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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내 꿈에 등급을?…너무 잔인한 ‘걸그룹 오디션’

등록 2016-01-25 20:42수정 2016-01-26 13:02

<프로듀스 101>(엠넷). 사진 엠넷 제공
<프로듀스 101>(엠넷). 사진 엠넷 제공
엠넷 ‘프로듀스 101’ 순위 공개 논란

등급별 무대 높낮이마저 달라
100% 국민투표로 진행한다지만
거대기획사 중심·자극적 편집
“잠재력 독려 대신 낙오자 내쳐”

“제이와이피 전소미 에이(A)등급입니다.”

“앤어거스트 윤서형 에프(F)입니다.”

지난 22일 시작한 걸그룹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엠넷·사진)이 꿈을 향한 도전에 등급을 부여하는 잔인한 설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첫 방송에서는 트레이닝을 받을 그룹을 정한다며 심사위원들이 참가자 101명의 춤과 노래를 들은 뒤 A부터 F까지 각자한테 등급을 부여했다. 이 모든 건 경쟁자 100명과 심사위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지만, 등급을 부여하고 전체 순위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게 다가 아니다. 등급에 따라 서는 무대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삼각형 세트를 세워 높은 등급 그룹은 가운데 가장 높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등급이 낮을수록 무대가 낮다. 1등이 무대 메인에 선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경쟁을 통해 등급을 매기고 낙오자는 가차 없이 내쳐지는 세태를 반영한 듯하다”며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이 경쟁에 대한 문제점들을 희석시키고 둔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프로듀스 101>은 겉으로는 공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100% 국민이 직접 누리집에서 투표한 순위로 결정된다”고 방송에서도 수차례 말한다. 그러나 거대 기획사 위주의 편집은 1회부터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에는 46개 기획사가 참여한다. 제이와이피, 스타십, 디에스피 연습생 등이 상당 부분 나왔다. 디에스피 소속인 카라의 멤버 영지가 소속 연습생을 응원하러 온 모습도 보여줬다. 작은 소속사라도 배우 김수현의 이복동생 김주나의 사연, 가수 김준수의 사촌동생 등 유명 가족을 둔 이들은 다른 출연자에 견줘 훨씬 비중있게 비춰졌다. 하지만 아예 방송에 나오지도 못한 출연자도 있다. 시청자가 직접 무대를 보고 투표하게 하려면 101명이 비슷한 비중으로 방송에 나와야 하지만,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참가자들의 나이는 만 13살부터 28살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청소년인 이들을 두고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악마의 편집도 문제로 지적된다. <엠넷>은 <슈퍼스타케이>와 <쇼미더머니> 등에서 논란을 이슈로 만들어 시청률을 높이려는 자극적인 편집으로 매번 논란이 됐다. 이번에도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나오면 작은 기획사 연습생들이 수군대는 모습 등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제이와이피 소속 전소미가 실력보다 좋은 A등급을 받자 다른 기획사 연습생들이 “제이와이피라서 준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연습생들만 참가시킨다더니 다이아의 캐시와 채연, 파이브돌스의 찬미 등 이미 데뷔했던 이들도 출연했다. 이를 두고 “데뷔했는데 나오면 반칙 아니냐”는 한 연습생의 목소리도 내보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프로듀스 101> 안준영 피디는 “시청자들한테 순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삼각형 세트를 생각했다. 등급에 따른 특혜는 없다. 트레이너에게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기 위해 반을 나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편집의 공정성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 분량이 정해져 있다 보니 모든 연습생 한명 한명을 길게 다룰 수 없다. 대신 방송 2, 3주 전부터 공식 홈페이지, 에스엔에스 등으로 개별 소개 영상을 올리는 등 형평성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교수는 “얼마든지 좋은 콘텐츠로 아이들의 꿈을 견인할 수 있을 텐데, 상업적으로 시청률 경쟁에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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