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사진 에스비에스 플러스 제공
SBS플러스 ‘현정의틈’ 기자간담회
일상 드러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일상 드러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2005년 드라마 <봄날>(에스비에스)로 컴백할 당시 고현정은 이렇게 말했다. “땅에 발을 디딘 느낌으로 다가서고 싶다.” 신비로운 이미지를 깨고 시청자와 좀 더 가깝게 호흡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고현정은 가까이 하기엔 먼 배우였다. 2009년 영화 <여배우들>에서 진짜인 듯 가짜같은 실제 성격을 내보이고, 2012년 토크쇼 <고쇼>(에스비에스)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그를 알기에는 부족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낱낱이 드러낸다. 15일 시작한 <에스비에스(SBS) 플러스>의 <현정의 틈, 보일락 말락>(화 밤 9시)에서다. 고현정이 출간하는 도쿄 에세이집을 홍보하는 차원도 있지만, 신비스런 이미지가 강했던 고현정의 제법 솔직한 일상과 이야기가 드러나 눈길을 끈다. <에스비에스 플러스>쪽은 “책 준비 과정 뿐만 아니라 과거 도쿄에서의 신혼 생활 등 인간 고현정의 진짜 모습을 낱낱이 쫓았다”고 밝혔다.
첫 방송에 앞서 15일 오후 3시 상암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고현정은 작정한 듯 솔직했다. 도쿄에서 촬영한 이유를 묻자 “결혼해서 실제적으로 처음 생활을 시작했던 곳이 도쿄이다. 두 아이들과의 추억도 있고 그래서 도쿄를 택했다. 앞으로 8번 이상 여행책을 낼 생각인데, 도쿄가 마음에 계속 남아 있을까봐, 그냥 가보고 추억하고 마주해보고 그러자 생각해서 가게 됐다”고 말했다. 두 아이에 대해서는 “내 안에서 아이들은 자라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슬프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단다. 화도 냈다. “이걸 왜 해야 하나, 안 좋은 이미지로 나가지 않을까 불안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하게 된다. 대놓고 촬영하는 전형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는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까지 따라온 제작진의 열정에 마음이 움직여 자신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내가 철이 들어서 다행이에요.”
시청자들한테 친근한 배우가 사랑받는 요즘 분위기도 결심에 한 몫 한 듯 보인다. <고쇼>에서 이루지 못했던 바를 성취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고쇼>는 시청자와 자주 밀접하게 만나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창구라 즐거웠지만, 내 그릇이 작다는 한계를 느꼈다. 요즘 프로그램을 보면서 게스트를 위해 내가 무조건적인 배려와 리액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현정 때문에 많이 웃었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많이 내려놓은 듯 한결 편안해 보였다. 기자간담회 분위기가 딱딱하다고 생각했는지, 재치있는 답변으로 알아서 분위기를 돌리려 했다. 다음 여행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사주를 봤는데 내겐 더 이상 남자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는 사랑이 가득한 나라로 가고 싶어요. 날이 따뜻해지면 스웨덴 같은 곳을 가보면 어떨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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