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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박옥선 할머니의 ‘무반주 아리랑’…구순 인생 굽이굽이

등록 2014-11-11 19:36수정 2014-11-17 20:29

13일 밤 방영 KBS1 ‘신아리랑 별곡’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마지막 무대
제작진 “현재진행형인 아픔과 한
노래로나마 씻어주고 싶어 요청”
박옥선(91) 할머니. 사진 한국방송 제공
박옥선(91) 할머니. 사진 한국방송 제공
박옥선(91) 할머니는 1941년 꽃보다 예쁜 18살이었다. 돈을 많이 준다는 얘기에 중국에 있는 바느질 공장에 취직하려고 친구와 몰래 밤 기차를 탔다. 집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래 20명과 도착한 곳은 중국 헤이룽장성 목릉 부근의 ‘위안소’였다. 그곳에서 4년간 ‘그 일’를 겪었고 부대가 폭격을 맞은 뒤 산속을 헤매다가 해방을 맞았다. 이후 할머니는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살다가, 2001년 영구 귀국해 ‘나눔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평소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할머니는 노래 시간만 되면 점잔을 빼지 않는다고 한다. 나눔의 집에 있는 노래방 기기의 마이크를 잡고 고운 목소리를 뽐낸다. 노래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너울너울 춤사위도 일품라고 한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노래도 잘하시고 흥도 많으시다”고 했다. 할머니는 그렇게 원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어릴 때는 오빠들이 풍금도 치고 기타를 튕기곤 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힘든 시간을 보낸 이후 남들 앞에서 드러내놓고 노래를 하진 않았다. 흥에 겨워 한 번씩 부르는 할머니의 노래는 잠시나마 근심을 잊게 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려보내 주는 타임머신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런 할머니가 용기를 냈다. 13일 방송하는 <신 아리랑 별곡>(한국방송1 밤 11시40분)에서 ‘아리랑’을 부른다. <신 아리랑 별곡>은 ‘아리랑’이 2012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2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집공연이다. 송해, 최백호, 인순이, 주현미, 전명신, 임형주, 장윤정, 김태우, 소향, 송소희 등이 출연해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가 담긴 노래를 열창한다.

특히 ‘아리랑’을 부를 때는 우리 민족의 한을 비롯해 다양한 정서를 담뿍 담았다. 공연의 절정이자 마지막 무대에서 아리랑을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고민하던 제작진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70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역사 속 그날은 과거가 되었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겐 당시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아픔과 한을 노래로나마 씻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문석민 피디는 “나눔의 집으로 찾아뵙고 요청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진행된 녹화 전 총연습에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박옥선 할머니가 무대에 섰다. 반주도 없이 1절을 불렀고(사진), 2절은 가수들과 합창했다. 살짝 거친 듯하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3000여평의 공연장을 휘감아 돌자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은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생각 이상으로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는 할머니의 지난 인생을 반추하게 하며, 그래서 더 애달프고 아팠다.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히고, 누군가는 미소를 지었다. “못한다고 망신 당하면 어쩌나”고 걱정했다던 할머니는 “떨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즐거웠노라”고. 현재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54명이 생존해 계신다. 박옥선 할머니의 아리랑은 그들에게 빚진 우리의 마음까지 보듬었던 것일까. 실제 녹화에서는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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