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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관찰예능속 ‘잇아이템’ 진짜 쓰는 줄 알았는데…

등록 2016-03-07 18:48수정 2016-03-07 20:43

연예인 일상 담는 ‘리얼리티’
에어컨·혈관관리제 쓰며 PPL
광고인지 몰라 시청자 속아
'불타는 청춘'(에스비에스). 사진 프로그램 갈무리
'불타는 청춘'(에스비에스). 사진 프로그램 갈무리
집에 들어온 김숙이 윤정수한테 다그친다. “뭐 잘못한 거 없어?” “잘못한 거 없는데.” 윤정수가 발뺌하자 김숙이 카드 지불 문자를 보여주며 소리친다. “카드로 도대체 뭘 샀어? 100만원 24개월 할부?”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윤정수가 김숙을 거실 한편으로 데려가더니 뜬금없이 에어컨을 작동시키며 기능을 설명한다. “냉기만 나오지?” 화면 가득 에어컨 작동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자막으로 ‘키 크고 늘씬하다’며 디자인 칭찬도 한다. 1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의 가상 결혼 프로그램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의 한 장면이다.

같은 날 방송한, 중년들이 여행을 떠나는 <불타는 청춘>(에스비에스)에서는 출연자들이 한방에 모여 대화를 나누던 중 김국진이 갑자기 약을 통째로 꺼내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뭐냐”는 출연자들의 질문에 혈관관리 건강식품이 클로즈업된다. 김국진은 “나이가 들면 혈관이 두꺼워진다. 관리를 해야 한다”며 혈관 관리의 비법인 듯 말한다. “나도 먹어야겠다”는 말들이 방 안을 오간다.

'불타는 청춘'(에스비에스). 사진 프로그램 갈무리
'불타는 청춘'(에스비에스). 사진 프로그램 갈무리
관찰 예능 프로그램 속 무리한 피피엘(간접광고·PPL)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몇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는데 라면 등 식음료에서 가전제품 등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무한도전>(문화방송) 2월28일 방송에서는 유재석이 “제가 이런 거 갖고 다니는 거 처음 보시죠?”라며 노트북을 들고 나와 대본을 읽기도 했다. 지상파 예능 피디는 “<나 혼자 산다>(문화방송), <슈퍼맨이 돌아왔다>(한국방송2) 등 연예인 집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면서는, 협찬 상품들이 평소 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둔갑해 ‘아무도 모르게’ 홍보를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제이티비시). 사진 프로그램 갈무리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제이티비시). 사진 프로그램 갈무리
관찰 예능 속 피피엘은 드라마 등과는 또 다른 문제를 부른다. 일상을 담는 리얼한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들한테 실제 연예인이 사용하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수 있다. 성능과 효능이 과대포장될 수도 있다. 특히 <님과 함께>는 피피엘을 위한 설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한 시청자는 “‘관찰 예능’이 아닌 콩트가 됐다”며 “김숙이 화가 난 상태로 등장하고, 백만원 이상의 거액을 결제했다는 장면을 보며 흥미진진하게 프로그램에 몰입했는데, 이게 다 피피엘 제품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안 순간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관찰 예능의 피피엘에는 한층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지상파 예능 피디는 “리얼을 강조하는 관찰 예능에서, 설정으로 그 제품을 홍보해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타는 청춘> 관계자는 “비타민 같은 건강식품이라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며 “중년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것들로 협찬을 받고 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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