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스비에스)에 출연 중인 한예리에, 2010년 데뷔해 영화 <좋아해줘>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이솜까지 최근 관심을 끌면서, 힘을 합친 4인방은 미의 새로운 기준 하나를 더했다. 한예리는 영화 <극적인 하룻밤> 출연 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데뷔 전에는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에는 다양한 매력을 인정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연기할 맛이 출연 기준
방송 관계자들은 “자연스러운 얼굴은 보편적이지만, 그래서 특수성을 갖고 있다. 다양한 매력을 그려넣을 수 있어 변화무쌍한 연기가 가능하다”고들 말한다. 이들도 “오히려 ‘절세미인’이 아니기에, 여러 배역들을 맡아 연기력을 펼쳐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김고은은 “평범한 내 얼굴이 많은 이야기와 인물들을 담아내야 하는 배우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얼굴은 (배우로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는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예리도 “여자 주인공이 너무 아름답기만 하면 관객들 입장에서는 나와 다른 얘기처럼 느껴질 것 같다. (내가 나오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기 의욕을 부추기는 작품을 도맡아,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범한 외모로 비범한 연기를 선보여왔다. 예쁜 척하느라 범인 쫓는 장르물에서도 아이라인에 마스카라까지 짙게 하고 나오는 여배우들과 달라서 예쁘다. 김고은은 <은교> 이후 선택한 작품이 모두 범상치 않다. <몬스터>에서는 얼굴에 피범벅을 하고 동생의 복수를 위해 살인마와 싸웠다. 박소담이 주목받은 것도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빙의된 여고생 역이다. 한예리는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 대표 선수로 나와 연변 사투리를 소화하는 다소 ‘촌스런’ 모습을 선보였고, 이솜은 영화 <마담 뺑덕>에서 사랑에 버림받고 복수에 눈을 뜨는 악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고은은 “지금까지 선택했던 작품의 기준은 ‘발전’이다. 단편으로 시작해서 독립영화로 넓혀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고 싶었는데, 단편에 출연할 때 <은교> 오디션을 보면서 그게 안 됐다. 그래서 신인이란 타이틀을 벗을 때까지 도전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열심히 했고, 10년 동안 배울 것을 최근 5년에 다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 단편·독립 영화로 기본기 탄탄
자연스러운 얼굴이 대중의 눈길을 끄는 것을 두고, 가식적인 것을 싫어하고 순수한 것을 갈망하는 요즘 사회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옆에 있을 법한 친근한 스타를 좋아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고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이들을 더 예뻐 보이게 한다. 외모에 신경 쓸 시간에 배우의 기본인 연기를 위해 바닥부터 차근차근 걸어왔다. 모두 단편·독립영화에 출연해 기본기를 쌓았다. 박소담은 2013년 단편영화 <소녀>로 데뷔해 단역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3년 동안 출연한 작품만 21편에 이른다. 대학생 시절에는 약 15편 정도의 단편·독립영화를 찍었다.
이솜은 2010년 독립영화 <맛있는 인생>으로 데뷔했고, 한예리는 2007년 독립영화 <그림자> 이후 <기린과 아프리카>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왔다. 김고은은 “작품에 출연하려고 찾아다니기보다는 단편·독립영화를 거치면서 성장해서 선택받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상업 작품 데뷔 전에 이미 최고의 실력을 갖추려고 꾸준히 노력해왔다. 영화 <경성학교>의 이해영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소담은 오디션을 봤던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담백한 마스크가 매력적이었고 대사 전달력과 감정 해석력이 완성된 배우였다”고 감탄했다.
■ 무꺼풀 매력녀들, 발랄해지다
직접 만난 김고은은 발랄했다. 잘 웃고, 거침없고 씩씩했다. 또래 20대 청춘의 모습 그대로였다. “피곤해서 얼굴에 뾰두라지가 났다”고 걱정하고, “머리결이 상해 파마도 못 해 요즘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졌다”며 울상도 지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 후드티만 입었는데도 얼굴에 빛이 난다니 “너무 좋다”며 환하게 잘도 웃는다. 이솜도, 박소담도, 한예리도 털털하고 밝은 성격이 예쁘다고들 한다. 무꺼풀의 소박해서 예쁜 4인방은 이전 무거움을 덜고 최근에는 똑같이 실제 성격과 비슷한 밝은 인물을 맡고 있다. 김고은은 <은교> 이후 처음으로 20대에 맞는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티브이엔)의 홍설로 출연했다. 드라마 첫 출연이었고, 처음으로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봄 같은 외모로 등장했다. 연기를 앞세우고 성형 따위 마다했던 이들이 단지 화면에 ‘예뻐 보이려고’ 발랄 유쾌한 작품을 선택했을 리는 없다. 김고은은 “해보지 않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20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많이 기획되지 않아서 늘 아쉬웠어요. 20대 초중반의 감성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이 나이에만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있으니 그걸 표현해보고 싶었던 거죠.” 박소담은 스무살 청춘들의 풋풋하고 발칙한 이야기를 담은 청춘 로맨스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방영 시기 미정)에 출연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기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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