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
‘응팔’ 혜리 인터뷰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들
감독님·작가님이 끌어내줘
폐는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죠
운이 좋은데…다 쓸까봐 걱정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들
감독님·작가님이 끌어내줘
폐는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죠
운이 좋은데…다 쓸까봐 걱정
사진을 찍는데 자꾸 왼쪽 얼굴을 들이민다. “왼쪽이 예뻐서 그러는 거죠?”라고 물으니 “네”라고 답하고는 호탕하게 웃는다. 의자에 앉아 자세를 취할 때는 어김없이 다리를 쭉 편다.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예쁜지를 잘 아는 영락없는 22살 걸그룹 멤버다.
그러나 그것만 빼면 걸그룹이 지켜야 할 암묵적인 규정, 가령 예쁘게 웃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아 보인다. 웃기면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내어 웃는다. 웃음소리도 예쁘지 않다. “으하하하하.” 가끔 소리없는 ‘최불암 웃음’도 터져 나온다. ‘이거냐 저거냐’ 선택이 필요한 질문에는 “뭘까~요?”라며 해맑게 되묻는다.
25일 서울 성수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응답하라 1988>(티브이엔)의 혜리는 그 자체가 덕선이었다. “피디님이 저를 만나시고는 ‘넌 원래 그런 애구나’(관찰 예능에 나온 털털한 모습) 하시더라고요. 감독님과 작가님한테 대사 하나하나 짚어가며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았어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많이 끄집어내주셨어요.” 데시벨 높은 말투나, 웃음소리, 표정 같은 디테일은 물론이고, 눈치 많이 보고 어리바리한 덕선의 성격 등도 실제 혜리한테서 옮아왔다. “촬영할 때도 ‘너 잘하는 거 있잖아. 그 바보 같은 동작 그거 하면 돼’라는 식으로 설명하셔서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으하하하.”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개별 리딩을 1주일에 세번이나 했단다. “저의 캐스팅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나간 이후 반응에 감독님도 놀랐나 봐요. 이렇게까지 우려할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는 “그동안 만족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으니 우려는 당연했다”며 “이 드라마에 폐는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솔직한 그도 류준열이 아닌 박보검을 택한 엔딩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말을 아꼈다. “저도 어느 순간 응…,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감독님이 그런 말을 해주셨어요. 덕선이는 처음부터 무의식적으로 택이를 챙겨주고 싶어 했다고. 니가 신경쓰이고, 보고 싶은 사람이 진짜 사랑이다, 그런 사랑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시청자들한테 와닿지 않았다면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응팔> 속 덕선이 성장했듯, 혜리도 성장했다. 그는 “연기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솔직한 성격 때문에 오해도 받아, 좋은 연예인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는 그는 덕선을 만난 이후 지금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1년에 300일을 일하는데, 내 성격과 다르게 못 지낼 것 같아요. 지금의 내가 좋아요. 그래서 앞으로 이 성격 그대로 보여주려고요. 으하하.”
2010년 걸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해 어느덧 6년차. 쉬지 않고 달려온 원동력은 “가족”이란다. “전 저한테 돈을 별로 안 써요. 쇼핑도 안 좋아하고. 나한테 쓰는 돈이 아까워요. 근데 가족들한테는 그렇지 않아요. 아빠 차 바꿔드리고, 작년에 집도 이사시켜 드리고. 믿음직한 첫째죠. 내 입으로 막 말해.” <진짜 사나이>로 뜬 뒤 고비 때마다 늘 다음 기회가 찾아왔다.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 운 다 쓰면 안 되는데. 그래서 말년에 운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에요. 으하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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