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한국지성사 60년’ 특별기획
<한국방송>이 광복 60년 특별기획으로 한국 지성사 60년을 돌아본다. 10월 26일과 27일, 11월 2일과 3일, 네차례에 걸쳐 제1텔레비젼에서 저녁 10시부터 한시간씩 특집 방송을 내보낸다. 그 제목이 ‘한국 지성사 - 시대를 움직인 생각들’이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 나라의 지식인들이 해방 이후 어떤 문제를 고민했고, 그 결과 한국 사회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가려 했는지를 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 외에도 김명인 인하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태균 서울대 교수,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 등이 프로그램 기획과 자문에 참여했다. 이밖에 학자 100명에게 시대별 주요 지성인과 저술 등을 물어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했다. 그 결과, “진리 탐구와 실천이라는 이중적 과제를 수행하려고 헌신적으로 고투한 지식인”들이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게 됐다.
방송의 가장 큰 특징은 좌·우를 넘나들며 아우른다는 점이다. 한국 최초의 사회과학자로 평가받는 좌파 성향의 백남운과 우파 지식인이었던 민족주의 사학자 안재홍이 동시에 등장하고, 국민교육헌장을 정초한 박종홍과 저항시인 김수영의 삶이 겹쳐지는 식이다.
지성인들을 일정한 ‘집단’으로 묶어 소개하기도 한다. 김진균이 이끌었던 상도연구실 그룹, 변형윤이 이끈 학현 연구실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논쟁에 대한 접근도 두드러진다. 80년대를 달군 ‘NL-PD’ 논쟁을 되짚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민족주의에 대한 김동춘, 임지현의 논쟁도 흥미롭다.
오늘날에도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식인들이 빠질 수 없다. 리영희·백낙청·김우창·신영복·이어령·최장집·정운찬 등이 방송에 나와 한국 지성사를 말한다. 이밖에도 <사상계>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국전쟁의 기원> 등 역사적 저술과 전태일 분신사망, 80년 광주항쟁 등 지성사에 깊은 영향을 준 역사적 사건 등도 함께 짚는다.
관건은 이 방대하고도 복잡한 60년의 지성사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녹여냈는지에 달렸다. 한국 지성계의 격동을 일일이 따라잡지 못한 평범한 시민들에게 ‘지성인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울림을 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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