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임신’ 별명 붙은 배우 지진희
‘애인 있어요’서 절절한 감성 표현
유아인·소지섭·류준열·유승호 등
요즘 드라마 남자주인공은 홑꺼풀
무뚝뚝·다정 캐릭터 소화하기 용이
쌍꺼풀 눈보다 남성적 느낌 주기도
‘애인 있어요’서 절절한 감성 표현
유아인·소지섭·류준열·유승호 등
요즘 드라마 남자주인공은 홑꺼풀
무뚝뚝·다정 캐릭터 소화하기 용이
쌍꺼풀 눈보다 남성적 느낌 주기도
최진언이 눈을 뜬다. 병원 침대 옆에 나란히 누워 잠든 도해강을 바라본다. “멀리 헤어져 있어도~♬ 모든 게 변해가도~♬” 때마침 가수 류의 ‘세월’이 깔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탄식이 터져 나온다. “아! 그런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도해강의 대사가 아니다. 도해강을 바라보는 최진언의 눈빛에 매료된 일부 시청자들의 나도 모를 독백(덧글)이다.
드라마 <애인 있어요>(에스비에스)에서 최진언을 연기하는 지진희의 눈빛이 화제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를 향한 애절하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애틋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고 있다. 눈빛만 봐도 너무 설렌다는 뜻을 과장되게 표현한 ‘눈빛 임신’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설렘유발자’ ‘심장폭행남’ 등 온갖 수식어가 눈빛에 붙는다. 지진희는 에스비에스 쪽을 통해 “이런 수식어를 언제 들어볼 수 있겠는가. 멜로 연기를 제대로 선보이고 싶었다. 진언을 연기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지진희의 눈빛은 <애인 있어요>의 모든 막장 요소를 상쇄시킨다. 따지고 보면 <애인 있어요>에는 불륜에 기억상실증에 출생의 비밀까지 한국 드라마의 뻔한 설정이 모두 등장한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가 막장이라고 비판받지 않는 이유를 한 시청자는 “도해강을 바라보는 최진언의 눈빛이 너무 절절해서 그냥 그 눈빛에 몰입하다 보면 다른 모든 황당한 설정들은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눈빛이 유독 애절하게 느껴지는 데는 쌍꺼풀 없는 눈의 매력 덕이 크다. 에이블성형외과 이진규 원장은 “쌍꺼풀이 없으면서 눈꼬리 쪽이 올라가 있지 않은 배우들은 좀더 깊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 류준열, 지진희…홑꺼풀이 대세 쌍꺼풀 없는 남자들의 촉촉한 눈빛이 안방극장을 홀리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에스비에스)의 유아인, <마을>(에스비에스) 육성재, <오 마이 비너스>(한국방송2) 소지섭 등 방영 중인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와 주말드라마 중에서 두세편을 제외하고 남자 주인공이 모두 홑꺼풀이다. 차세대 스타로 손꼽히는 <응답하라 1988>(티브이엔)의 류준열에 26일 청룡영화제 남자신인상을 탄 최우식 등 최근 뜨는 남자 배우들 중에도 홑꺼풀이 많다. 2014~2015년 평일 미니시리즈 중에서 쌍꺼풀이 있는 배우는 <용팔이>주원 등 서너명에 불과하다. <리멤버>(에스비에스)의 유승호, <함부로 애틋하게>(한국방송2) 김우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스비에스) 이진욱 등 방영을 앞둔 지상파 미니시리즈도 대부분 홀꺼풀의 남자가 꿰찼다. 돌파연기학원의 민헤만 원장은 “수강생 중에도 수년 전만 해도 쌍꺼풀 짙고 부리부리하게 ‘잘생긴 얼굴’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개성적으로 생긴 얼굴이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짙은 쌍꺼풀을 풀러 오는 남자들도 있다”(이진규 원장)고 한다.
■ ‘츤데레’ 뜨니 홑꺼풀 뜬다 홑꺼풀 배우들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홀대’받았다. 이정재 등 일부였다. 최다니엘도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데뷔할 때만 해도 쌍꺼풀 있고 부리부리한 외모가 대세였다”고 말했다.
쌍꺼풀 없는 촉촉한 남자들이 대세가 된 이유는 뭘까. 홑꺼풀 윤두준이 주인공으로 나온 지난해 <식샤를 합시다>(티브이엔)를 연출한 박준화 피디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 변화에서 찾는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과거 마초에서 따뜻한 남자로 변화됐는데 최근에는 두 성격을 모두 가진 틱틱대면서 잘해주는 이른바 ‘츤데레’ 캐릭터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쌍꺼풀 없는 눈은 시크한 남자다움을 나타내면서도 내면의 따뜻함을 은근히 드러낸다.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등 남자의 다양한 매력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상속자들>김우빈이나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 등 홑꺼풀 배우들의 상당수가 ‘츤데레’ 캐릭터로 분했다. 류준열은 극중 친구이자 좋아하는 덕선(혜리)이 비를 맞자 별 말 없이 다가가 슬쩍 우산을 씌워주는 식의 태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박준화 피디는 “윤두준처럼 홑꺼풀 배우들이 나이에 견줘 좀더 남자다워 보이는 느낌도 줘 연상 시청자한테까지 동생이 아닌 남자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관상학적으로도 그렇다. 블로그 ‘전갈여자의 별자리 운세창고’를 보면 “유승호의 눈빛이 나이에 비해 어른의 눈빛을 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태양의 후예>함영훈 팀장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배우들의 외모도 틈새시장을 찾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여자들이 홑꺼풀의 남자를 좋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 5월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눈이 매력적인 연예인’을 조사했더니 김수현(51.2%)이 1위, 송중기(28%)가 2위를 차지했다. 박준화 피디는 “드라마 주요 시청층인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자 배우들을 섭외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쌍꺼풀 없는 남자 배우들이 많이 캐스팅된 우연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촉촉한 눈빛도 연기력! 물론 홑꺼풀이라고 모두 촉촉한 눈빛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스이이(SEE) 삼성안과 김현민 기획부장은 “기본적으로 검은 눈동자가 크고 흰자가 깨끗해야 한다. 눈이 건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희의 소속사인 에이치비(HB) 전선화 홍보팀장은 “지진희는 원래 눈망울이 크고 촉촉한 편이다. 감독님들이 그런 눈이 감정 표현에 효과적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지상파 드라마를 촬영 중인 한 스태프는 “눈동자가 크면 빛을 반사하는 면적이 커서 화면에는 더 초롱초롱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쌍꺼풀 없이 눈동자가 다 드러나도록 눈 크기만 키우는 눈매교정술도 인기다. 포털사이트에는 “촉촉해지고 싶은데 검은 눈동자를 키우는 수술은 없느냐”는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촉촉한 눈빛을 만들려는 남모를 고충도 있다. 오래전 드라마에 출연한 한 배우의 매니저는 “밤샘 촬영이 많다 보니 틈나면 눈을 감고, 눈이 쉴 수 있게 한다.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촉촉한 눈빛을 짓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인은 역시 연기력이다. 민헤만 원장은 “연기 중에 가장 어려운 게 눈빛 연기다. 말과 행동이 아닌 눈빛만으로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드러내려면 연기 내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선화 홍보팀장은 “지진희 역시 오랜 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것 외에 눈빛을 위한 다른 연습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사들>(문화방송) 등을 연출한 이태곤 피디는 “쌍꺼풀이든 홑꺼풀이든 중요한 건 연기력”이라고 했다.
촉촉한 홑꺼풀은 캐릭터의 복합적 면모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쌍꺼풀 없는 눈이 선악을 모두 가진 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쌍꺼풀 없는 눈을 보면 그 안에서 뭔가를 끄집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주기 좋은 눈”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은 자신의 홑꺼풀 눈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눈에 쌍꺼풀이 없다 보니 카메라의 각도와 조명 등 빛에 따라서 얼굴의 윤곽이 달라 보이는 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