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그녀는 예뻤다’ 안세하 “사이코패스역 하고파”

등록 2015-11-08 20:09수정 2016-05-01 23:21

본명은 안재욱이다. 동명의 선배가 있어 2013년 영화 <밤의 여왕> 촬영 전 안세하로 바꿨다. ‘세상 세’에 ‘물 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배우 안세하가 지난 4일 <한겨레> 사옥 옥상정원에서 갈대 속에 녹아들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본명은 안재욱이다. 동명의 선배가 있어 2013년 영화 <밤의 여왕> 촬영 전 안세하로 바꿨다. ‘세상 세’에 ‘물 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배우 안세하가 지난 4일 <한겨레> 사옥 옥상정원에서 갈대 속에 녹아들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연이 주연이다
“아유, 멋있는 척, 있는 척 연기하려니까 힘들었어요.”

<그녀는 예뻤다>(문화방송) 1회부터 양념처럼 깔려 재미를 더했던 ‘재벌 아들 찾기’의 주인공은 ‘김풍호’였다. 효자손을 들고 다니고 수염도 안 깎는, 대학 복학생 선배 같았던 김풍호가 재벌 아들이란 사실은 시청자의 ‘후두부’를 살짝 두드리며 반전의 재미를 줬다. 김풍호를 연기한 안세하는 지난 5일 오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끝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고 보안을 지켰다. 그래놓고는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6일 통화에서 “정말 반전이지 않았느냐”며 반은 통쾌하다는 듯, 반은 겸연쩍다는 듯 웃었다.

반전의 남자를 연기한 이 남자도 반전이었다. 서글서글한 동네 형 같은 김풍호와 달리 실제로 만난 안세하는 의외로 낯을 가리는 수줍음 많은 청년이었다. 게다가 1986년생, 만으로 스물아홉. <그녀는 예뻤다>에 함께 출연한 황정음(30)보다도 어리다. “다들 생각보다 어리다고 놀라세요. 스태프들이 말을 안 놓으세요.” 맡는 배역마다 존재감이 묵직해 데뷔 10년은 된 줄 알았더니 드라마는 2013년 <우와한 녀>(티브이엔)로 데뷔한 이제 3년차 배우다. “이 또한 반전이죠? 원래 반전을 좋아해요.”

발라드 연습하다 트로트 노래 발표
뮤지컬 MC서 배우로…인생도 반전

“독특한 캐릭터 질릴까 늘 고민”
3년만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구축

애드리브 3개 버전 연습하는 노력파
“사이코패스 역 도전해보고 싶다”

안세하는 <용팔이>(에스비에스), <그녀는 예뻤다>까지 2015년 화제의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 잘하는 조연으로 우뚝 섰다. “예전에는 ‘그 사람’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만식’(<용팔이> 캐릭터)이나 ‘풍호’라고 부르거나 본명도 많이 불러준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배우가 된 뒤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에도 출연했다. 연기 잘하는 조연들이 오랜 무명을 거친 것에 견주면 빠른 성장이다. “알아보시면 부끄러워서 도망가요.”

2013년 <우와한 녀> 데뷔, <투윅스>, <미래의 선택>, 2014년 잊지 못할 <신의 선물 - 14일>, <유혹> 2015년 높은 시청률 <용팔이>, 재벌 2세 깜짝 반전 배역 <그녀는 예뻤다>
2013년 <우와한 녀> 데뷔, <투윅스>, <미래의 선택>, 2014년 잊지 못할 <신의 선물 - 14일>, <유혹> 2015년 높은 시청률 <용팔이>, 재벌 2세 깜짝 반전 배역 <그녀는 예뻤다>
데뷔 3년 만에 존재감을 과시한 데는 그만의 색깔 있는 연기가 한몫했다.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연기하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 같은 자연스러움이 장점이다. 평범함이 오히려 튀는 배우들 사이에서 특색이 됐다. 그래서일까, <우와한 녀>에서 장교를 모시는 상병으로 잠깐 등장했는데, 첫 작품부터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신의 선물> 형사, <용팔이> 사채업자, <투윅스>의 고아원 출신 카센터 종업원까지 “쉬지 않고 작품이 줄을 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구수한 사투리는 어느새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2011년부터 뮤지컬과 연극 등에 꾸준히 출연해 기본기를 다졌다. 그는 “운이 좋았다”지만, 드라마 관계자들은 “노력하는 배우라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점”을 높게 산다. 그도 “대본이 나오면 손으로 따로 옮겨 적으면서 연구한다. 이 감정이 왜 나왔고, 어떤 이유에서 이런 말을 하는지 등을 스스로 생각해서 이유를 옆에 적어놓는다”고 했다. 애드리브도 미리 세가지 버전으로 준비해 간단다. 이런 준비로 소위 ‘신을 잘 따먹는 배우’라고도 불린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분위기 망치는 노래를 부르는 설정’에서 고심 끝에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어요. 최시원씨가 실제로 곧 군대에 가잖아요.” 실제인지 드라마인지 모를 장면들로 별 것 아닌 신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마음껏 창조하는 재미를 알게 해준 게 <신의 선물>이에요. 최란 작가님과 이동훈 피디님한테 정말 감사해요. 저런 배우가 돼야지 생각했던 조승우 형과도 함께 연기하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러나 확실한 캐릭터가 오히려 배우에겐 독이 될 수 있다. 그점 또한 잘 알고 있으니, 영리한 배우이기도 하다. “독특한 캐릭터는 기억에 남을 수 있지만 금방 질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안 질리려면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경남 창원 출신인 그는 “사투리를 표준말로 고쳐 연기하려니 감정 표현이 잘 안됐다”며 “차라리 사투리를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자고 역발상을 했다”고 말했다.

“어울리지 않게 외아들”에 “부모님과 하루에 4~5통 전화”할 정도로 애교쟁이다.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요. 아버지가 군대에 있을 때 편지를 200통이나 보내셨어요.” 그런 아버지가 반대하는 배우가 된 과정도 ‘반전’의 연속이다. 제대 뒤 사촌형이 있는 뉴질랜드에 가려다 공황장애가 심해 시험 삼아 버스를 타고 서울 구경을 왔단다. 63빌딩에 갔다가 우연히 공고를 보고 가수 오디션을 봤고, 일주일 뒤 합격 전화가 왔다. 발라드 가수 데뷔를 준비했는데, 노래는 트로트가 나왔단다. “얼굴이 이래서.” 접고 고향에 내려가려다 뮤지컬 <비처럼 음악처럼> 사전 엠시와 코러스를 맡게 됐고, 배우가 펑크 나서 대신 출연한 게 계기가 되어 여기까지 왔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없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욕심은 없다지만, 배우로서 갈망은 있다. “사이코 패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끝이 아니다. “<나혼자 산다>에도 나가고 싶어요.” 끝까지 반전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