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들의 작가 변신이 화제다. 웹툰 작가로 데뷔한 유세윤의 작품.
유, 1년 넘게 직접 작품 기획해
강, 테스트 거쳐 막내작가 입성
심, 시놉시스 통과돼 기회 얻어
사회풍자·희로애락 담아 눈길
강, 테스트 거쳐 막내작가 입성
심, 시놉시스 통과돼 기회 얻어
사회풍자·희로애락 담아 눈길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뭔가를 이룬 느낌이에요.”
개그우먼 심진화는 요즘 대학로에서 산다. 남편인 김원효와 이광섭, 송준근 등 개그맨들이 모여 만든 연극 <대박포차>가 10월31일까지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대박 포차>는 포장마차 주인 김원효와 이광섭이 손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는 내용인데, 심진화는 배우가 아닌 작가로 이 연극에 참여했다. 심진화는 “작가를 찾기에 내가 한번 써보겠다고 하니 처음엔 다들 침묵하더라.(웃음) 시놉시스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써서 보여줬는데 다행히 마음에 들어 했다”고 말했다.
심진화뿐 아니라, 개그맨들의 작가 변신이 잇따르고 있다. 개그맨 유세윤은 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웹툰 작가로 변신했다. 스마트폰에 빠진 세상을 구하려는 이들의 활약을 담은 공상과학 휴먼드라마 <유턴>을 10일부터 매주 수요일 공개하고 있다. 유세윤이 직접 기획했고, 아이디어 구상부터 1년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유세윤이 라디오 작가 공지원과 함께 글을 쓰고 이규환이 그림을 그린다. 유세윤은 “빠르게 미래로 가는 세상이 두렵고 아쉬워 잠시 스마트폰에서 눈을 돌리고 현재의 행복을 충분히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고 소속사를 통해 전했다. 강유미는 <티브이엔>의 예능프로그램 <에스엔엘 코리아>의 작가로 3월8일 ‘박성웅’ 편부터 참여하고 있다.
개그맨들이 가수, 연기자로 변신한 경우는 많았지만 작가 쪽은 이례적이다. 특히 ‘재미삼아 한번’이 아니라 다른 작가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점도 눈에 띈다. 강유미는 스스로 길을 열고 막내 작가부터 시작했다. 미국 어학연수 시절부터 <에스엔엘>의 팬이었고, 아카데미에 등록해 글 쓰는 법 등을 배웠다고 한다. <에스엔엘 코리아>의 작가가 되고 싶어 직접 쓴 대본을 제작진에게 제출하는 등 일반 작가와 같은 과정의 테스트를 거친 뒤 막내 작가로 발탁됐다고 한다. 유세윤도 대학 동기인 디마엔터테인먼트 백승현 피디 등과 팀을 이뤄 여느 신인 웹툰 작가들의 지원 과정을 똑같이 치렀다고 한다. 백승현 피디는 “30회분의 구성을 다 보냈고 6개월의 기다림 끝에 제안을 확정받았다”고 했다.
개그맨들이 집필한다고 웃기기만 할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대박포차>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내용이 웃음과 감동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 실업, 우리 시대 힘없는 중년의 아픔, 외로운 노년의 이야기 등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때론 즐겁고 슬프게 펼쳐진다. 심진화는 “종합병원에 가면 숨이 넘어가는 데도 ‘접수 먼저 하고 오세요’라고 하잖아. 로비에는 아픈 사람이 넘쳐나는데 있는 사람들은 브이아이피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그런 서러운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유세윤의 <유턴>은 사람이 쓰러져 죽어가는 데도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하느라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들 모두는 오랜 꿈을 이룬 것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써 잡지 등에 보내기도 했다는 심진화는 “드라마를 너무 쓰고 싶었는데 도전을 못했다. 드라마 아카데미에 다닐까 알아보고 있다. 가족이야기를 쓰고 싶다”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백승현 피디는 “대학에서 방송극작과를 나온 유세윤은 영화 시나리오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코엔·뉴시스 제공
연극 대본을 쓴 심진화.
'SNL 코리아'의 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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