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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가 ‘미스터리물’서 ‘국민신문고’로 변신한 내막

등록 2015-01-18 19:56수정 2015-10-23 14:34

여대생 청부살해·신해철 사망 등
사회문제 조명하며 시사고발 각인
동시간대 예능 제치고 시청률 1위
‘성폭행·살인’ 선정적 프로 오명 벗어
8월이면 1000회…“제보 넘쳐나”
취재를 요청했던 14일 오전. 정철원 <그것이 알고 싶다> 팀장은 법원에 있었다. 방영 예정인 아이템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미 판결이 나온 사건의 당사자가 ‘다시 언급되는 게 싫다’며 낸 것이다. “가처분 신청은 가끔 있어요. 신청이 받아들여져 결방된 경우는 초창기 때 한두번 정도입니다.” 15일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에서 만난 정 피디는 늘 있는 일이란 듯 덤덤하게 말했다.

준비 내내 쉬운 단계가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스비에스 토 밤 11시15분)는 피디 6명과 작가 5명이 각각 팀을 이뤄 6주 단위로 돌아간다. 아이템을 정하고 사전조사, 편집 등에 할애하는 시간을 빼면 실제 집중 취재기간은 2주 남짓이다. 다른 프로그램과 견줘 노동 강도가 센 편이란다. 그래서 <에스비에스> 시사교양 피디들 사이에서는 가장 화려하지만, 두번 가라면 주저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수고 때문일까. 이 프로그램은 현재 방영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이나 전문가 평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1월 방송 평균시청률이 8.5%로, <피디수첩>(3.7%, 문화방송)과 <추적 60분>(4.4%, 한국방송2)보다 높다. 시사교양인데도 예능인 <세바퀴>(문화방송)와 <인간의 조건>(한국방송2)을 제치고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처음부터 이런 긍정 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1992년 ‘이형호 유괴사건-살해범의 목소리’ 편으로 시작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초창기엔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1992년 방영 아이템을 보면 35편 중에서 살인·성폭행 사건이 10개였고, 휴거, 미확인비행물체(UFO) 등 불가사의한 일을 다룬 아이템도 5개였다. 지난해를 보면, 44편 가운데 ‘군복에 갇힌 정의-누가 그들을 용서하는가’(10월18일) 등 권력감시나 정책의 난맥상을 들여다본 아이템이 10개 이상이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 초기엔 실종, 미신 등 개인화된 사건이 많아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서서히 사회시스템적인 요소를 다루는 아이템이 많아졌다”고 했다.

시사고발적 성격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된 게 2013년 방영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여대생 청부살해사건, 그 후’(5월25일)다. 프로그램은 여대생을 청부살인해 구속됐던 재력가 사모님이 병원 특실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허위진단서를 써준 의사, 형집행정지 허가를 내준 검사,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변호사 등 사모님의 외출에 손발을 맞춰온 검은 커넥션이 드러났다. 시청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이후 형제복지원, 군 복무 중 사망 사건 등 사회적 약자 편에 선 방송들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의문점에 대한 직접 검증을 통해 단독성 보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신해철 사망 미스터리,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11월29일)에서는 문제의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들에게서 해당 의사가 환자의 동의 없이 담낭이나 맹장을 제거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2013년 6월15일)에서는 직접 검증을 통해 경찰 수사의 허점을 밝히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취재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는 등 고충도 적지 않지만, 반향은 크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을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사모님’을 다시 가뒀다. ‘칠곡 계모’ 사건은 아동보호특례법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시청자 반응이 뜨거운 데는 한편의 장르물을 보는 것처럼 빠져들게 하는 프로그램 구성의 힘도 크다는 평가다. 주제를 먼저 알려주고 시작하는 다른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도입부를 극적으로 묘사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방식이 몰입도를 높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담당했던 김재원 피디는 “800회부터 세트도 짓고 조명도 달리하면서 구성과 스토리텔링에 특히 더 공을 들였다”고 했다. 공들인 세트에서 현장을 재현해놓고 진행자가 “어디 부자연스러운 점은 없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으며 시청자들이 추리하게 만드는 식이다. 최승호 전 <피디수첩> 피디는 “프로그램 초기부터 전달력을 높이는 포맷을 채택했다.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진행자로 했고, 추리서사를 동원해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평했다. 황진미 평론가는 “극영화적 기법으로 호기심을 높이면서, 집중시키는 힘이 대단하다”고 했다.

타 방송에서 정통 시사고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피디들의 평가도 후하다. <추적 60분>을 제작했던 남진현 한국방송 피디(<세계는 지금> 연출)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시사 프로의 본령인 정치, 자본권력의 비판·감시가 중심인 프로는 여전히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영남제분, 간첩조작 사건 등을 기점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시사고발 프로로서의 역할도 일정 부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승호 피디는 <추적 60분> <피디수첩> 등이 방송사 안팎으로 압력을 받아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성가가 올라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1995년 소재 고갈로 1년간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보가 넘친다. 8월엔 1000회를 맞는다. 정철원 피디는 “10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를 되새기는 아이템을 고심중”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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