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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노골적 간접광고 예능에까지 ‘넘실’

등록 2015-12-03 19:36수정 2015-12-04 10:27

짬뽕 라면 먹으며 “완전 중국집이야”
‘나를 돌아봐’ 출연진 라면 홍보멘트
‘무한도전’도 짜왕 끓여먹는 설정
“콘텐츠가 자본에 잠식돼선 안돼”
예능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가 갈수록 노골적이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맛짬뽕’을 홍보한 <나를 돌아봐>(한국방송2)와 ‘짜왕’을 등장시킨 <무한도전>의 한 장면. 각 프로그램 갈무리
예능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가 갈수록 노골적이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맛짬뽕’을 홍보한 <나를 돌아봐>(한국방송2)와 ‘짜왕’을 등장시킨 <무한도전>의 한 장면. 각 프로그램 갈무리
#장면1/개그맨 박명수와 가수 홍진영, 유재환, 탤런트 김수미가 녹음실에 앉아 노래 연습을 한다.

#장면2/출출하다며 ‘맛짬뽕’을 끓여 먹으면서 박명수가 말한다. “라면이 완전 중국집이야. 완전 똑같아.”

#장면3/홍진영과 유재환도 거든다. “완전 꼬들꼬들해. 라면도 맛있고 김치도 맛있으니까 술술 들어가네.”

농심 ‘맛짬뽕’ 광고일까? 지난달 20일 방송된 <한국방송>(KBS2)의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의 한 장면이다. 공영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이지만, 시에프를 연상케 하는 노골적인 간접광고(피피엘·PPL)를 담았다. 라면과 스프를 넣는 장면을 각각 확대한 것도 모자라, 출연자들이 돌아가며 홍보 멘트를 했다. ‘맛짬뽕’ 광고 관계자는 “‘중국집 짬뽕맛’과 ‘면발이 좋다’는 콘셉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티브이 방송의 간접광고가 도를 넘고 있다. 간접광고는 2010년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됐는데, 최근 드라마를 넘어 예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예능의 간접광고는 리얼 버라이어티 등의 자연스러운 상황에 녹아들어 시청자들이 설정 여부를 알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드라마보다 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간접광고 노출 방식도 갈수록 노골적이 되고 있다. <슈퍼스타케이>(엠넷)처럼 단순히 심사위원석에 음료수를 올려두던 것을 넘어 내용의 일부로 들어오고 있다. <무한도전>은 지난 5월2일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무인도에서 생활하는 기획을 내보내면서, 농심 ‘짜왕’을 끓여 먹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멤버들이 한명씩 나와 짜왕과, 냄비, 성냥, 물 중에서 하나를 택해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다. <무한도전>‘배달의 무도’ 편도 제목이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 간접광고였다. 제목과 로고 모두 비슷하게 만들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드라마와 상품 노출 시간(프로그램 시간의 5% 이내)은 같지만 노출 빈도는 더 잦은 예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주인공이 내내 커피숍에서 앉아 있을 수는 없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심사위원석이 비칠 때마다 음료수가 반복해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피디는 “<무한도전>처럼 ‘짜왕’ 제품은 잠깐 나오지만, 설정 자체가 라면을 끓여 먹는 미션이라 짜왕이 계속 머릿속에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같은 리얼버라이어티 육아 예능을 보면 간접광고 제품을 평소에 실제로 사용하는 것처럼 착각해 따라 사게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행지나 장난감, 교재 등은 대부분 간접광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5월 간접광고가 허용된 이후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은 첫해 29억8000만원에서 2013년 336억3000만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케이블방송(종편 제외)도 같은 기간 22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었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프로그램의 2013년 1~9월 간접광고 매출액을 보면, 1위 <무한도전>(15억4500만원·53건)을 비롯해 예능이 전체 10위 중에 6개를 차지했다. 간접광고 관련 제재 건수도, 지상파 3사의 경우 2010년 14건에서 2013년 62건으로 치솟았다.

방송사들은 규정에 허용된 선 안에서 간접광고를 한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골적 홍보가 오히려 시청자들한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콘텐츠가 자본에 의해 잠식당해서는 안 된다. 피피엘은 안 하는 게 좋지만, 꼭 해야 한다면 제품 홍보가 출연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식의 노골적인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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