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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건 ‘젊은 스크루지’로…엇박 연기하고 싶었다”

등록 2014-09-23 18:43수정 2014-09-23 21:19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마친 장혁

데뷔 17년 만에 망가진 ‘진지맨’
“대본은 설계도…내 마음껏 놀았다”
최근 웹드라마 출연 ‘장르 깨기’ 도전
<문화방송>(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물오른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장혁을 18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싸이더스 에이치큐 제공
<문화방송>(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물오른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장혁을 18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싸이더스 에이치큐 제공
한 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예를 들어”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이목구비처럼 어떤 질문이든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한다.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농을 치지도 않고, 농을 던져도 정색하며 답한다.

“인터뷰에선 제 생각과 감정을 최대한 정확하고 세밀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시간이 아니면 촬영 얘기를 들려줄 기회도 없잖아요. 농담을 해버리면 4~5개월을 그냥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깍듯하다. 이런 남자가 극중에서 매사 ‘펄떡펄떡’이던 이건이었다니. 스스로도 “내가 생각해도 나와 너무 다르다”고 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문화방송)에서 주인공 이건을 연기한 배우 장혁(38)을 1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종영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진지맨’ 장혁을 데뷔 17년 만에 ‘코미디의 제왕’으로 거듭나게 한 작품이다. 1997년 드라마 <모델>로 데뷔한 뒤 <학교>(1999), <추노>(2010) 등에서 그는 주로 따뜻하거나, 터질 듯한 근육을 뽐내던 거친 남자였다. 2002년 로맨틱 코미디(<명랑소녀 성공기>)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이른바 ‘망가지는 역할’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미역 줄기 같은 단발머리를 하고 나와선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거만한 성격을 드러낸 웃음소리부터, 다크서클을 턱밑까지 그리고 괴로워하는 모습 등 대부분의 장면에서 과장된 몸짓과 말투를 선보였다. 김미영(장나라)과의 하룻밤을 떡방아 찧는 장면으로 표현하는 등 19금 복고 코미디도 서슴없이 소화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가 매회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는 “이건을 스크루지의 젊은 날로 표현하고 싶었다. 피디와 다른 연기자들과 호흡이 잘 맞아 마음껏 놀 수 있었다”고 했다. “대본대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대본은 시공을 위한 설계도라고 생각해요. 사전에 작가와 감독과 얘기해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본질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대본을 해석해 표현했습니다.” 화제가 된 웃음소리 “음하하하하” 등 ‘원맨쇼’로 이끌어간 대부분의 장면도 즉흥연기(애드리브)였다고 한다. 장나라를 달팽이에 비유하며 하소연해 화제가 된 장면도 원래 완전한 코미디였던 것을 멜로, 스릴러 느낌을 섞어 재탄생시켰다. “달팽이 컴퓨터그래픽도 대본에는 없었는데 연기하는 톤을 보고 제작진이 넣었습니다.”

왜 이제야 코미디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변신에 시청자들은 온갖 별명을 붙이며 환호했다. 지금까지 작품 선택의 기준은 주로 “사람과의 관계”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장르도 많았고, 실패한 작품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같은 일을 할 거면 마음맞는 사람들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잘 아니까 단점을 알 수 있고. 캐릭터는 잘 되고 못 될 수 있지만, 사람을 얻었으면 그만큼 득이 된 거죠.”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정박이 아닌 엇박의 연기를 하고 싶어 출연했다”고 한다.

하고 싶은 작품만 고집하지 않고, 해야하는 작품도 하다보니 그만큼 다양한 경험이 따라왔다. 그는 “듣거나 봐서 아는 것과 직접 해본 것은 다르다”면서 “장르를 개척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했다. 실제 <운명처럼 널 사랑해>도 복고 분위기가 나는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노래방 장면에선 장혁이 2000년 실제로 ‘티제이’라는 랩퍼로 활약한 뮤직비디오가 배경화면으로 나온다. 현실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이런 삽화들이 코미디의 자연스런 요소로 녹아들었다.

그는 “주성치 영화나 <기쿠치로의 여름>처럼 엔지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식의 열려 있는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장혁의 아픈 과거처럼 회자되는 ‘티제이’ 프로젝트도 실은 이런 장르 개척의 시작이었단다. 최근에는 웹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웹툰처럼 웹드라마도 나중에 활성화가 될 것 같아요. 시간이 7분인데, 7분 안에 뭔가를 보여주려면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다른 연기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매년 쉬지 않고 배우로서 바쁘게 살아 온 그는 내년 1~2월께 선보일 영화 <순수의 시대> 개봉까지 당분간 아빠 그리고 남편으로 돌아간다. “여행을 가는 등 당분간은 가족과 보내고 싶다”고 하는데, 그의 당장의 임무는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오늘은 목요일이니까.(웃음) 경력이 벌써 7~8년이에요. 남들 두세 번 왔다갔다하는 걸 한번에 끝내죠. 저 프로에요 프로!” 평소에는 정말 웃긴다는 그의 설득력 없던 주장이 인터뷰 말미에 처음으로 힘을 얻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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