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은의 TV와 연애하기]
기자가 되고 부고 기사를 서너 차례 썼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기사다. ‘누가 언제 어떻게 사망했다’로 시작하는 흔한 기사는 탈피하고 싶다. 매번 노력은 하는데, 쉽지는 않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짧은 시간 안에 ‘그’를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부고 기사는 잘 써야 한다. 누군가의 한평생이 이 두손으로 정리된다.
부고 기사를 잘 쓰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친분이 있다면 그와의 추억, 남들은 알지 못하는 이면 등을 쉽게 담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취재를 해야 한다. 이때가 가장 힘겹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가 떠나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애써 추억을 곱씹게 하는 건 때론 잔인하다. ‘가시는 길’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싶다지만, 그게 주변인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요즘 티브이를 보면서 조금 불편했다. 매체가 늘어난 만큼 ‘연예인의 죽음’을 둔 취재 경쟁도 뜨겁다. 빈소 현장이 포털과 티브이 화면 여기저기에서 노출된다. 장례식장에 기자들이 투입되고 조문객을 붙잡고 고인과의 인연 등을 묻는다. 누가 조문을 왔고, 누가 오열하는지 등이 영상에 담기고 사진으로 찍혀 포털에 걸린다. 눈살이 가장 찌푸려질 때는 조문하고 나온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굳이 따라가면서 한마디를 ‘요구’하는 경우다. 발인 동안 오열하는 동료들의 ‘눈물’을 담은 영상도 보기 힘겹다.
연예인 장례식 취재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고 이언의 장례식장에서 이선균은 카메라를 들이대며 쫓아오는 기자들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낸 적도 있다. 카메라를 따돌리려고 어떤 연예인은 “이러면 못 내보내겠지”라며 장례식장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 고 채동하의 장례식장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고참 사진기자의 제안으로 연예인 조문객 사진은 찍지 않고, 기사마다 영정 사진만 내보내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의 주도로 이 협정이 자리를 잡았고, 2013년 고 조성민의 장례식장 취재부터 사진 공동취재단이 꾸려졌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안착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흐트러지는 느낌이다. 고 김자옥의 장례식장에 간 조문객들의 사진이 포털에 나열되고, 영상으로 방영된다. 조문객을 따라붙는 취재진 모습이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들에게도 마음껏 슬퍼할 권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들이대는 카메라에 조문이 꺼려진다는 연예인도 있다. 조문 사진이 그대로 노출되면 2차 피해를 입는다. 어떤 연예인은 충격에 정신없이 달려갔다가 화장을 했다고 누리꾼의 악플에 시달렸다. “○○○만 찍어. 나머지는 안 찍어도 된다”는 외침은 인기로 서열이 갈리는 연예계에서 누군가에겐 또다른 상처가 된다.
최근 세상을 떠난 선배의 장례식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선배를 추억하다가 울고 웃었다. 추억이 아름다우니 웃고, 그게 영원한 추억이 됐으니 슬프고. 연예인들도 이런 권리쯤 누려도 되지 않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던 신해철의 빈소.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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