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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말 없이 세계인 웃음 훔친 ‘옹알스 “우린 라스베이거스 가렵니다”

등록 2015-02-22 19:24수정 2015-02-23 13:38

옹알스는 스스로를 ‘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이라 부른다. 2007년 채경선, 조준우, 조수원으로 시작했던 옹알스는 현재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 김국진이 가세해 8인 체제가 되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옹알스는 스스로를 ‘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이라 부른다. 2007년 채경선, 조준우, 조수원으로 시작했던 옹알스는 현재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 김국진이 가세해 8인 체제가 되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순식간에 만물상이 펼쳐진다. 풍선부터 물총, 망나니가 휘둘렀을 법한 칼까지. 투박한 상자의 뚜껑을 여니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도구들이 시선을 붙든다. “모두 실제 공연에서 사용하는 것들이에요. 공연 때마다 보통 두 상자는 들고 가죠.”(최진영) 단단한 강철로 된 상자 속에서 뭐가 나올까, 기대감으로 공연의 재미가 절반은 상승한다. 2007년 채경선, 조준우, 조수원으로 시작했던 순간부터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 김국진 지금의 8인 체제가 될 때까지 옹알스의 모든 무대가 상자 속에 들어 있다. 8년간 넣어둔 날개를 펴고 2015년을 힘차게 비상할 옹알스를 1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개그·마술·비트박스·저글링…
대사없는 ‘논버벌 퍼포먼스’ 고집
맨땅에 헤딩하듯 해외무대 도전
코미디 페스티벌서 호평…수상도

“처음엔 무모한 도전이라며 무시
이젠 멤버 되고파 찾아오는 이도”
새달 호주 코미디 페스티벌 무대에

옹알스는 스스로를 ‘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이라 부른다. 대다수의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등 공개코미디프로그램 출연을 갈망할 때 홀로 ‘논버벌 퍼포먼스’를 고집하며 고군분투해왔다. 논버벌 퍼포먼스는 대사 없이 몸짓과 소리만으로 꾸미는 공연. 옹알스는 아기 옷을 입고 무대 위 상자에서 나오는 다양한 물건들로 재치있는 상황극을 펼쳐 보인다. 마술, 저글링, 비트박스 등의 기술을 접목한다. 조준우는 “2007년 봉사활동을 간 곳에서 언어장벽이 있던 환자들이 저글링, 그림자쇼, 풍선불기 등에 크게 웃는 걸 보고 논버벌 퍼포먼스 공연을 기획했다”고 했다.

코미디 공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탓에 한국에선 설 무대가 많지 않아 팀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코미디 한류의 선봉에 섰다.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평점 만점인 별 5개를 받았고,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디렉터 초이스상’도 수상했다. 스위스,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 요청이 쏟아진다. 채경선은 “외국은 성인용과 아동용 코미디가 나눠져 있는데 옹알스 공연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사더라”고 했다. 최기섭은 “외국에서 우리를 알아보면 신기하다. 우리끼리도 공연장에 가서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라며 놀라워한다”고 했다.

옹알스의 활약은 맨땅에 헤딩하며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더 값지다. 채경선은 “처음 ‘옹알스’를 갖고 해외에 나가겠다고 하니 개그맨들 사이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며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는 초청이 아닌 자비로 참가했다. 비행기표부터 대관비, 체재비 등 수천만원의 돈을 마련하려고 멤버들은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는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출도 받았다”고 했다. 전유성, 조혜련, 박수홍, 박준형, 김혜영 등의 선배들이 조금씩 채워줬단다. “우리와 크게 친분이 없는 분도 ‘계좌 불러봐라. 그냥 주는 건 아니고 갚으라’며 주시는데 너무 고마웠죠.”(조수원) 그렇게 간 첫 출전에 영국 언론들의 관심을 받으며 관객상까지 수상했다. 성과가 나오자 서서히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옹알스가 되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어요.”(채경선)

“옹알스는 인성이 첫번째”라지만, 무대에 서기까지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원조 멤버인 채경선, 조준우, 조수원을 뺀 중간 합류자들은 모두 1년 남짓 뒤에야 첫 무대에 섰다. 조준우와 이경섭은 저글링과 마술, 최기섭과 최진영은 비트박스, 채경선과 김국진은 개그, 조수원과 하박은 차력과 비보이 등 각자 몸 기술 등을 활용한 장기가 있다. 조준우는 “옹알스를 결성하기 전까지 저글링 연습만 7년”했고, 최기섭은 “대학로 공연장 불이 꺼지면 그때부터 밤새 비트박스를 연습했다”고 한다. 조수원은 “저글링을 1년 동안 연습하다가 너무 힘들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어야 하느냐는 생각에 집어던진 적도 있다”면서 웃었다. 개그 세계의 바깥에 있던 마술사 이경섭과 비트박서 최진영을 영입한 뒤 이들에게 코미디를 가르쳤다. 조준우는 “더 풍부하고 완벽한 콘텐츠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최진영은 “제안을 받고 내가 코미디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원래 좋아하던 팀이어서 합류했다”고 했다.

이들은 “<개그콘서트>는 안 나가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옹알스도 2007년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 시작했다. 한국방송 공채인 채경선과 조수원, 조준우가 팀을 이뤄 코너를 만들었고, 옹알스라는 이름도 영화 <조선명탐정>을 연출한 김석윤 당시 <개그콘서트> 피디가 지었다. 6개월 뒤 막을 내렸고, <문화방송> 개그프로그램에서 6주간 선보였다. 그러나 코미디 공연을 지향하는 옹알스와 1주일마다 새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속도 빠른 공개코미디프로그램은 궁합이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물론 매체를 통해 알려지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우리는 옹알스 자체로 유명해지고 싶어요.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후퇴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더디더라도 천천히 가다 보면 목표점에 도달해 있을 거라고 믿어요.”(조수원) 31살 늦깎이 나이에 옹알스에 합류한 김국진과 <웃찾사>에 출연했던 하박은 “옹알스를 하면서 코미디를 오래 할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돈이 모이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을 많이 갖게 되면 웃기는 게 힘들어진다”(채경선)는 이들의 목표는 다른 데 있다. “옹알스의 최종 목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서는 거예요. 가깝게는 한국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것.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옹알스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이 이어받고 이어받아 언젠가 이뤄지면, 내가 이룬 것과 마찬가지예요.”(조준우) 그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자는 대형 기획사의 제안 등도 뿌리쳤다고 한다. “돈을 위해 우리를 상품화하려는 곳이 많았어요. 목표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조준우) 이번 기회가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두번째 걸음이 될 수도 있겠다. 옹알스는 3월26일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 처음으로 사업파트너 형식으로 계약을 맺고 참가한다. 이전까지는 출연료만 받았다면, 이제는 옹알스의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식이다. 조준우는 “멜버른 공연이 성공하면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사업파트너식으로 초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15년은 비상의 해”라는 옹알스, 시작이 좋다.

“그런데 우리 2010년 일본 투어도 계약 직전 쓰나미로 좌절됐고, <무한도전> 출연도 문화방송 파업으로 무산되는 등 영화로 쓰고도 남을 머피의 법칙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별일 없겠죠?”(조준우)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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