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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우리 문학이 춤춘다, 배우 100인의 음성을 타고

등록 2014-12-02 19:11수정 2014-12-02 21:18

<EBS 한국문학 100년 ‘낭독 프로젝트’>의 기자간담회.
의 기자간담회.
EBS 한국문학 100년 ‘낭독 프로젝트’
박정자·송일국·이희준 등 참여
근현대 중단편소설 100편 낭독
라디오 방송뒤 오디오북 배포
“괴괴한 밤이었다. 순이는 낑 하고 돌아눕다가 문득 귓결에, ‘응응응응응…’ 하는 소리를 듣고 머리를 번쩍 들었다. ‘여우가 울어?’”

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배우 예지원이 정비석의 소설 <성황당>의 한 대목을 낭독하자, 곁에 있던 연극배우 박정자가 지긋이 눈을 감았다. 1분 남짓의 짧은 낭독이 끝나자 박정자가 벅찬 감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활자가 춤추는 것 같아요. 가슴이 벅차. 너무 감동적이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맛보기로 선보인 짧은 낭독이었지만, 낭독의 풍성한 맛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교육방송>(EBS) 라디오가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현장이다.

<교육방송> 라디오는 내년 1월부터 오디오북으로 한국 문학 100년을 조명하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를 시작한다. 연극배우 100명이 1910년부터 제5공화국까지 한국 근현대문학의 중단편소설 100편을 낭독한다. 교육방송 에프엠(FM) 104.5㎒에서 매일 20분씩 내보내고(자세한 시간 등은 미정) 일요일에는 몰아 방송한다. 교육방송 김준범 라디오국 부장은 “나중엔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시각장애인 학교나 다문화 학교 등에는 무료로 배포하고, 공공 및 초중고 도서관 등에 유통할 예정”이라고 했다. 커뮤니케이션 북스와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함께 참여했다.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근대를 통과하면서 잃어버린 우리 문학의 낭독성을 회복하고, 스마트폰 세대에게 문학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100인의 작가는 한국문학비평가협회의 선정을 기준으로 했다고 한다. 1차로 근대문학의 태동기인 1910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 50회의 낭독이 먼저 선보인다. 박정자가 김명순의 <나는 사랑한다>(1926년)를 낭독하고, 손숙이 나혜석의 <경희>(1918), 정보석이 임노월 <악마의 사랑>(1924), 송일국이 송영 <석공조합대표>(1927), 강부자가 계용묵 <백치 아다다>(1935), 이희준이 김유정 <봄봄>(1935년) 등을 낭독한다. 이밖에도 김지숙, 남경주, 남명렬, 문성근 등도 힘을 더했다. 김호정은 “15년 전에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읽을 수 있는 책이 별로 없어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올라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배우와 작품은 제작진이 조율했다고 한다. 아직 작품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김호정은 “이상의 <날개>를 하고싶다”고 했고, 송일국은 “자신이 없어 짧은 작품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었다”며 웃었다.

교육방송 라디오는 지금도 104.5㎒를 ‘책 읽어주는 라디오’로 정해 하루 16시간씩 책 낭독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배우들의 대거 참여는 이례적이다. 신용섭 교육방송 사장은 “낭독으로 작품의 맛을 살리려면 내레이션 능력과 드라마 연기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며 배우들의 낭독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아 배우들의 고민은 깊다. 송일국은 “내레이션을 한 적이 있는데, 사전을 옆에 놓고 대본의 고조장단을 체크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낭독은 두 달은 더 걸릴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예지원은 “내용 중에 여우소리, 까치소리 등이 나오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며 소리꾼, 가수 등을 참여시키는 색다른 낭독을 고민 중이다. 이미 녹음을 마친 정보석은 아쉬움에 재녹음을 요청했다고 한다. 박정자는 “테크닉보다는 진솔하게 가슴으로 읽어야 하고, 무엇보다 토시 하나 틀리면 안 된다”면서 걱정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또, “(청취자들도) 눈을 감고 들으며 더 많은 걸 상상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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