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따라 변해온 납량드라마 분장술
소복에 생머리뿐이었던 70~80년대
90년대 들어 특수분장·CG 본격화
최근 들어 컬러렌즈에 송곳니 대세
소복에 생머리뿐이었던 70~80년대
90년대 들어 특수분장·CG 본격화
최근 들어 컬러렌즈에 송곳니 대세
드라마 속 귀신은 다 가짜다. 하지만 가짜인 줄 알고 봐도 오싹해야 한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1970년대는 조명이 유용했다. 구미호는 진한 화장에 소복을 입고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리는 게 전부였다. 제작진은 파란색 조명을 비춰, 구미호가 섬뜩해 보이는 효과를 줬다. 1990년대 특수분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설의 고향> ‘검룡소애’ 편에서 이무기로 출연한 최정윤은 폼 레이텍스라는 특수분장용 물질을 바르고 뱀가죽처럼 번들거리는 효과를 냈다. 컴퓨터그래픽도 요긴해졌다. <거미> 등은 실제 손바닥만한 거미의 모형을 떠서 컴퓨터그래픽으로 다양한 설정을 만들어냈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최근 드라마에서 공들이는 건 컬러 렌즈와 송곳니다. 뱀파이어의 눈은 <블러드>에서는 파란색, <밤을 걷는 선비>에서는 붉은색이다. <블러드> 제작진은 “한국인은 컬러 렌즈가 잘 어울리지 않아 수십가지 색깔의 렌즈를 써보고 극의 분위기나 배우의 이미지에 가장 어울리는 색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송곳니는 두께부터, 위치나 길이까지 여러 종류를 시도해본 뒤 최종 하나를 선택한다. 뱀파이어 드라마에서는 피도 중요하다. 보통은 물엿과 식용색소에 믹스커피 혹은 물을 섞어 만드는데, 요즘처럼 실제 먹는 장면이 많을 때는 색깔이 붉은 채소 일종인 비트즙(<오렌지 마말레이드>) 등을 사용한다. 2011년 <뱀파이어 검사>에서는 복분자 원액을 썼다.
납량물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고충도 만만찮다. 특수 렌즈를 끼다 보니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복분자 원액을 마셔야 했던 배우는 복통에 자주 시달렸다. 송곳니를 보여줘야 해 입을 크게 벌려 턱도 아프다. 그러나 옛날 소복 귀신들의 고충에 비할 바는 아니다. 분장만 4시간이 걸렸다. 1990년대 방영한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로 나왔던 한 배우는 민속촌에서 야간 촬영 중에 화장실에 갔다가, 관광객이 그를 보고 놀라 기절한 일이 있었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지난해 방영된 ‘블러드’(KBS2)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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