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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일곱 얼굴의 남자와 사귀면 어떤 일이?

등록 2015-01-13 19:43

MBC ‘킬미 힐미’ SBS ‘하이드 지킬, 나’
다중인격 주인공 사랑 코믹하게 그려
“험한 세상의 보호색” 상처 치유 초점
여러 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방송> ‘킬미 힐미’
<문화방송> ‘킬미 힐미’
지난 7일 시작한 <킬미 힐미>(문화방송 수·목 밤 10시)의 차도현(지성)은 무려 7가지 인격이 내부에 공존한다. 재벌 3세로 똑똑하고 잘생긴 데다 착하기까지 하다. 그런 차도현이 짙은 눈화장을 하고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리는 거친 남자가 돼고, 어느날은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50대 아저씨처럼 행동한다. 2회까지 3개의 인격이 공개됐는데, 회를 거듭하면서 여자, 아기 등 다양한 인격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오는 21일 시작하는 <하이드 지킬, 나>(에스비에스 수·목 밤 10시)의 재벌 3세 구서진(현빈)은 착하고 나쁜, 극단의 두 모습이 존재한다. 두 작품은 21일부터는 한날 한시에 맞붙는다.

다중인격이라고 불리는 ‘해리성 주체 장애’는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인격 상태가 공존한다. 이런 캐릭터는 우리 드라마에서는 <엠>(문화방송·1994년)처럼 주로 공포나 스릴러 장르에서 등장해 왔다. 단막극을 제외하고, 드라마에서 다중인격의 주인공을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김진만 <킬미 힐미> 피디는 “7개나 되는 다중인격은 한국 드라마에선 처음 시도되는 소재”라고 했다.

<에스비에스> ‘하이드 지킬, 나’
<에스비에스> ‘하이드 지킬, 나’
두 드라마는 다중인격 자체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보다는, 이런 캐릭터 특성을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나 혹은 상처받은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 활용한다. <킬미 힐미>에서 여자주인공 오리진(황정음)이 자신에게 사랑 고백을 하다가도 모르는 사람인 척 대하는 차도현의 이상한 행동에 헷갈려하는 상황 등에서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도현이 다중인격인 걸 알고 의사인 오리진이 그를 치료하면서 도현의 내면적 상처를 보듬게 된다. <하이드 지킬, 나>에서도 여자주인공 장하나(한지민)가 아버지가 물려준 서커스단을 지키려고 구서진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지성은 “차도현이 주변 인물들에게서 어떤 상처를 받았기에 인격이 분리됐는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나가는지에 중점을 두고 봐달다”고 했다.

무조건 친절한 남자보다는, 까칠해보이지만 은근히 잘해주는 남자주인공이 사랑받는 요즘에 ‘다중인격’은 남자주인공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다중인격의 남자와 사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등 시청자의 호기심도 자극한다.

한편으로는 다중인격 드라마가 최근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불신만 쌓이는, 말그대로 ‘맨정신으로 살기 힘든’ 사회를 투영했다는 것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자아 분열적 상황들이 반복되는 현실이 미묘하게 투사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하나의 인격으로는 버티기 힘든 요즘의 인간 관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킬미 힐미>에서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는 추리소설가 오리온(박서준)은 “여러 명 분리해서 살면 재밌나”는 오리진의 질문에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보호색이랄까. 마음의 전략이랄까”라고 말한다. 극중 재벌그룹의 회장인 서태임(김영애)은 도현에게 “네 당숙부 웃음에 속지 마라. 가슴에 품은 것이 검은 사람일수록 위장에 능한 법이지”라며 상황따라 다른 얼굴을 보이는 그들의 세상을 설명한다. 지성은 “차도현처럼 상처받은 국민들이 ‘힐링’을 받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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