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드라마 <시에스아이(CSI):라스베이거스>(이하 시에스아이)가 시즌15를 끝으로 종영한다.
‘미드’ CSI, 시즌15 끝으로 종영
범죄수사 과학적 분석기법 눈길
스핀오프 ‘CSI: 사이버’ 새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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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널 처음 만나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는데 이렇게 헤어져야 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연애편지가 아니다. 범죄수사드라마 <시에스아이(CSI):라스베이거스>(이하 시에스아이)가 시즌15를 끝으로 종영한다는 소식에 한 팬이 블로그에 올린 내용이다. “시에스아이, 너와 함께 늙었는데”라는 이 팬의 말처럼, 시청자와 함께 늙어간 <시에스아이:라스베이거스>가 케이블채널 <오시엔>(OCN)에서 9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15년 만이다. 미국 <시비에스>(CBS)에서는 지난 2월에 종영했다.
<시에스아이>는 과학수사대가 미궁에 빠진 강력범죄를 풀어가는 내용으로, 2000년 시작한 이후 많은 일화와 기록을 남겼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2006년~2008년, 2010년에 전미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시즌이 거듭하면서 조금씩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미국드라마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시에스아이>는 미국내 범죄수사드라마를 진일보시켰다. 이전에도 범죄수사드라마는 많았지만,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적인 분석 기법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전 범죄수사드라마들이 주로 범죄 자체와 피의자의 사연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시에스아이>는 과학적으로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수사 방법을 자세하게 보여줬다. 드라마의 책임제작자인 앤서니 자이커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수사를 우선시 하면서 <시에스아이>는 미국에서도 매우 새로운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뒤로 혈흔 전문가가 등장하는 등 범죄수사드라마의 내용이 더 다양해졌고, 이는 한국 드라마에도 영향을 줬다. 실제 드라마 <싸인>(에스비에스·2011년)의 주요 배역을 과학수사의 첨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맡았다.
<시에스아이>는 한국팬들에게는 미국드라마(미드) 입문서였다. 2001년 8월 오시엔에서 처음 방송된 이후 한국에서 미드열풍이 본격적으로 불었다.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24> <프리즌 브레이크> 등의 드라마가 연이어 인기를 끌었다. 오시엔에서는 <시에스아이 데이>를 별도 편성해 24시간 연속 방송하기도 했다.
함께 한 시간이 긴 만큼 주인공들도 사랑받았다. 길 그리썸 반장역의 윌리암 피터슨은 <시에스아이> 하면 자동 연상될 정도였다. 그는 시즌9가 끝난 2009년 당시 시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은 그리썸과 나를 동일시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즌이 늘어나면서 배우로서는 고민도 됐다. 이런 저런 이유로 원년 멤버들이 하나둘 하차했다. 피터슨은 시즌9를 끝으로 하차하면서 시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전을 원하는 연기자라면 과감히 떠나야 한다. 몸을 사리는 연기자는 미래가 없다”며 배우로서 이미지가 고정되는데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시에스아이>의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이전 드라마에 기초해 새로 만든 이야기) 시리즈인 <시에스아이: 마이애미>(2002~2012년), <시에스아이:뉴욕>(2004~2013년)이 선보였다. 이번에도 <시에스아이:사이버>가 새로 시작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시작해 지난달 13일 종영했다. 한국에서는 오시엔에서 오는 11일부터 매주 화요일 밤 11시에 두편씩 연속 방송한다. 모두 13회. <시에스아이:사이버>는 현대 사회의 심각한 사이버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대의 이야기로, 온라인 상의 디지털 정보를 분석한다. 시리즈 처음으로 여성이 반장으로 등장한다.
이별이 아쉬운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또 있다. 시비에스는 지난달 13일 “<시에스아이>를 2시간 가량의 티브이 영화로 만들어 오는 9월27일(미국시간 기준) 방영한다”고 발표했다. ‘길 반장’도 출연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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