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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문화방송, 단막극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등록 2014-10-15 19:10

‘포틴’(4TEEN). 사진 문화방송 제공
‘포틴’(4TEEN). 사진 문화방송 제공
‘드라마 페스티벌’ 첫 정규 방송에
일본소설 각색한 ‘포틴’ 편성되자
“작가·피디 실험 공간에…” 비판
MBC “작년 방영 못해 내보내는 것”
<문화방송>(MBC)이 19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2시5분에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을 방영한다. <드라마 페스티벌>은 지난해 10~12월 10편을 선보였고, 올해 다시 9편을 편성했다. 9월 ‘터닝포인트’와 ‘내 인생의 혹’ 편은 사옥 이전 특집극과 추석특집극의 형태로 내보냈다. 그런 의미에서 19일 시작하는 2부작 ‘포틴’(4TEEN·사진) 편이 <드라마 페스티벌> 정규 방송의 시작인 셈이다. ‘포틴’ 이후 ‘형영당 일기’, ‘오래된 안녕’, ‘하우스 메이크’, ‘라스트송’, ‘원녀일기’, ‘가봉’(가제) 편을 매주 한 편씩 방영한다.

‘포틴’은 각기 다른 고민을 갖고 사는 14살 소년들이 세상과 부딪치며 겪는 성장 이야기다. 음식을 달고 다니는 거구이지만 정의감 넘치고, 체구는 작지만 머리회전과 상황판단력이 빠르고, 조로증에 걸려 입퇴원을 반복하지만 씩씩함을 잃지 않는 등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의 모습이 따뜻함을 준다. <여왕의 교실>(문화방송·2013)에서 연기를 잘했던 아역배우 천보근이 ‘영훈’으로 나오고, 홍요셉과 성유빈, 윤석현이 출연한다. 차태현이 성인 영훈으로 특별 출연하고, 유인영과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등이 나온다. <커피프린스 1호점>(문화방송·2007)의 이윤정 피디가 퇴사 전 연출했다.

그러나 ‘포틴’은 일본 소설을 각색했다는 점에서 <드라마 페스티벌>의 기획의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틴’은 일본 작가 이시다 이라가 2004년 출판한 소설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방송사들이 실패의 부담을 줄이려 ‘막장’을 앞세우거나 검증된 외국 콘텐츠만 골라 리메이크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다. 이런 환경에서 단막극은 작가와 피디가 자유롭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신인 작가 발굴의 장이기도 하다. 외국 작품을 각색할 수는 있지만, 몇 편 안 되는 <드라마 페스티벌>이 우리 드라마 작가들의 순수 창작물을 두고 외국 작품을 각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다. 단막극을 많이 만든 한 지상파 드라마 피디는 “단막극의 창의성은 자존심과 같다. 형식과 내용 등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순수 창작물을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문화방송> 쪽은 “지난해 방영하려고 만든 건데 편성이 안 잡혀서 <드라마 페스티벌>로 내보내게 된 것”이라고 했다. 2부작 ‘포틴’이 나가면서 지난해 10편이던 작품이 올해는 9편이 됐다.

<문화방송>은 <드라마 페스티벌> 누리집에 “(2013년 드라마 페스티벌이) 경쟁력 있는 젊은 연출과 신인 작가들의 만남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탄생시켜왔다”고 했다. 또 “올해도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는 재기발랄한 시도들이 작품으로 전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포털사이트의 프로그램 소개에서도 ‘경쟁력 있는 젊은 감독과 신인, 기성작가의 만남을 통해 실험적인 드라마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제목 하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방송은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원작 출판사와 합의해 드라마 제목을 ‘포틴’(원작 이시다 이라 <4TEEN> 신조사 간행, 기획협력 신조사)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 제목에 원작명과 간행사, 기획협력사까지 나란히 적은 사례는 전무후무할 듯하다”고 꼬집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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