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부탁해'. 사진 각 방송사 제공
한겨레가 뽑은 TV어워즈 ‘워스트’
이들 보면 왠지 씁쓸했다고 전해라~
이들 보면 왠지 씁쓸했다고 전해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피디, <삼시세끼-어촌편>의 차승원, 주연보다 나은 조연 박혁권과 셰프들이 2015년 방송가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반대로 논란을 일으키며 티브이에 먹구름을 몰고 온 이들도 있다. 유독 사건 사고가 많았다. ‘2015년 너 때문에 흥했다’에 이은 두번째 방송가 결산, ‘2015년 너 때문에 망할 뻔했다’로 모아봤다.
연예계 금수저상 아빠를 부탁해
■ 조혜정, 이진이…‘연예계 금수저’ 논란 부모가 최고 스펙인 사회. 티브이에서도 ‘현대판 음서제’가 시끄러웠다. 무명 연예인이거나, 연예인을 희망하는 ‘연예인 2세’들이 부모 덕에 손쉽게 티브이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대표적이다.
연예인 아빠와 딸이 나오는 관찰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스비에스)가 부추겼다. 조혜정은 2014년 드라마 <신의 퀴즈>(오시엔)에 단역으로 출연한 무명배우였다. 오디션마다 탈락하는 등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아빠를 부탁해>이후 드라마 <처음이라서>(온스타일)와 <연금술사><상상고양이> (이상 엠비시 에브리원)에 연거푸 주·조연으로 캐스팅됐다. 배우 이덕화가 배우 딸과 <아빠를 부탁해>에 나오고, 배우 황신혜가 모델 딸 이진이와 예능에 출연하는 등 연예인 부모의 노골적인 뒷바라지가 이어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부모 덕봤다’는 오해를 산다며 억울해 했다. 조혜정과 그의 오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항변도 했다. 그러나 아쉬운 연기력으로 “아빠가 아니었으면 주연을 맡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조혜정은 불분명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 등으로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부모 덕 본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이름도 바꿨다”는 이진이는 엄마와 함께 예능 <택시>(티브이엔)에 출연해 “부모 덕 본다는 악플에 마음이 아프다”며 울었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연예인 지망생과 무명 연예인, 배고픈 연극 배우 등이 연이어 자살하는 일이 잦았다. 이들의 자리는 그들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2세들이여 2016년엔 제발 실력으로 승부하기를!
눈살 간접광고상 용팔이
■ 아예 광고를 찍어라! <용팔이>피피엘 주원이 김태희한테 말한다. “핸드폰 좀 줄래? 방 좀 알아보게.” 방 구하는 ‘직방’ 앱을 클릭해서 이방 저방 기웃거리더니 직접 오피스텔을 골라 보여준다. “이 방이 괜찮은 것 같아.” 당시 주원이 출연한 ‘직방’ 광고일까? 아니다. <에스비에스>드라마 <용팔이>의 한 장면이다.
올해는 유독 노골적인 피피엘(PPL·간접광고)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노골적인 피피엘은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됐지만, 올해는 유독 작품성은 고려하지 않은 뜬금없는 등장이 잦아 논란이 됐다. 몰입이 중요한 추리드라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을>(에스비에스)에서는 범인을 유추하던 경찰들이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고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한참 동안 시연했다. <애인있어요>(에스비에스)에서는 박한별이 김현주한테 세탁기 작동법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나를 돌아봐>(한국방송2), <무한도전>(문화방송) 등 예능에서도 광고를 연상케하는 노골적인 피피엘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10년 5월 간접광고가 허용된 이후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은 첫해 29억8000만원에서 2013년 336억3000만원으로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방송이 산업이 된 현실에서 피할 수 없더라도, 기준은 필요하다. 작품을 망치지 않는 선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흐름을 깨지 않게 담는 등 2016년엔 좀 더 현명해지기를!
여성비하 발언상 쇼미더머니
■여성 비하도 홍보로 활용 <쇼미더머니>여성 비하 등 막말이 쏟아졌다. 특히 힙합 오디션 <쇼미더머니 시즌4>(엠넷)는 논란을 홍보로 활용하는 모양새로 비난을 받았다. 래퍼들이 지은 가사 중에 여성 비하가 많았다. 이현준은 “넌 속사정하지만 또 콘돔없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난자같이”라고 노래했고,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미노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로 도마에 올랐다. 제작진이 이를 편집하지 않고 친절하게 자막까지 만들어 내보냈다. 여성 비하 논란을 시청률에 이용한다는 의혹을 샀다. 장동민은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에서 했던 여성 비하 발언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자들은 멍청해서 과거의 성경험을 이야기한다” “창녀” 등 입에 담지 못할 발언을 쏟아냈다. 문제는 이런 발언의 심각성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장동민은 짧은 기자회견을 열어 “죄송하다”고 말한 게 전부이고, <쇼미더머니>이상윤 피디는 프로그램 시작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피디로서는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비하, ‘뭐 그까이걸 갖고’ 그러느냐고? 2016년엔 건강한 방송인들이 승승장구하기를!
일베 방송사고상 지상파 3사
■ 방송국에 일베 회원 있나? 연이은 방송 사고 유독 방송사고가 많았다. 특히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와 관련된 사고가 잦았다. 일베가 만든 헌법재판소 문양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합성물 등이 지상파 3사의 뉴스 전파를 탔다. <한밤의 티브이연예>(에스비에스)는 영화 <암살>을 소개하면서 일베가 만든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한국방송>신입기자가 ‘일베’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작진 중에 일베 회원이 있는 게 아닐까, 의혹도 제기됐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제작진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사용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말로 어물쩡 넘어갔다.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2016년엔 제발 정신차리고 제작하기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용팔이.' 사진 각 방송사 제공
'쇼미더머니'. 사진 각 방송사 제공
'한밤의 티브이연예'.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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