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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연예인 마음의 병

등록 2015-11-17 21:02수정 2015-11-18 08:51

불안장애 활동중단 정형돈 등
2~3년새 20여명 증상 밝혀
“정기 상담 등 체계적 대책 필요”
연예인들은 왜 마음이 아플까. 정형돈이 불안장애로 12일 방송 활동을 중단했고, 올해 초 김구라도 공황장애로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예계 안팎에서 나온다.

배우 박진희가 2009년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따른 연구’를 보면, 연기자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스스로 공황장애라고 밝힌 연예인만 이경규, 장나라, 이병헌 등 20명이 넘는다. 연기자들의 마음의 병은 일반 시청자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는 61만429명(2014년 기준)이다.

연예인들의 마음의 병 문제는 2005년 배우 이은주가 스스로 세상과 이별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등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우울증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됐다. 2008년 가수 쿨이 연예인 우울과 자살 방지를 위한 모임 ‘엔돌핀’을 발족하는 등 연예인들 스스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에스엔에스(SNS) 등 갈수록 대중에 노출되는 창구가 많아진 것이 병을 키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배우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 국민이 파파라치처럼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 감시당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표정이라도 굳으면 바로 에스엔에스에 비난 글이 올라간다”고 했다. 스포트라이트 속에 사는 상황은 공허함을 키운다.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성공 이후에 허탈함에 빠지기 쉽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연예인들처럼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졌다가 다시 가라앉게 되는 ‘성공 후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잦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배우 이병헌은 방송에서 “<아름다운 날들>을 하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갑자기 나 혼자 화장실만한 공간에 갇힌 느낌을 받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어렵게 찾은 인기가 언제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그것이 한꺼번에 사라졌을 때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얘기다. 차태현도 방송에서 “2004년 <황태자의 첫사랑>시청률이 떨어지자 공황장애가 다시 시작됐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휴식이 간절함에도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연예계 문화가 마음 추스를 겨를을 주지 않는다.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1년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정신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예인 심리상담은 2011년 40건에서 2012년 46건, 2013년 107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최근에는 일부 소속사에서 자체적으로 예방과 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역 배우가 ‘왕따’ 등 힘든 장면을 촬영하면 사전에 상담을 통해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우가 원할 경우에만 상담을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소문이 두려워 선뜻 요청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연예계 데뷔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추세여서, 좀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승욱 심리상담분석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위태로운 순간에 도움을 청하는 데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사 차원에서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상담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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