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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지상파 연말 시상식은 왜 몰락했나?…배우 눈치 보느라

등록 2015-12-22 20:36수정 2015-12-23 09:17

‘공정성 논란’ 하면 떠오르는 시상식은 뭘까. 대종상? 아니 그보다 한참 전에 권위가 땅에 떨어진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이다. 한해 동안 활약한 탤런트, 예능인의 노고를 기리는 시상식은 언제부터인가 그들만의 놀이가 됐다. 매년 공정성 논란이 일고, 시청자는 결과를 비웃는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문화방송>(MBC)은 “공동수상을 최소화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상의 권위를 높이겠다”면서, ‘10대 스타상’을 신설해 개수를 더 늘렸다.

권위 추락한 방송3사 연말 시상
분야 쪼개고 공동수상자 늘리고
1993년 각사 10명 미만이던 상
지난해 3사 합쳐 130명한테 남발

연기 못하고 시청률 낮아도
아이돌·톱스타면 무조건 수상
섭외하며 ‘대상’ 약속 의혹까지
선정규정도 입맛따라 바뀌어

지상파 시상식의 몰락은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외주 제작이 활성화되고 배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이다. 배우 섭외를 위해 삼고초려해야 하는 방송사들이 트로피를 고마움의 표현이나 섭외 용도로 활용하면서 시상식의 권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더 많은 이들한테 상을 주려고 분야도 쪼개고, 공동수상도 늘리는 것이다. 요즘은 누구를 줘야 하나 고민되면 그냥 다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 3사의 첫 연기대상 시상식이었던 1982년 ‘엠비시 연기대상’, 1987년 ‘케이비에스 연기대상’, 1993년 ‘에스비에스 연기대상’에서 수상자는 각각 10명 미만이었지만, 지난해는 3사 합쳐 약 130명(중복 수상자 따로 집계)이 받았다. ‘대상-최우수상-우수상-인기상-신인상’ 정도로 분류됐던 시상 분야도 <한국방송>(KBS)의 경우 2008년부터 미니, 일일극, 주간극(지금은 미니, 중편, 장편, 일일)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지난해 문화방송 ‘황금연기상’만 4명이고, 2009년 한국방송 우수상만 8명으로 3사 모두 공동 수상도 남발했다. <에스비에스>(SBS)는 신인상인 ‘뉴스타상’만 10명을 주고 연기상과는 별개로 따로 ‘10대 스타상’도 준다.

공정성도 상실됐다. 이 관계자는 “연기도 못하고 시청률도 안 좋았던 드라마에 출연한 거대 기획사 아이돌이나 배우, 톱스타는 무조건 상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문화방송은 <기황후>가 전체 50회 중 18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지원에게 대상을 줬다. 어렵게 섭외했기 때문이다. 2006년 고현정이 <대물>로 ‘에스비에스 연기대상’ 대상을 받을 당시에는 섭외 때부터 대상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에스비에스, 문화방송은 대상을 두명한테 주기도 한다.

규정도 입맛대로 바뀐다. 지난해 문화방송은 대상을 시청자 투표로 결정해 오디션 프로그램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올해는 대상에서 시청자 투표 규정을 없앴다. 에스비에스는 올해 <애인있어요>가 화제가 되자 전체 방영분의 70% 이상 방송돼야 후보가 되던 규정을 50%로 바꿨다.

배우 등 방송 관계자들도 지상파 시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김수현 작가는 2010년 화제가 됐던 <인생은 아름다워>가 시상식에서 ‘찬밥’이 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상은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상”이라며 “잔칫상 구색 맞추기 동원보다는 아예 찬밥이 깔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한 시상식의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던 한 남자 배우는 수상을 거부하고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배우는 “공동수상 거부하겠다는 말을 할 용기는 없어 그냥 받는다. 지상파 연기대상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진 시기에, 미국의 에미상처럼 3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공정한 평가를 하는 시상식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지상파 간부는 “3사 프로그램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백상예술대상이 있다. 우리는 우리들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런 인식 아래서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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