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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연기는 아무나 하나~ 멍멍!…‘동물 배우’ 전성시대

등록 2014-10-26 19:31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출연한 동물배우 벤지.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출연한 동물배우 벤지.
경력 5년 달봉이 ‘중견 배우급’
비중 따라 전체 출연료 몇천만원대
훈련소에서 ‘연습생’ 생활 뒤 데뷔
전용 대기실·간식·영양제까지
자주 나오면 식상…‘신인’에 밀려
“자, 이걸 던지면 받는 거야!” 경기도 남양주의 한 동물연기 전문 훈련소. 다음날 드라마 촬영을 앞둔 배우가 연기 연습에 한창이다. 상대가 부메랑을 던지면 달려가 받아 되가져오는 장면이다. 10분가량 반복 연습 끝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다. 연기 연습에 몰두했던 배우 이름은 벤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스비에스)에서 ‘달봉’으로 출연해 인기를 끈 바로 그 개다. 최근 드라마나 광고에서 동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07년 <해피선데이-1박2일>(한국방송2)의 ‘상근’처럼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데서 벗어나 극 전개에 꼭 필요한 배우의 위치까지 올라서고 있다. <내겐…>의 개와 <고양이는 있다>(한국방송2)의 고양이는 남녀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구실을 했다. <압구정 백야>(문화방송)에서는 개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자주 펼쳐지고, <삼총사>(티브이엔)에서 말은 무사 3인방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비중이 커진 만큼 동물 연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문1 - 다음 동물 중 훈련시키기 쉬운 순서는?
①강아지 ②고양이 ③돼지

동물도 사람처럼 연기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미리 대본을 받고 한 달 전부터 연습에 들어간다. 달봉의 훈련사 한만수 탤런트도그스쿨 소장은 “꽃바구니를 물고 가는 장면을, 입에 무는 것부터 걸어가서 건네는 행동까지 구분해 연습한 뒤 연결동작을 다시 반복한다”고 했다. 경력 5년의 달봉은 사람으로 치면 중견 배우다. 9살로 사람 나이의 70여살과 맞먹는다. 베테랑이라 웬만한 장면은 몇 번 해보면 금세 해낸단다. <내겐…>에서는 아파서 누워 있다가 주인이 오자 슬쩍 눈을 떠 쳐다보는 고난도의 연기도 선보였다.

드라마에서 동물 비중이 커지고 있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달봉’은 남녀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구실을 했다.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드라마에서 동물 비중이 커지고 있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달봉’은 남녀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구실을 했다.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배우 지망생이 연기학원에 다니듯 동물들도 훈련소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살짝 밟았을 때 공격하지 않는 등 몇 가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외모가 김태희라도 촬영용 연습견은 될 수 없다. 대부분 주인이 따로 있는데, 이렇게 뽑히면 전속처럼 훈련소에서 지내는 동물 배우도 있다. 먹이훈련, 교감훈련 등은 여느 반려견과 다를 바 없지만, 배우가 되려면 줄을 풀어도 도망가지 않는 등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개의 경우 ‘초짜’라면 2~4개월 훈련하면 데뷔할 수도 있다. 고양이는 좀 다르다. 한 소장은 “도망가려는 습성 때문에 훈련기간이 길고 까다롭다. 강아지가 15일 하는 훈련이라면 고양이는 한 달 반을 해야 한다”고 했다. 훈련을 가장 빨리 따라 하는 건 의외로 돼지다. 한 소장은 “사람 옆에 붙어 산책하는 것부터 대변 가리는 것까지 두 달 만에 익힌다”고 했다. 염소도 훈련으로 앉고 뛰기가 가능하단다. 훈련 전날 먹이를 줄이고 끝나면 더 많이 주는 식의 ‘밀당’도 중요하다.

문2 - <내겐…>에서 진짜 달봉이 아닌 장면은?
①목욕하는 달봉 ②죽은 달봉 ③입원한 달봉

아무리 연습해도 촬영 현장에 가면 사람처럼 얼게 마련이다. 수십명의 스태프에 놀라 꿈쩍도 안 한다. 그래서 돌발상황 등에 대비해 대역도 준비해놓는다. <내겐…>에서는 두 마리의 달봉이 나왔다. 크리스탈이 목욕시켜주는 장면에서는 다른 달봉이 대신 출연했다. “달봉이 나이가 많아 체온이 떨어질까봐”서다. 한 광고에서는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 4마리를 함께 훈련시켜 한 마리인 양 차례로 연기한 적도 있다.

<삼총사>에서 말이 난동 피우는 장면은 촬영 땐 사람이 타고 있었으나 후반 작업에서 사람을 지웠다. 사진 티비엔 제공
<삼총사>에서 말이 난동 피우는 장면은 촬영 땐 사람이 타고 있었으나 후반 작업에서 사람을 지웠다. 사진 티비엔 제공
고난도의 촬영은 사고를 피하기 위해 합성을 하기도 한다. 티브이엔 쪽은 “<삼총사> 1회에서 말이 무과 시험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은 훈련사가 말을 타고 촬영한 뒤 후반 작업으로 사람을 지웠다”고 했다. 합성으로도 안 되는, 가장 어려운 촬영은 먹는 장면이다.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다 깬 동물이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어렵다. 그럴 경우 간식을 코에 가져가 먹이 냄새에 잠을 확 깨게 하거나, 훈련사가 “옳지”라며 큰 소리로 재롱을 떨어줘야 한다고.

문3 - <고양이는 있다>경쟁률은?
①10 대 1 ②50 대 1 ③100 대 1

<고양이는 있다>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고양이는 있다>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동물 배우 비중이 커지면서 촬영 현장에서 ‘대접’도 달라졌다. 동물이 좋아하는 간식은 당연히 따로 준비돼 있고, 달봉은 오메가3 등 영양제도 먹었다. 달봉이 쉴 수 있는 컨테이너도 따로 마련됐다. 지난해 방영한 <오로라 공주>(문화방송)의 ‘떡대’는 방송사 안에 전용 대기실도 있었다고 한다. 한 소장은 “예전에는 10시간 이상을 차에서 대기하곤 했는데, 이제는 동물들도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화면발을 잘 받기 위한 ‘관리’도 사람 뺨친다. 거품 목욕을 하고 린스 뒤 털에 윤기가 나는 코팅제를 바른다. 조명을 받으면 반짝인다고. 출연료도 올랐다. 떡대는 회당 50만원으로 알려진다. 일일드라마였으니 한달 수입이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른다. <고양이는 있다>의 ‘코코’는 일일드라마의 조연급 정도이고, 달봉처럼 작품 전체로 계산할 경우 비중에 따라 1000만~3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동물 배우의 위상을 올려준 공신은 <1박2일>의 상근이다. 녹화일수를 기준으로 일당 40만원이었다. 국민 애완견으로 사랑받아, 광고 출연료로 한번에 500만~1000만원씩 벌었다고 한다.

동물들도 훈련소에서 연기 연습을 한다. ‘달봉’이 주인에게 재롱 부리는 장면 등을 연습하고 있다. 남지은 기자
동물들도 훈련소에서 연기 연습을 한다. ‘달봉’이 주인에게 재롱 부리는 장면 등을 연습하고 있다. 남지은 기자
그러나 이 세계도 사람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신선한 ‘얼굴’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이유다. 훈련사들한테는 길을 가다가 독특하게 생긴 동물이 있으면 주인에게 명함을 주는 식의 직업병도 생겼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종’을 찾으려고 인터넷을 뒤지고 전국에 수소문한다. 코코도 이런 방식으로 100여마리 가운데 선택받았다. 새로운 동물을 찾으면 프로필을 만들어 제작사 등에 돌리는 건 기본이고, 오디션의 전략도 중요하다. 한 소장은 “달봉은 후보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았다. 톱스타인 비가 출연하는 점을 감안해 달봉이 점잖아 연기자를 귀찮게 하지 않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고 밝혔다. <내겐…>제작진은 “훈련이 잘되어 있고 낯을 가리지 않는 게 동물 배우의 첫번째 조건”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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