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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언니들의 독한 ‘랩’…결국은 예뻤다

등록 2015-11-16 18:50

사진 왼쪽이 트루디. 사진 엠넷 제공
사진 왼쪽이 트루디. 사진 엠넷 제공
엠넷 ‘언프리티랩스타2’ 종영

힙합신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여자 래퍼들 인지도 높였지만
고정관념 넘는 데는 ‘한계’ 보여
“슈퍼모델 서바이벌 방송 같아”
여자 래퍼는 굴착기 기사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다. 힙합 오디션 <쇼미더머니4>에서 여자는 어디에 있었나? 4차 게릴라 미션, 서출구가 마이크를 양보하면서 탈락한 그때, 마지막 여성 래퍼(유리)도 탈락했다. 마이크를 쫓아다니며 안간힘을 쓰다 결국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가사를 우물거리고 말았다. 남성 래퍼들 사이에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 힙합신의 여성 래퍼의 모습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례적으로 여성 래퍼들의 경쟁을 담은 엠넷의 <언프리티랩스타>가 화제를 뿌리며 두 번째 시즌(이하 <언랩2>)을 13일 완료했다. <언랩2>는 트루디, 헤이즈, 키디비라는 언더그라운드의 여성 래퍼 존재를 알렸고, 원더걸스의 유빈, 피에스타의 예지, 포미닛의 전지윤 등 걸그룹의 래퍼를 부각시켰다. 노래 잘하는 씨스타의 효린은 래퍼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았고, 아이돌 기획사의 연습생 수아나 엑시도 인지도를 올리는 데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

<언랩2>는 복잡한 지형 속에 자리잡고 있다. 방송사 자장 안에 있으면서도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는 산업(아이돌)과 싸우거나 시스템(방송사)을 디스(비판)한다. <언랩2>의 여성 래퍼들은 한발 더 나아가 남자들과도 싸운다. “남자인 척하는 것 싫어요. 끼 부리는 래퍼들 싫어요. 깡총깡총하는 래퍼들 싫어요.”(애쉬비) 프로그램은 제목에서부터 ‘언프리티’한 것을 내세웠고 콘셉트도 ‘강함’이다.

헤이즈의 2번 트랙 미션의 가사는 이렇다. “나는 클럽에 가면 반칙 처음 봐 이런 몸매 네가 남자여도 난 안 져 똥깨들 쭈쭈 너희 잘 하면 내가 상 줘.” 예지는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랩을 한다. “겉으로는 걱정하듯 항상 말하잖아. (…) 랩을 한단 이유로 까던 **들 손에 걸레를 쥐고 키보드를 치고 아무리 날 욕해봐도 안 되잖아.” “근데 누가 날 주연으로 바꿔놨어 결국 지금 이건 나를 위한 드라마 뗐다 붙였다 니네 맘대로 다 해 봐.” 아이돌 유빈은 19금 가사를 읊는다. “정상을 지키는 건 지겹지만 위에 오르는 건 내 전문분야 (…) 내 위는 없어 깔아 보내 널.”

이런 도전은 성공했을까?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에선 뮤지션들도 자기 안과 밖에서 고정관념과 싸우고, 제작진도 고정관념에서 헷갈려한다”며 “하지만 음악프로그램이기보다는 ‘도전 슈퍼모델’ 류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았다”고 말한다. 고정관념에 도전한 의미는 컸으나, 아직은 한계도 분명해 보였다. ‘언프리티’ 래퍼들은 실제로는 예뻤고, ‘여자’들처럼 싸웠다. 이런 게 불편해 음악평론가 박준우(블럭)는 시즌2는 보지 않았다. “랩을 듣고 싶었고 어떤 음악을 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그런 걸 볼 수 없었다. 여자들 특성이란 게 싸우고 질투하는 게 다가 아닌데 그런 것을 부각해 드라마처럼 몰고 갔다.”

힙합신에서의 특징이 ‘스왜그’(Swag·스스로 뽐내고 으스대는 모양)이다. “누가 우승할까요?”라고 물을 때 “제가 되면 좋지만 언니가 되어야죠” 같은 겸손을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다. 힙합의 아이들은 곧 죽어도 “내가 이긴다”고 뽐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이 좋은 ‘재료’는 힙합 문화와 상관없이 상존할 것이다. 하지만 강일권 <리드머>편집장은 프로그램 자체에 회의적이다. “여자 래퍼가 부각이 안 된 건 잘하는 래퍼가 없어서다.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방송국이 나서서 그런 문화를 선도해서 성공할 수 없다.”

<언랩2>래퍼들은 11월 28일 오후 4시와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합동 콘서트를 연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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