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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으흐흐흐흐흑…무서운 귀신 내놔

등록 2015-07-19 19:36

“기~깅. 끼이이잉~.” 기괴한 산수화 위로 한맺힌 아쟁 소리가 흐르면 ‘공포타임’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불 덮어쓰고 눈 감고 귀 막았다가도 어느새 또 실눈을 뜨고 보게 된다. 1977년 시작해 1989년까지 12년간 방송했던 <전설의 고향>은 1970~80년대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대표적인 공포드라마였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다양한 미디어로 공포물을 접하게 된 사람들은 더 무섭고,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됐다. 유전자 이상(<엠>), 바이러스(<거미>) 등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다. 올해는 뱀파이어가 안방극장에 출몰하고 있다.(<오렌지 마말레이드> <밤을 걷는 선비>) 공포물의 주인공은 단순히 무서운 존재를 넘어, 귀여운 여자친구, 더불어 사는 존재 등으로 친근해졌다. 코미디나 멜로를 섞은 복합장르도 늘었다. 1980년대 <전설의 고향>을 연출했던 신현수 <한국방송> 피디는 “요즘은 현실이 더 무서워, 귀신이 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에 따라 변해온 시대별 대표 귀신들을 소환했다.

시대 따라 공포드라마 주인공 달라져
80년대까진 원한 사무친 ‘구미호’
2000년대 원조교제 등 사회문제 접목
PPL·해외판매 영향 탓 2010년 들어선
귀여운 귀신·정의의 사도로 변신 중

KBS2 ‘전설의 고향’
KBS2 ‘전설의 고향’
■ 억눌렸던 70~80년대 만능 ‘구미호’

여성이 억눌려 살았던 1970~80년대는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전설의 고향> 속 소복 귀신들이 공감과 공포를 함께 전했다. 신현수 피디는 “한국의 귀신들은 사연이 있고,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등장한다. 사람을 무턱대고 해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의 간을 먹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 ‘구미호’는 당시 공포의 상징이었다. 신 피디는 “힘이 세고, 자기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내 새끼 내가 키우겠다며 남편을 버리고 떠나는 구미호는 당시 욕망을 억누르고 살았던 여성들한테 시원함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구미호 이야기는 액션(구미호와 구미호 사냥꾼), 신파(남편의 배신, 모정), 에로티즘(구미호가 남자를 홀릴 때)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소재였다. 여배우들의 인기 척도이기도 했다. 1대 한혜숙을 비롯해 장미희, 정애리, 김미숙 등 당대 잘나가던 배우들이 구미호를 연기했다. 구미호는 90년대 이후에도 1996~1999년, 2008~2009년 <전설의 고향>이 다시 방영되면서 매년 한편씩 선보였다. 2004년 <구미호 외전>, 2010년 <여우누이뎐> 등으로 재생산됐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

MBC ‘엠’
MBC ‘엠’
■ 의학, 과학 기술 발전 90년대 ‘초자연적’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이 본격화된 90년대에는 귀신은 믿지 않으면서도 불가사의한 존재에 공포를 느끼는 심리를 건드리는 유전자 변이, 바이러스 같은 공포가 등장했다. 1994년 임신 중절 수술로 사라진 태아의 원혼이 주인공에게 빙의하여 복수하는 <엠>과 유전공학의 힘을 빌려 에볼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독거미가 등장하는 1996년 <거미>가 대표적이다.

특히 <엠>은 ‘전설’에 국한돼 있던 한국 납량특집 드라마를 한단계 성장시켰다. 이 드라마를 연출했던 정세호 전 <문화방송> 피디는 “새로운 납량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작가와 머리를 싸맸다”고 말했다. 원혼이 등장하면 목소리가 굵어지고 눈이 파랗게 변하는 마리(심은하)는 그 자체로 공포스럽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와 긴장감이 심장을 쪼그라들게 했다. 정세호 전 피디는 “<엠>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했다. 심은하 눈을 파랗게 변화시키는 데만 5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평균 시청률 38.6%, 마지막회 시청률 52.2%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공채 탤런트가 입사 2년까지 방송사 전속으로 월급을 받던 시절이라, 심은하가 출연료로 회당 5만원만 받았다는 사실이 귀신보다 더 놀랍다.

MBC ‘혼’
MBC ‘혼’
■ 2000년대 ‘일상의 경고’

2000년대는 현실을 반영한 공포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1998년 여고생을 등장시킨 <어느날 갑자기>와 2000년 <아르엔에이>(RNA), 2009년 억울하게 살해된 귀신이 여고생의 몸에 들어간 <혼>이 등장했다. 초능력이 생긴 여고생이 원조교제를 한 성인 남자를 살해하는(아르엔에이) 식의 당시 사회적인 문제를 차용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성형미인>(1998)은 예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성형에 대한 공포심을 건드렸다.

90년대 할리우드 영화가 완전 개방되고,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오컬트(서양에서 악마나 주술 등을 다루는 장르) 드라마도 등장했다. 2000년 <고스트>는 주술을 외우며 귀신을 물리쳤다. 케이블채널이 생기고 인터넷에서 국내외 공포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웬만한 공포드라마는 실패했고 갈수록 외면받았다.

■ 2010년대 ‘심쿵’한 뱀파이어

<문화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한류가 시작된 이후 공포물은 피피엘(PPL)도 받기 어렵고, 해외 판매도 잘 되지 않아 제작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공포스런 존재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의 소재로 활용됐다. <주군의 태양>(2013년)처럼 귀신이 보이는 여자가 귀신들의 원한을 풀어주면서 남자와 가까워지는 식이다. 덩달아 공포의 대상이 귀엽고 친근한 존재로 변했다. 방영중인 <오 나의 귀신님>에서 나봉선(박보영)에 빙의된 신순애(김슬기)는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귀여운 처녀 귀신이다.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는 멜로와 결합된 공포물에 어울리는 캐릭터다. 2011년 <뱀파이어 검사>를 시작으로, 지난해 <블러드>가 방영됐고, 최근에는 <밤을 걷는 선비>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전파를 타고 있다.

MBC ‘밤을 걷는 선비’
MBC ‘밤을 걷는 선비’
요즘처럼 불신이 팽배한 현실에서는 귀신이나 뱀파이어가 인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뱀파이어들은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며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대변한다. <밤을 걷는 선비>에서는 악한 뱀파이어 귀(이수혁)에게 지배당하는 조선을 배경으로, 같은 뱀파이어인 김성열(이준기)이 귀를 물리치려고 싸우는 정의의 사도로 나온다. 지난해 <블러드>에서는 뱀파이어가 외과의사로 나와 생명의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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