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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명절에 도망가고 싶다면, 이들처럼

등록 2016-01-31 19:01

그래픽 정희영 heeyoung@hani.co.kr
그래픽 정희영 heeyoung@hani.co.kr

“이런 인터뷰가 더 두렵다고요!!!. 명절만 되면 솔로~ 솔로~ 하며 자꾸 엮으니까, 계속 솔로인 거지이이이!!!!” 명절이 두려운 솔로들을 위한 대처법을 물으니, 배우 김광규가 장난스레 목청을 높인다. “명절엔 이런 요청 때문에 괴롭다”는 게 40대 이상 ‘솔로 연예인’들이 명절을 피하고 싶은 진짜 속내인 것이다.

연예인이든 아니든 혼기 꽉 찬 솔로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명절이 괴롭다. “결혼은 안 하니?” “일은 잘되니?” 등 싫은 소리 수십명한테 반복해서 듣고 나면 삶 자체가 우울해진다. 한 구인·구직 매체가 직장인 624명한테 물었더니 응답자의 70%가 “평소보다 명절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행도 가고, ‘방콕’도 하며 힘껏 피해 보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그래서 ‘솔로들도 즐거운 명절’을 위해 솔로 선배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김광규, 유민상, 권은아, 장원영, 심형탁, 김완선 등이 명절 스트레스를 벗어날 비결을 전수한다.

■ 묵묵히 듣거나…선수 쳐라 ‘원판 불변’의 법칙처럼 변하지 않는 명절 공식 대사. “언제 결혼할래.” “만나는 사람은 있니.” 갓 30대에 들어섰거나, 혼자 된 지 얼마 안 된 ‘신입 솔로’들은 이런 이야기에 괜스레 얼굴을 찌푸린다. 노 노. 40대 이후 연륜 있는 솔로들은 휘둘려서는 안 된다. 올해 우리 나이로 50살이 된 김광규는 “나도 40대 초반에는 화도 내고 어머니와 싸우기도 했는데, 다 부질없다. 이제는 면역이 돼서 그냥 다 받아준다”고 했다. “부산 어머니 댁이 큰집이라 친척들이 스무명 정도 모이는데 그러면 똑같은 소리를 스무번은 더 듣는다. 그것도 괴롭지만 그래도 나이가 드니 가정의 평화를 생각해야 해 묵묵히 들어준다.” 물론 “친척들 가고 나면 깊어지는 엄마의 한숨 소리는 감수해야” 한다.

선수 칠 줄 아는 센스도 필요하다. 솔로 경력 7년 차인 배우 장원영은 “선수 치면 문제없다. 외삼촌을 만나면 ‘외삼촌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저는 일 언제 끝났고, 여자친구는 갖고 싶어요’라고. 그럼 조카들한테 질문이 옮아간다”고 웃었다. 조카는 무슨 죄. “공부 잘하니?” 등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을 받고 우물쭈물하는 조카들을 옆에서 도와줄 줄 아는 여유로움도 필요하다. 장원영은 “‘너네는 미리 대답을 준비해 왔어야지. 외삼촌이 물어볼 줄 알면서 말이야’라고 거들면 아무 얘기 못 하신다”고 했다. 때론 능글맞게도 굴어야 한다. “‘삼촌 식상해요. 다른 레퍼토리는 없어요?’ 같은.” 물론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 화제를 돌려라…떠나라 때론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결혼도 안 했고, 일도 안 풀리고 이래저래 잔소리 들을 게 많다면 그나마 덜 상처받는 한가지를 택하자. 솔로 경력 6년차인 개그맨 유민상의 화제 전환 전략이 요긴하다. “명절 때 ‘살 빼라’는 소리를 ‘결혼하라’는 소리만큼 듣는다”는 그는 “차라리 먹는 쪽으로 화제를 돌리는 게 낫다”고 했다. “결혼하라는 소리 시작되면, 그때부터 친척집에 있는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한다. 그럼 ‘그만 먹어라’, ‘살 좀 빼라’로 화제가 전환된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명절의 명약,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배우 권은아는 “명절이 되면 아무도 나를 모르는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 가족들한테 ‘떡국 먹었느냐’ 문자만 봐도 눈물 나서 메시지도 보내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가수 김완선도 지난해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명절에는 스케줄이 잡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때론 정색하고 눈을 부릅뜰 필요도 있다. 권은아는 “‘결혼하라’는 잔소리에 그치지 않고 결혼 못 하는 이유를 멋대로 분석할 때는 단호하게 말해야 덜 억울하다”고 말했다. “눈이 높아서 결혼을 못 한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 그럴 때는 ‘나 눈 낮다. 모르는 소리 마시라’고 똑 부러지게 말해야 다신 안 한다”고 귀띔했다.

■ 내 편을 만들어라 긴긴 솔로 생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길게는 10년 넘게 솔로로 명절의 환난을 버텨온 이들은 누구보다 명절의 고통을 잘 안다. 새신랑, 새신부가 되면 반드시 명절 문화를 바꾸겠다는 일등 신랑, 신붓감이다. 각오를 담아 명절의 변화를 촉구하는 입바른 소리로 집안의 여성을 내 편으로 만들면 편하다. 장원영은 “명절 음식 등을 간소하게 해 여성들의 노동 강도를 줄여야 한다. 대신 가족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기다려지는 명절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게 살아서 가족과 추억이 많지 않다. 작년 처음으로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갔는데 가장 행복한 명절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가려고 한다.” 김광규는 “남자들도 명절 때 가사를 함께 해야 한다”고 외친다. “엄마와 장보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되면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 명절 충격은 치유하라 솔로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며느리와 맞먹는다. 명절에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 당당한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솔로들도 명절 증후군을 해소해야 한다. 한 설문조사를 보면, 명절 스트레스 극복 방법으로 ‘휴식을 취한다’가 34%로 가장 많았다. 솔로들은 운동을 권한다. 권은아는 “명절을 겪고 나면 늘 나는 왜 혼자일까, 고민을 했는데 운동하면서 스트레스가 극복되더라. 자신감이 생기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게 된다”고 말했다. 김광규도 “1월1일부터 헬스를 시작했다. 야관문을 먹다가 올해는 홍삼도 챙겨 먹는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7월에는 고마웠던 분들한테 식사 한 끼 대접하는 오십살 잔치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완선도 “나이가 들면서 지난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민상은 “운동? 먹으면 행복해지니,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때론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배우 심형탁도 “좋아하는 거 하면서 즐겁게 지내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다음 명절에는 ‘둘’이 되려는 적극적인 행동을 시작하는 것도 명절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장원영은 “매년 초에 ‘어머니 건강’과 ‘일’ 그리고 ‘여자친구 만들어 달라’고 소원을 빈다. 소개팅 등을 하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둘이서 가리라 각오를 다지면 다시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심형탁은 두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며 힘을 얻는다. “20년 넘게 아버지와 둘이서만 제사를 지내는데, 이제 더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혼자서도 즐겁게 사는 법을 터득하라”고 조언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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