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현실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드라마가 늘고 있다. ‘실종 느와르 엠’(오시엔)은 지난 2일 방영분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떠오르는 내용을 선보였고(왼쪽과 오른쪽 아래), ‘앵그리 맘’(문화방송)은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켰다. 프로그램 갈무리
해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고, 차 문을 잠그고 연탄을 피웠다. 부검의는 “사인은 다 달랐는데, 원인은 똑같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고로 삶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사쪽의 가압류로 가정이 파탄 났고, 파업 당시 사쪽이 투입한 용역에 폭행을 당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았다. 누군가는 동료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한 머리기사가 아니다. 지난 2일 방영한 <오시엔>의 수사드라마 <실종 느와르 엠>의 내용이다. 이날 방영분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 소감으로는 이례적으로 “고맙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어떤 뉴스나 시사프로보다 나아요. 어쩌면 이런 게 우리 삶인데.”
OCN 드라마 ‘실종 느와르 엠’
쌍용차 해고자 삶 떠올리게 해
시청자 게시판에 “고맙습니다” 교육문제 담은 ‘앵그리 맘’
“안내 방송만 했어도 살릴 수…”
세월호를 학교붕괴 사건에 투영 상상력보다 현실 스토리 요구
‘미생’ 계기로 약자 이야기 주목
JTBC서 웹툰 ‘송곳’ 제작 검토도 올해 들어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비판 드라마가 늘고 있다. 지상파 등의 기존 뉴스·시사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권력 고발을 접하기 힘든 시기라, 드라마의 이런 치열한 사회비판은 시청자 입장에선 반갑다. 사회비판 드라마는 1990년대 민주화 이후부터 찾아볼 수 있지만, 최근엔 그 비판이 좀더 촘촘하고 리얼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2년 방영한 <추적자>(에스비에스)는 정경유착과 벙어리 언론 등 권력집단의 모습을 정면으로 다뤄 사회성 드라마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추적자>의 이런 문제의식과 감각이 최근 들어 좀더 폭넓은 소재를 통해 드라마 속에 녹아드는 모양새다.
지난 7일 끝난 <앵그리 맘>(문화방송)은 지난해 한국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진 세월호 참사를 드라마 속 학교 붕괴 사건에 투영했다. 사건의 공간이 배가 아닌 학교 별관 건물로 바뀌었을 뿐,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리한 증축 그리고 재단 회장이 아들만 살리려고 안내 방송을 하지 않는 등 4·16의 안타까운 순간이 재현된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진실이 아득하기만 한 현실처럼 극중 유가족의 싸움도 외롭긴 마찬가지다. 재벌과 유력 정치인 심지어 대통령까지 연관되어 있는 듯한 기득권 집단은 유가족을 조폭으로 내몰고, 언론을 동원해 음해한다. “안내 방송만 했어도 모두 살릴 수 있었잖아요” 같은 폐부를 찌르는 대사도 많았다.
상류층의 속물근성을 풍자하는 <풍문으로 들었소>(에스비에스)는 우리 사회 꼭대기 기득권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확대해나가는지를 매우 사실적인 상황 설정 등을 통해 그려낸다. 그들만의 투자클럽에서 돈 되는 정보가 흘러다니고, 거액의 비자금은 조세회피처로 흘러간다. 자녀의 사랑과 결혼마저 기득권 세습을 위한 철저한 관리 대상이다. 사회비판 드라마는 아니지만, 특정 집단의 민낯을 드러내는 드라마도 있다. <프로듀사>(한국방송2)는 방송사의 권력집단인 피디들의 이런저런 행태를 꽤 사실적으로 담는다. 예능국장은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네 탓’을 하고, 부장 피디는 국장에게 잘 보이려고 아이돌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 회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직장 내 권력관계의 생생한 풍경이다. 사회성 드라마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티비시>도 2002년 대형마트 까르푸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웹툰 <송곳>의 드라마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드라마는 왜 사회비판에 적극적일까.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을 드라마가 투영한 것”이라는 게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예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노력하면 신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참담함이 있다. 판타지 같은 내용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상력보다는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는 좀더 구체적인 스토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나와 같은 처지의 그들을 보며 위로받고 대안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가 사회·경제적 약자에 주목하는 데는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을의 권리 찾기’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며 “사회성 드라마가 쉽사리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드라마가 돈이 된다는 현실적 계산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드라마 피디는 “지난해 <미생>을 계기로 시청자들이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은 이야기에 열광한다는 걸 방송사들이 알았다. 이런 드라마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증명되면서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회당 제작비 2억원의 <미생>은 지금껏 모바일과 인터넷, 아이피티브이 등 다시보기 수익만 4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드라마 시청률이 한자릿수로 하향평준화된 상황에서 <풍문으로 들었소>의 시청률은 대략 10%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 드라마 작가는 “여전히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말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라마 관계자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쌍용차 해고자 삶 떠올리게 해
시청자 게시판에 “고맙습니다” 교육문제 담은 ‘앵그리 맘’
“안내 방송만 했어도 살릴 수…”
세월호를 학교붕괴 사건에 투영 상상력보다 현실 스토리 요구
‘미생’ 계기로 약자 이야기 주목
JTBC서 웹툰 ‘송곳’ 제작 검토도 올해 들어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비판 드라마가 늘고 있다. 지상파 등의 기존 뉴스·시사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권력 고발을 접하기 힘든 시기라, 드라마의 이런 치열한 사회비판은 시청자 입장에선 반갑다. 사회비판 드라마는 1990년대 민주화 이후부터 찾아볼 수 있지만, 최근엔 그 비판이 좀더 촘촘하고 리얼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2년 방영한 <추적자>(에스비에스)는 정경유착과 벙어리 언론 등 권력집단의 모습을 정면으로 다뤄 사회성 드라마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추적자>의 이런 문제의식과 감각이 최근 들어 좀더 폭넓은 소재를 통해 드라마 속에 녹아드는 모양새다.
‘실종 느와르 엠’(오시엔). 프로그램 갈무리
‘앵그리 맘’(문화방송). 프로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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