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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코미디 전용관 전국 곳곳에 퍼졌네

등록 2015-10-25 21:52수정 2015-10-26 17:24

“대체, 이 무모한 도전을 왜 하려는 거야?”

화살 같은 반응들이 마구 날아왔다. 5년 전 개그맨 윤형빈이 코미디 전용 극장을 차리겠다고 나섰을 때다. 2000년대 초 한동안 붐을 일으켰던 코미디 극장들이 다시 파리를 날리던 상황이었다. 22일 만난 윤형빈은 “연말이나 특집 공연으로 코미디를 선보이기는 했지만, 코미디를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사그라든 때였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코미디가 발전하려면 극장 문화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무모한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사비를 털어 2011년 부산 경성대 앞에 소극장을 냈다. 두어달 힘든 기간을 거쳤지만, 기어이 올해 서울 홍대점을 새로 낼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부산점은 개관 3년 만인 지난해 소극장 최단기간 2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우후죽순 솟아났던 코미디 전용관들이 문을 닫거나 적자를 면치 못하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개그계에선 ‘윤형빈 소극장’의 정착을 보며 한국 코미디 공연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미디 극장’ 비웃던 게 5년 전
서울·청도·제주까지 전국 10곳
개그맨들 방송개그 침체 겪으며
방송 벗어난 자체 콘텐츠 개발
김기리·신봉선 등 극장서 배출

서울

▶웃찾사 전용관
성동구 엔터식스 한양대점 지하 2층
(02-747-9002)
▶웃찾사 전용관 성동구 엔터식스 한양대점 지하 2층 (02-747-9002)

▶대학로/갈갈이홀
종로구 동숭동 1-100 (02-3661-8802)
▶대학로/갈갈이홀 종로구 동숭동 1-100 (02-3661-8802)
■ 방방곡곡 코미디쇼

현재 전국의 코미디 전용관은 열곳 정도다. 서울연극센터는 “코미디 전용 극장이라고 따로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는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개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에만 ‘갈갈이홀’ ‘윤형빈 소극장’ ‘웃찾사 전용관’ 등 4곳이 있고, 청도에 ‘철가방극장’, 아산에 ‘쇼타임 코미디홀’, 제주에 ‘옹알스 전용관’이 있다. 부산에는 ‘윤형빈 소극장’, ‘허둥극장’, ‘키다리 소극장’ 3곳이다. 김원효도 1~2년 뒤 완공을 목표로 포항에 코미디 전용 극장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굿시어터’나 ‘키득키득아트홀’처럼 전용 극장은 아니지만, 코미디 공연을 많이 선보이는 곳도 있다. 공연장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논버벌 퍼포먼스 개그팀 옹알스의 채경선은 “전용 극장 공연은 심의 등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은 소재를 선보일 수 있어 개그의 다양화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개그 기획사인 ‘요시모토흥업’도 오사카와 도쿄 극장을 중심으로 코미디붐을 형성했다.

▶김대범 소극장
마포구 서교동 338-36번지 이지플러스 오피스텔 B1 (02-324-1421)
▶김대범 소극장 마포구 서교동 338-36번지 이지플러스 오피스텔 B1 (02-324-1421)
코미디 전용 극장은 공개 코미디가 인기를 끈 2000년대 초 한차례 붐이 일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2003년)의 컬투가 2000년대 초 대학로에 ‘컬투홀’을 열었고, <개그콘서트>(1999년)의 박준형이 2004년 ‘갈갈이홀’을 개관했다. 이후 허동환이 2007년 신촌에 ‘허둥홀’, 김대범이 비슷한 시기 ‘김대범홀’ 등을 열기도 했지만, 예전만큼의 흐름을 회복하진 못했다. 그랬던 것이 2011년 이후 ‘윤형빈 소극장’, ‘철가방극장’ 등이 생겨나면서 다시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서울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부산, 제주, 아산 등 다양한 지역에 분포된 것도 이채롭다. ‘윤형빈 소극장’ 부산점을 운영하는 김영민은 “공연 문화를 접하기 힘들었던 곳을 선택하는 등 대학로 집중에서 벗어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윤형빈 소극장 
마포구 서교동 364-31 (02-6383-1003)
▶윤형빈 소극장 마포구 서교동 364-31 (02-6383-1003)

아산

▶쇼타임코미디홀
도고면 아사만로 171 (041-542-5145)
▶쇼타임코미디홀 도고면 아사만로 171 (041-542-5145)

■ 콘텐츠 개발, 신인 양성 ‘핵심’

예전엔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였던 것을 극장에서 그대로 반복하는 등 창작 시도가 드물었지만, 요즘 코미디 전용관은 100% 창작물을 내놓는다. 방송에 얽매이지 않고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윤형빈 소극장’은 자체 개발한 <관객과의 전쟁>을 선보이는 중이고, 김원효 등이 나오는 창작물 <쇼그맨>은 한국을 넘어 미국 공연까지 예약된 상태다. 류근지 등이 만든 <이리오쇼>처럼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어 함께 ‘즉석 콩트’를 하거나, <옹알스쇼>처럼 말을 하지 않고 비트박스, 동작 등을 활용해 웃음을 주는 등 공개 코미디와는 다른 색다른 공연이 인기를 모은다. <변기수의 뉴욕쇼>는 신랄한 욕을 퍼부어대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옹알스의 채경선은 “과거에는 공연장에서 선보인 뒤 반응이 좋으면 공개 코미디에 내보내는 식으로, 방송을 위한 검증 무대로 삼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공연장을 위한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유명 개그맨들이 연극 무대에 적극적으로 오르는 것도 달라진 양상이다. 류근지는 “티브이에 나오지 않고 극장을 주요 무대로 활동하면서도 성공한 옹알스를 보면서 개그맨들 사이에 내 콘텐츠를 갖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 전용관의 활성화는 다양한 개그를 선보일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개그맨들 스스로 개그의 미래를 빚어간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때 20%를 넘나들던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10%에 머무는 등 개그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개그맨들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나선 것이다. 허동환은 “극장은 개그 양성소가 될 수 있다. ‘허둥홀’에서 김기리, 서금천, 최수락 등 개그맨들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철가방극장’도 공연장을 개관하기 이전부터 개그맨 지망생을 모집해 2년 동안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신봉선, 안상태, 황현희 등이 이곳 출신이다.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키다리 소극장’ 정주민 대표는 “과거 코미디 전용 극장 단원들이 돈도 못 받고 일하는 등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갈갈이홀’ 출신인 윤형빈은 “선배들이 다시 개그를 선보이는 무대를 마련하는 등 전용관을 전진기지 삼아 다양한 개그 발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형빈은 연말 <이경규쇼>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섣부른 따라하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사비를 들여 공연장을 냈지만, ‘윤형빈 소극장’ 등 몇 곳을 빼면 아직 적자다. 한때 2관까지 운영했던 ‘컬투홀’도 여러가지 이유로 문을 닫았다. 윤형빈은 “개그맨 이름값에 기대었다가는 실패한다. 직접 거리에 뛰쳐나가 발품 팔아 홍보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퀄리티 높은 작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저도 극장을 내기 전 수시로 일본에 들락거리며 끊임없이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포항

“곧 만나요”
“곧 만나요”

청도

▶철가방극장
풍각면 성곡리 581 (054-373-1951)
▶철가방극장 풍각면 성곡리 581 (054-373-1951)

부산

▶키다리 소극장
중구 남포동 5가 1-1 4층
(010-4630-8706)
▶키다리 소극장 중구 남포동 5가 1-1 4층 (010-4630-8706)

▶허둥극장
남구 대연3동 39-18 (1800-5567)
▶허둥극장 남구 대연3동 39-18 (1800-5567)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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