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유리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늘 주목받던 스타였다면 모를까, 지금 사랑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가 작정하고 뽑은 TV어워즈
대상 목이 쉬어라 악쓴 이유리…“연기대상에 언급되다니 놀라워요”
“내 연기 인생에 대상이라는 단어가 거론되다니. 솔직히 신기해요. 놀랍지 않아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유리는 송아지처럼 큰 눈을 반짝이며 자꾸 반문했다. 30일 열리는 ‘2014 엠비시 연기대상’에서 대상 후보에 거론되고 있는 게 어리둥절한 눈치다. “예능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받고 싶다고) 얘기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그래요.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뻐요.”
당황하는 그가 당혹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2014년 이유리는 빛났다.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악역 ‘연민정’을 연기하며 주인공 ‘장보리’보다 더 주목받았다. 연민정은 성공을 위해 엄마도, 자신이 낳은 아이도 숨기고 산 비정한 여자인데도 시청자들은 응원하고 상처를 헤아렸다. 목이 쉬고 얼굴에 핏줄이 설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이유리의 열연이 ‘연민정’ 열풍을 낳았다. 다수의 드라마에서 악역을 했던 이유리는 “이번에는 조금 재미있게 하고 싶었다. 혼자 잘난 척 똑똑한 척 다 하는데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날려버릴 거야”라며 손바닥을 입으로 ‘후~’ 부는 화제가 됐던 장면들이 대부분 즉흥연기였다고 한다. 그는 “<왔다 장보리>는 내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준 작품”이라고 했다.
트렌디 드라마보다 주말극으로
15년간 발성·호흡 다지며 성장
‘사랑과 야망’서 다리 불편한 연기땐
굽높이 다른 신발 신고 다니기도 “연기로는 푼수처럼 밝은 역할
생활로는 호스피스병동 봉사 꿈” 그는 드라마를 사랑해준 “어머니 아버지들”이 “이번에 잘돼서 너무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며 빙그레 웃는다. 이유리의 활약은 인기를 좇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해온 15년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낸다. 2001년 <학교4>(한국방송2)로 ‘케이비에스 연기대상’에서 ‘청소년 신인상’을 받았고, 이듬해 신인상도 거머쥐며 차세대 스타로 손꼽혔다. 그러나 이후 트렌디 드라마보다는 <부모님 전 상서>(2004) 등 일일·주말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면서 청춘스타의 이미지와는 멀어져갔다. “미니시리즈가 잘 안 들어왔다”고 농을 치지만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던 듯했다. “호흡이 긴 드라마를 좋아해요. 미니와 주말드라마가 함께 들어오면 주말을 선택했어요. 주말드라마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길어서 다양한 시도도 많이 해볼 수 있고,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는 법도 배우죠.” 발성부터 호흡, 톤의 높낮이까지 대사 처리를 까다롭게 챙기는 김수현 작가와 세 작품을 함께한 것도 도움이 됐다. “스타가 돼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꾸준히 드라마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연기했습니다.”
<문화방송> 드라마국 관계자는 “연민정이 나오는 신마다 연민정이 가장 돋보일 정도로 스스로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고 이유리의 연기를 평가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노력파 배우다. <사랑과 야망>(2006)에서는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선희를 연기하려고 평소에도 굽이 다른 신발을 신고 다녔다. 영화 <분신사바>에서는 (눈을 가려 몰랐다고는 하지만) 갯지렁이를 입에 넣기도 했다. “스스로 내게 노력상을 주는 것이 매년 목표였는데, 한번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올해도 못 줄 것 같아요.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실제로 만난 이유리는 연민정과는 많이 달랐다. 자신을 포장하는 건 “오글거려서 싫다”고 하고, 스타라는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을 해야 돼요?”라고 반문했다. 내년 계획도 뜻밖이다. “푼수처럼 밝은 역할 등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곳에 계신 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기쁨이 되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연말엔 남편과 집에서 방송사 연기대상 프로그램을 봤다는 그는, 지금과 같은 순간을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감사했던 한해”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예능계 블루칩 부문 혹한기에도 ‘국주꽃’은 폈네
이국주는 지난달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세라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예능계는 그를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 평일 밤 11시대 예능이 시청률 한자리에 그치는 혹한기에도 꽃을 피우며 데뷔 8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배우 김보성을 흉내 낸 “의리” 캐릭터로 인기의 판을 깔더니 ‘호로록~’ ‘식탐송’ 등 여러 유행어를 쏟아냈다. 여자 연예인의 인기척도라는 소주와 화장품 광고까지 찍었다. 한국갤럽이 16일 공개한 ‘올해를 빛낸 인물 코미디언/개그맨’ 부문에서도 개그우먼 1위를 차지했다. 유재석과 김준호, 김준현에 이어 전체 4위로, 5위 강호동을 눌렀다. 이국주의 인기는 오랜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점에서 중고 개그맨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그는 “충분히 내 인생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 욕심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국주 외에도 조세호가 데뷔 14년 만에 지상파 예능 <룸메이트>의 고정을 꿰차는 등 올해 예능은 중고개그맨들의 ‘고진감래’였다.
연기돌 부문 더할 나위 없었다! 임시완
‘을’의 마음을 보듬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일상을 담담히 보여주며 제 몫의 삶을 사는 이들의 휑한 마음을 다독였다. <티브이엔>의 드라마 <미생>이 대표적이다. 2년차 계약직 장그래가 ‘잘난 사람들’에게 치이는 하루가 대다수 ‘평범한 우리들’의 공감을 샀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씨제이’가 함께 조사해 19일 발표한 2014년 콘텐츠 영향력 평가 지수(CPI)에서도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0위 중 유일한 케이블 프로그램이다. 주·조연이 모두 제 옷을 입은 듯 조화를 이뤘다. 특히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의 활약이 컸다. 아이돌 그룹 멤버로 꽃미남 외모인 그가 평범한 장그래에 어울릴까 하는 우려를 연기력으로 씻어냈다. 임시완은 로맨틱 코미디나 큰 규모의 작품만 골라 출연하는 기존 아이돌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영화 <변호인>에 이어 <미생>도 소속사에서 거절한 것을 임시완이 직접 선택해 출연했다고 한다. 스스로 자기 복을 가져간 임시완, 드라마 속 대사처럼 `더할 나위 없었다’.
아빠미소 유발 아이들 부문 힐링열풍 ‘삼둥이’
<괜찮아 사랑이야>의 정신분열증, <별에서 온 그대>의 영원히 사는 외로움 등 상처를 보듬는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예능에서는 아이들의 ‘힐링파워’가 대단했다. 지난해 11월 추사랑으로 시작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7월 ‘삼둥이’까지 가세하며 주말 예능 코너 시청률 24주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힘든 세상에서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얻고 재충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삼둥이는 특히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식당에서 밥이 나오면 “이모님 고마워요”라고 인사하는 예의 바른 모습과, 형제끼리 챙겨주는 우애 등이 사랑받는다. 김구라는 한 프로그램에서 “요즘 대세남은 대한, 민국, 만세”라고 꼽았다. 아이들에 탄력받아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지상파와 케이블 등을 합해 20개 가까이 쏟아졌다. ‘부모+아이’, ‘시어머니+며느리’, ‘장모+사위’ 등 다양한 구성이 넘쳐나면서 설정 의혹 등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중국 한류 새바람 부문 ‘별그대’들 중국 문 ‘활짝’
<별에서 온 그대>가 지상파 드라마의 체면을 세웠다. 올해 방영한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2위(25.4%)지만, 1위 <가족끼리 왜이래>(27.5%, 한국방송2 주말드라마)가 30%는 기본으로 넘었던 전작들만 못하다는 점에서 최고의 성적은 ‘별그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집계한 ‘올 한해 분야별 검색 순위’ 드라마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천송이(전지현)와 도민준(김수현)을 묶은 ‘별그대’들은 중국 내 한류붐을 다시 일으켰다. 무엇보다 ‘별그대’가 대박을 치면서 한류 드라마의 중국 수출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초 회당 1만달러였는데 ‘별그대’는 4만달러에 팔렸다. 현재 방영하는 <피노키오>는 회당 28만달러에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김수현, 전지현이 중국 광고시장에서 인기 모델로 부상했고, ‘별그대’의 장태유 피디가 중국에 진출하는 등 제작진의 ‘중국행’도 줄을 이었다. 김수현의 소속사 등 국내 기획사·제작사가 ‘차이나 머니’와 손을 잡는 경우도 늘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15년간 발성·호흡 다지며 성장
‘사랑과 야망’서 다리 불편한 연기땐
굽높이 다른 신발 신고 다니기도 “연기로는 푼수처럼 밝은 역할
생활로는 호스피스병동 봉사 꿈” 그는 드라마를 사랑해준 “어머니 아버지들”이 “이번에 잘돼서 너무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며 빙그레 웃는다. 이유리의 활약은 인기를 좇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해온 15년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낸다. 2001년 <학교4>(한국방송2)로 ‘케이비에스 연기대상’에서 ‘청소년 신인상’을 받았고, 이듬해 신인상도 거머쥐며 차세대 스타로 손꼽혔다. 그러나 이후 트렌디 드라마보다는 <부모님 전 상서>(2004) 등 일일·주말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면서 청춘스타의 이미지와는 멀어져갔다. “미니시리즈가 잘 안 들어왔다”고 농을 치지만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던 듯했다. “호흡이 긴 드라마를 좋아해요. 미니와 주말드라마가 함께 들어오면 주말을 선택했어요. 주말드라마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길어서 다양한 시도도 많이 해볼 수 있고,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는 법도 배우죠.” 발성부터 호흡, 톤의 높낮이까지 대사 처리를 까다롭게 챙기는 김수현 작가와 세 작품을 함께한 것도 도움이 됐다. “스타가 돼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꾸준히 드라마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연기했습니다.”
배우 이유리 씨가 거울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예능계 블루칩 부문 수상자 이국주 씨.
연기돌 부문 수상자 임시완 씨.
아빠미소 유발 아이들 부문 수상자 '삼둥이'
중국 한류 새바람 부문 수상자 천송이-도민준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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