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용 개그공연 ‘쇼그맨’ 5인방
김원효, 정범균(외부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포스터 얼굴로 대치), 박성호, 김재욱, 이종훈(왼쪽부터) 등 개콘 5인방은 극장용 개그 공연 ‘쇼그맨’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내년 2월부터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교민들을 상대로 해외 공연도 할 예정이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무대세팅도 직접 하며 공연 꾸려
매진 행렬…내년엔 해외 공연도
“수입 반토막, 공연 자체가 즐거워” 데뷔 20년 차인 박성호를 비롯해, 김원효, 김재욱, 정범균, 이종훈이 소품 하나까지 직접 챙기며 직접 만든 극장용 개그 공연 ‘쇼그맨’이 화제다. “공연에 대한 갈망이 컸던” 다섯명이 7월부터 준비해 9월12일 서울 윤형빈 소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첫 공연부터 ‘대박’이 났다. 매진 행진을 기록했고, 여기저기서 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박성호는 “내년 2월부터는 미주 6개 도시(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아틀랜타, 휴스턴, 달라스)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멜버른) 뉴질랜드(오클랜드)에서도 공연한다”고 했다. 이들의 공연을 본 해외 교민 관계자가 연결시켜줬다고한다. 해외 교민들이 대상이지만, 개그맨들이 창작 개그 공연으로 해외에 가는 건 이례적이라 주목된다. ‘쇼그맨’은 약 90분 동안 콩트 등 다양한 개그 꼭지를 선보인다. 실제로 본 ‘쇼그맨’은 촘촘한 구성과 다양한 꼭지로 지루하지 않는 ‘한국식 개그 공연’을 만들어냈다. <개그콘서트>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극장용 개그 공연 바람은 1~2년 전부터 불고 있지만, 시도 자체의 의미에 견줘 콘텐츠의 질은 아쉬웠다. 대부분이 여러 코너를 선보이고 노래를 부르고 관객을 불러내어 함께 무대를 꾸미는 식이다. ‘쇼그맨’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코너의 배치나 시간, 관객이 무대에 서는 비중까지 고민한 짜임새 있는 구성은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게 했다. 영상을 활용해 코너 중간에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쇼그맨’의 인기에는 박성호를 주축으로 한 베테랑 개그맨들의 초심으로 돌아간 노력이 있었다. 나름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들인데, 밖에서는 다들 “데뷔 전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시절로 돌아갔다”고 입을 모은다. 스태프 두명이 음향과 조명을 번갈아 맡는 것을 제외하고 무대 세팅도 직접 한다. 사비를 털어 공연장을 잡고 소품도 직접 구했다. 김원효는 “동대문 새벽 시장에 가서 의상을 직접 구입하고 스케쥴도 직접 짠다”며 웃었다. 지방 공연 때는 운전도 직접 한다. 정범균은 “몸은 힘들지만, 신인 시절 초심으로 돌아간 듯 으샤으샤하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성호는 “개그를 20년간 하다보니 아이디어도 바닥나고 영감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개그맨으로서 리프레시가 필요했는데, 공연하면서 개그맨으로서의 나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쇼그맨’은 티브이 개그프로그램의 하락세와 맞물려, 이제 막 불기 시작한 극장용 개그 공연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티브이 공개프로그램에 집중하던 개그맨들이 개그 시장이 공개코미디에 갇혀 있는 현실에 불안함을 느끼며 공연장에 발을 디디고는 있지만, 일부에 국한된 게 사실이다. 이들은 “‘쇼그맨’이 성공하면서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효는 “티브이에서는 공개 코미디를 선보이고, 무대 밖에서는 티브이에서 할 수 없는 기발한 시도를 할 수 있다. 티브이와 함께 극장용 개그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 개그가 더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견줘 그들이 ‘가져가는 것’은 별로 없다. 공연 수입을 묻자 다들 “예전에 견줘 절반밖에 못 번다”면서 “그래도 공연하는 그 자체가 너무 즐겁다”고 웃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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