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왜 변방으로 밀려났나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이 남성 진행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 왼쪽)와 (오른쪽)처럼 남성 출연자만 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이 12개에 이른다. 각 방송사 제공
여성 단독진행은 ‘자기야’ 김원희뿐
여성 배치해도 구색 맞추기식 많아 몸 쓰는 리얼·독한 토크쇼 넘쳐나
피디들이 남성 출연자 선호
“역량 있는 여성 진행자 부족도 원인” ■ TV는 남성시대 현재 지상파 3사(에스비에스, 문화방송, 한국방송2)에서 진행자가 있는 예능프로그램은 대략 27개다. 이중에서 여성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자기야-백년손님>(에스비에스)의 김원희 정도다. 여성이 남성과 함께 진행을 하는 프로그램은 14개다. 이중에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한국방송2)의 이영자,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스비에스)의 송지효, <힐링캠프 좋지 아니한가>의 성유리처럼 여성이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중심축을 이루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단순히 구색맞추기로 여성이 배치된 경우도 있다. 반면, 남자로만 구성된 예능프로그램은 12개나 된다. <무한도전>(문화방송) 6명, <해피선데이-1박2일>(한국방송2) 6명, <인간의 조건-도시농부>(한국방송2) 6명, <우리동네 예체능>(한국방송2) 8명 등 리얼버라이어티에서 특히 많다. 최근에는 토크쇼도 ‘남성시대’가 시작됐다. 주부 시청자를 타겟으로 삼으면서 박미선이 중심 진행자였던 <세바퀴>(문화방송)도 콘셉트를 ‘친구찾기’로 바꾼 뒤 지난 1월부터 신동엽-김구라를 내세웠다. 엄마와 고등학교 자녀의 소통을 돕는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스비에스)의 진행자도 남자(유재석, 김구라)다. ‘남성+여성’이 짝을 지어 나오는 대표적인 장르인 <연예가 중계>(한국방송2)는 지난 1월 여성 진행자를 빼고 신현준 단독 체제로 바꾸는 실험을 했다가, 4월 다시 여성 진행자인 이다희를 투입시켰다. 시사·교양 프로그램까지 포함시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상파 3사 통틀어 진행자가 나오는 80개 프로그램 중에서 남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29개인데 반해 여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8개에 불과하다. ■ ‘독하지’ 못한 여자들?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는 넘쳐났다. 2004년부터 시작된 한국방송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의 초반 인기를 이끈 것은 이경실 등 여성 6명으로 구성된 ‘여걸파이브’ 코너였다. 이후 멤버만 바뀌어 ‘여걸식스’, ’하이파이브’로 이어지며 2008년까지 사랑받았다. 2008년 여성 출연자 6명이 사랑을 찾는 <골드미스가 간다>(에스비에스)에 이어, 2010년 <여자가 세상을 바꾼다-원더우먼>(문화방송·6명), 10명 남짓 출연한 <일요일이 좋다-영웅호걸>(2010·에스비에스) 등이 줄이어 등장했다. ‘여걸파이브’ 지석진, ‘골드미스가 간다’ 노홍철 등 남성 진행자가 한명씩 투입돼 거들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그랬던 여성들은 왜 변방으로 밀려나게 됐을까. 피디들은 예능프로그램이 ‘독해진’ 현상에서 이유를 찾는다. 토크쇼에서는 상대의 치부를 건드리는 ‘쎈’ 말이 넘쳐나고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몸을 망가뜨려야 하는 설정이 강조되면서 여성보다는 남성한테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의 한 예능 피디는 “예전처럼 상대의 말을 조곤조곤 들어주고 공감하는 토크쇼보다는 소문을 들춰내거나 독한 말로 상대를 당황시키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며 “이렇게 하려면 진행자도 어느 정도 ‘악역’ 이미지를 감수해야 하는데, 여성들은 그것을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의 또다른 예능 피디도 “요즘의 야외 예능은 <1박2일>처럼 야외에서 자거나 한겨울에 물에 들어가는 등 몸을 쓰는 힘든 설정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막 다뤄도 되는’ 남자들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리얼과 관찰이 접목되면서 진행자들이 자신의 단점을 가감없이 드러내야 하는 점도 남성 쏠림을 부채질한다. 에스비에스의 한 예능 피디는 “여자 연예인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와 한번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받아들이지만, 고정으로 나와 매번 그러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가지는 이가 많다. ‘이건 안 된다’는 식의 주문이 많아 다양한 아이템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 다양한 포맷 발굴 고민해야 여성 진행자가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가장 큰 이유를 역량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무한도전>처럼 남자 진행자들이 나오더라도 유재석처럼 중심이 되어 무리를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여성 진행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문화방송의 한 예능 피디는 “진행자를 선정할 때 자질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솔직히 요즘 능력있는 여성 진행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방송사에서도 여성 진행자를 키우려는 움직임은 있다. 한국방송에서는 최근 여성으로만 구성된 예능프로그램 <레이디 액션>을 단발성(2회)이지만 내보냈다. 에스비에스에서도 지난해 이효리와 문소리, 홍진경으로 구성된 토크프로그램 <매직아이>를 방송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시도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문화방송 예능 피디는 “인기를 좇아 비슷한 리얼버라이어티만 찾다보니 남자 중심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고 여성진행자도 기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야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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