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시엔 제공
‘나쁜 녀석들’ 형사역 김상중
나쁜 놈들이 모여
더 나쁜 놈 혼내주는 이야기
“시사프로 7년 진행하면서
현실의 불의에 답답할 때 많아
드라마로 대리만족 하시길”
나쁜 놈들이 모여
더 나쁜 놈 혼내주는 이야기
“시사프로 7년 진행하면서
현실의 불의에 답답할 때 많아
드라마로 대리만족 하시길”
연예인을 많이 만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김상중은 꼭 한번 만나고 싶은 배우로 꼽힌다. 워낙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데다,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스비에스)를 진행하면서 보여준 약자의 편에 선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세월호 관련 방송에서 맺음말을 하면서 울컥하던 모습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티브이 속의 이 정의감은 모두 ‘진짜’일까.
25일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범죄수사드라마 <나쁜 녀석들>(오시엔·4일 시작)의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답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이유를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랬다. “요즘 세상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존중되는 이상한 풍토가 만연해있지 않나. 시사프로그램을 7년간 진행하면서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한 사건이 많아 안타까웠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대리만족을 주고 싶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미해결 사건 없이 100% 다 해결된다.”
<나쁜 녀석들>은 조직폭력배(마동석), 사이코패스(박해진), 살인 청부업자(조동혁) 등 ‘나쁜 놈’들이 모여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더 나쁜 놈’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다. 김상중은 출세 등에는 관심 없고, ‘나쁜 놈’이 걸렸다 싶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떻게든 잡고야 마는 강력계 형사 오구탁을 연기한다. ‘나쁜 녀석들’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그는 “법으로 심판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법이 아닌 걸로라도 해결해줬으면 하고 느낄 때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배역을 선택하면서까지 정의 구현을 떠올리게 된 것일까.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한 이후 세상 일에 더 울분을 토하게 됐다고 한다. 시사교양프로 진행자로는 이례적으로 ‘꽃중년 탐정’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인기를 얻지만, 그게 배우로서 역할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데뷔 24년 동안 다양한 인물을 오갔는데,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한 2008년 이후부터는 주로 <추적자>(2013)의 ‘강동윤’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이 많았다. 스스로 “역할 선택에 좀 더 신중하게 되더라”고 했다. 그러나 “시사프로 진행이 역할의 폭 등에 제약을 주더라도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시청자에게) 줄 수 있기에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김상중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상대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며 펜을 꺼내 질문을 메모했다. 그동안 다른 드라마에서도 예리한 눈빛과 단호한 몸짓, 끝을 낮게 떨구는 말투 등으로 냉철한 성격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몸’도 쓴다.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전체 11부 중 60% 이상 찍었다. 사전 제작을 하는데 ‘사’자가 실은 ‘죽을 사’”라며 엄살이다. 하지만, 젊은 배우들 틈에서도 운동 신경이 발군이었다고 한다. 박해진은 “선배님이 장애물을 너무 가볍게 넘어 나도 시도했다가 다칠 뻔했다”고 했고, 김정민 피디는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한다”고 전했다. 알고보니 해병대 출신에 오토바이 타는 게 취미란다.
의외의 모습은 또 있다. 김상중의 매니저 변상필씨는 “술을 안 마셔서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간다”고 귀띔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인터뷰를 하던 그는 내내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들고 찻집에서 홍차를 마시듯 천천히 차를 음미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오시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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