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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시그널’ 성공에 우는 SBS…돈되는 드라마만 좇더니

등록 2016-02-10 20:04

‘협찬받기 힘든 장르물’ 이유 퇴짜
티브이엔서 편성 첫회 시청률 6.3%
“좋은 작품이라…” 장르실험의 승리
드라마 <시그널>. 사진 티브이엔 제공
드라마 <시그널>. 사진 티브이엔 제공
<티브이엔>(tvN)의 드라마 <시그널>이 연일 화제다. 1회부터 시청률 6.3%(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더니, 3회에서 8.2%로 8%를 넘겼다. 케이블에서 시청률 7~8%는 지상파의 20~30%와 맞먹는다.

<시그널>이 화제를 모을수록 <에스비에스>(SBS) 드라마국의 한숨 소리는 커진다. <시그널>은 애초 <에스비에스>에서 편성이 논의되다가 지난해 4월 드라마국 간부로부터 최종 퇴짜를 맞았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애초 피디까지 정해져서 <가면> 후속으로 8월 방송을 논의했는데 결국 불발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놉시스가 여러 방송사를 전전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방송사와 편성을 논의하다가 불발되는 일도 많다. 그런데 유독 <에스비에스>가 <시그널>을 퇴짜 놓은 사실이 관심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에스비에스>는 <시그널>이 돈이 안 되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 장르물이란 점이 부담이 돼 최종 편성하지 않은 것과 달리, <티브이엔> 쪽은 “<시그널>이 장르물이라 시청률은 잘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좋은 작품이라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지상파와 케이블의 드라마 편성 전략이 극명히 대비된다.

장르물은 특성상 피피엘을 받기 힘들다. 드라마에서 재벌가가 많이 나오는 이유도 외제차 등 고가의 제품을 협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거액을 받고 제작지원사를 극중 재벌가의 업종으로 선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르물은 이도저도 어렵다. 해외 판매도 잘 되지 않는다. 그나마 <에스비에스>가 <시그널> 편성을 논의한 것은 이 작품을 쓰는 김은희 작가가 2011년 선보인 <싸인>이 마지막회 시청률 22.1%를 기록하는 등 성공했기 때문이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그러나 이후 김은희 작가의 <유령> <쓰리데이즈>를 잇따라 편성했지만, 기대보다 잘 안되면서 <시그널>에 대한 반신반의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가 편성한 2014년 <신의 선물-14일>, 2015년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다른 드라마의 제작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신 투입한 것이다.

<에스비에스>는 <가면> 후속으로 <시그널> 대신 <용팔이>를 편성했다. 내용도 엉성하고 연기력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시청률은 잘 나왔다. 시청률을 생각하는 달달한 드라마 외에도 수사드라마 <갑동이> 등 다양한 장르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실험을 해온 <티브이엔>과 거듭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그널>이 <에스비에스>에서 편성됐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화제를 모았을지도 의문이다. 분명 러브라인을 늘려라부터, 시청률이 오르지 않으면 돈을 아껴라 등 간부들의 주문에 드라마가 산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신의 선물-14일> 때도 평균시청률 9.3%(닐슨코리아 집계)에 그치자, <에스비에스> 간부가 “이 드라마 때문에 방송사가 손해를 본다”며 제작진을 질타한 일이 있었다.

<시그널>에 김혜수가 출연할 줄 알았더라면, <에스비에스>는 <시그널>을 놓지 않았을까. 그러나 반대로 <에스비에스>였다면 김혜수가 출연했을까? <시그널> 편성을 둘러싼 희비 교차는 돈 되는 드라마만 좇는 지상파가 곱씹어봐야 할 화두를 던진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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