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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가족 예능’ 우후죽순…이러다 연예인 팔촌까지 출연할라

등록 2014-07-28 20:05수정 2014-07-29 00:17

연예인과 그 가족이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사진은 <화끈한 가족>(제이티비시)에 출연한 ‘고부’ 현미와 원준희.
연예인과 그 가족이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사진은 <화끈한 가족>(제이티비시)에 출연한 ‘고부’ 현미와 원준희.
자기야·아빠어디가·콩깍지 등
지상파·종편·케이블 합쳐 15개
출연자 중복에 내용도 엇비슷

고부갈등·부부다툼 등 내세워
실제 모습보다 연출한 느낌도
평론가 “무분별 제작 삼가야”
중국 배우 탕웨이가 한국의 영화감독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에스엔에스(SNS)에는 한동안 ‘탕웨이의 3년 후’라는 제목의 사진이 떠돌았다. 탕웨이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나오는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탤런트 전원주와 가수 현미 사이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합성한 것이다. 웃자고 만든 사진이지만, 한편으론 가족이 등장하는 예능이 지나치게 많아진 현상을 곱씹게 한다. 많다고 모두 나쁜 건 아니지만, 우후죽순 늘면서 겹치기 출연에, 엇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획일화의 부작용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다 사돈에 팔촌까지 나오겠네 현재 지상파 3사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종편),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가족 예능은 15개 남짓이다. 부부를 중심으로 ‘부모+아이’, ‘시어머니+며느리’, ‘장모+사위’ 등 가족 사이에서 구성할 수 있는 조합이 거의 다 나온다. 이를테면 가족 예능의 전성시대다.

가족 예능 프로그램
가족 예능 프로그램
 부모(또는 부모 한쪽)가 아이와 함께 나오는 예능이 대표적인 경우로,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스비에스),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한국방송2)와 <일밤-아빠 어디 가>(문화방송) 등 모두 8개나 된다. (<표> 참고) <고부스캔들>(제이티비시) 등에서는 매주 고부 갈등이 펼쳐진다. 부부가 출연했던 가족 예능의 1세대인 <자기야>(에스비에스)는 장모와 사위가 출연하는 관찰 형식으로 바뀌었다.

 <속풀이쇼 동치미>(엠비엔)는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남편과 아내를 대변하는 연예인 등이 출연한다. <티브이엔>은 다양한 삼각관계의 당사자들이 요리대결을 펼치는 <고래전쟁>의 29일 1회 손님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의 어머니와 아내, 즉 고부의 대결을 내보낸다. 출연 연예인을 기준으로 그의 동생, 조카, 처남 등 다른 가족들이 자주 등장하고, <빅스타 리틀스타>(제이티비시)에는 장동민과 조카가 고정 출연하다보니, “이러다 사돈에 팔촌까지 나오겠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겹치기 출연에 내용도 비슷…도플갱어인가요? 가족 예능의 시청률은 타 예능에 견줘 높은 편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아빠 어디가>의 27일 방송 코너시청률은 각각 11.5%와 9.6%(에이지비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였다. 같은 시간대 <에스비에스>의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3.1%)보다 훨씬 높다. 종편 프로그램인 <부부극장 콩깍지>(엠비엔)도 2%를 기록했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고, 육아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주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라고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분석한다. <유자식 상팔자>(제이티비시)가 부모와 자녀의 다양한 생각을 전하고, 육아 예능들이 간혹 육아법도 알려주는 것처럼 나름의 장점도 있다.

 그러나 수가 많아지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자극하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부모+아이, 시어머니+며느리가 마치 한 세트처럼 되어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미는 겹치기 출연 문제다. 고부 사이인 가수 현미와 원준희는 <화끈한 가족>에 출연한 뒤, <고부스캔들>에 나왔고, <웰컴 투 시월드>에 출연했다. 현미가 원준희의 옷차림과 갈색머리를 꾸중하는 등 내용도 비슷하다. 방송인 윤영미는 <고부스캔들>과 <화끈한 가족> 두 프로그램에서 시댁을 찾는 장면을 연출했다. 흡사 같은 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방송인 염경환의 경우 아들과는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는 <엄마의 탄생>(한국방송1)에 동시 출연하고 있다.

 한 종편 프로그램 피디는 “가족 프로는 많아지는데 가족 섭외에 응하는 연예인은 한정되어 있어 겹치기 출연을 피하기 힘들다”고 했다. 제작진의 섭외 경쟁 속에서, 탤런트 박혁권은 한 예능에서 “결혼도 안 했는데 <자기야>에서 섭외 전화가 왔다”고도 했다.

 이게 진짜 가족의 모습? 식구들 사이의 ‘작은 갈등’은 가족 예능에서 양념 같은 것이다. 일부 프로가 이런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인위적으로 연출된 느낌마저 줄 때가 많다. 잠깐 출연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다정한 할아버지였던 양택조가 <고부스캔들>에서는 친손주에게 탕수육을 시켜주는 것조차 아까워하는 자린고비 할아버지로 돌변한다. 외손주들은 끔찍하게 생각하면서도 친손주에게는 무서운 할아버지의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화끈한 가족> 등에서 시어머니에게 애교 섞인 모습을 보이던 원준희는 <웰컴 투 시월드>에 출연해서는 “나는 애교가 없다”고 말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갈등을 강조하다 보니 프로그램 속 시어머니들은 늘 며느리가 불만이고, 부부는 작은 일에도 다툰다. <부부극장 콩깍지>에 출연한 탤런트 이시은의 남편은 아내가 다림질을 엄마처럼 못한다고 뜬금없이 화를 낸다. 가족 예능에 출연한 한 배우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 콘셉트를 알기 때문에 실제와 달리 오버하게 된다. 결국 ‘100% 리얼’은 아닌 셈이다”고 했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아이의 순수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며느리의 이야기에 속이 다 시원하다”는 식의 긍정적인 의견도 많지만, <고부스캔들> 등의 시청자게시판에는 “양택조의 며느리가 불쌍하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데 왜 그렇게 심하게 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거 정말 실제 행동 맞나요?”라며 ‘설정’을 의심하는 비판도 쏟아진다. 하재근 평론가는 “아무리 인기라지만 무분별한 제작을 삼가야 한다. 가족 예능은 진실된 이야기로 공감을 사는 게 중요한 만큼, 연예인들이 뭔가를 보여주려고 설정하는 등 순수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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