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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삼시세끼가 그냥 나온 줄 아니?

등록 2015-10-20 20:47

예능 제목, 성공의 법칙
문제 하나, <대추나무 서지니 걸렸네>는 무슨 프로그램일까? <참 좋은 시골>, <씨를 뿌려라>는? 바로 <티브이엔>의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영석 피디와 이우정 작가는 <삼시세끼>를 기획하면서 다양한 제목 후보들을 내놓았다. 그 중에 선정된 것이 바로 <삼시세끼>였다. 나영석 피디는 “‘삼시세끼’는 기획 단계에서 부르던 ‘가제’(임시 제목)였는데, 프로그램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어 최종 제목이 됐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삼시 세끼 해먹는 게 전부인 이 프로그램에 ‘삼시세끼’라는 제목은 더할 나위 없다.

잘 만든 제목은 프로그램을 빛낸다. “간결하고 쉬우면서도 내용이 한줄로 요약돼야 한다”는 것은 제목을 정할 때 모든 피디들이 내세우는 공통된 원칙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조금씩 변주해야 한다.

■ 시대를 담아라! 제목도 창작의 영역. 시대에 뒤쳐져서는 안 된다. 2006년 시작한 <무한도전>이나 2007년 <1박2일>처럼 프로그램 포맷을 설명한 단순한 제목이 많았는데, 최근 5년 사이에는 <아빠 어디가>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처럼 제목에 생각이나 정서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괜찮다’는 메시지와 함께 치유와 소통에 관심이 높아진 현상을 녹여냈다. 이명한 <티브이엔> 본부장은 “문화를 소비하는 경향이 이제는 객관적 지식이나 정보보다는 개인의 정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에 맞춘 변화”라고 말했다. 2015년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처럼 당시의 키워드를 적절히 담을줄 아는 센스도 필요하다.

■ 사투리는 안돼? 고정관념을 깨라!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과감히 차용하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나를 돌아봐> 같은 제목은 10년 전만 해도 어림없었다. 이창태 에스비에스 예능국장은 “예전에는 반말이나 외국어는 가급적 피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시청자들한테 예의가 없어 보인다고 해서 존칭어를 주로 썼단다. 그러나 2013년 <티브이엔>의 <꽃보다 할배>는 이례적으로 ‘할배’라는 사투리를 제목에 등장시켜 오히려 친근함을 줬다. 그래도 여전히 핵심을 담지 않은 멋만 잔뜩 부린 제목은 피해야 한다. <아빠를 부탁해>는 애초 <시집가기 전에>라는 애매모호한 제목이었다.

사진 각 방송사 제공
사진 각 방송사 제공
■ 번뜩 떠오르는 게 정답! 피디들의 고통은 두배가 됐다. 박상혁 에스비에스 피디는 “기획 단계부터 제목을 고민하는데, 길게는 몇달 짧게는 단번에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디들은 평소 신문, 책, 영화 등을 보면서 제목에 사용하면 좋겠다 싶은 단어 등을 메모해놓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번뜩 떠오르는 제목이 묘안일 때가 많다. 남승용 에스비에스 책임피디는 “<1박2일> <런닝맨>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은 대부분 단번에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삼시세끼> 뿐만 아니라, <꽃보다 할배>도 ‘가제’로 사용하던 제목이다. <꽃보다 할배>의 대안으로 거론된 제목은 <늙으니까 청춘이다> <니들도 늙어봐라> <마지막 보이스카우트> <버킷리스트> 등이었다. 나영석 피디는 “그래도 역시 처음 나온 아이디어가 가장 좋더라”고 말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불문율을 따른다. 한국방송은 한때 홀수 제목의 프로그램이 잘 되어 세 글자 혹은 다섯 글자로 지었고, 에스비에스는 외국어 제목의 프로그램은 실패해 외국어를 피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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