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도현
‘정글의 법칙’ 내레이션 윤도현
힘찬 목소리 조화…몰입 도와
‘아빠…’는 애 키우는 이종혁이
‘휴먼드라마’처럼 친근감 전달
힘찬 목소리 조화…몰입 도와
‘아빠…’는 애 키우는 이종혁이
‘휴먼드라마’처럼 친근감 전달
최근 한 종편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수 윤도현(사진)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는 내용인데, 반 친구들이 “‘정글’ 목소리를 내달라”고 조른 것이다. 윤도현은 <에스비에스>(SBS)의 <정글의 법칙>에서 직접 출연하진 않고 목소리로 내용을 설명하는 내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윤도현은 “과연 우리는 친해질 수 있을까요”라며 <정글의 법칙> 속 한 소절을 응용해 보였다.
<정글의 법칙>에서 윤도현 내레이션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야생에서 펼쳐지는 험난한 여정이 자유롭고 거친 느낌이 물씬 나는 그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뤄 몰입을 돕는다. 지난해까지 <정글의 법칙>을 연출했던 이지원 현 <도시의 법칙> 피디는 “윤도현은 정글의 야생 느낌을 살리는 데 최고의 음색을 갖고 있다. 당시 새로운 시도였지만 목소리와 프로그램이 잘 맞았다”고 했다. <정글의 법칙>과 윤도현은 연예인 내레이터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내레이터로 참여하는 일이 잦아졌다. 과거 고현정, 이병헌 등 톱스타들이 특집 다큐나 교양 등에 단발성으로 참여한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예능의 연예인 내레이터는 유행이 됐다.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한국방송2)에서는 배우 채시라에 이어 신애라가 내레이션을 하고, 8월3일부터는 방송인 허수경이 맡는다. <일밤-아빠 어디 가>(문화방송)에서는 이전 출연자였던 배우 이종혁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배우 김민정, <도시의 법칙>(에스비에스)에서는 가수 성시경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지난 4일 끝난 <접속 2014>(엑스티엠)는 가수 수지와 로이킴이 내레이션을 했다. <룸메이트>(에스비에스)는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내레이터로 참여한다.
연예인 내레이터의 유행은 최근 관찰 예능이 중심이 된 분위기가 배경이 됐다. <무한도전>(문화방송) 같은 리얼버라이어티는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건 같지만, 메인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일상을 그대로 담는 관찰 예능은 정리자가 따로 없다. 이지원 피디는 “현장에서 상황을 따로 정리하거나 진행하지 않아 연출 의도나 스토리텔링 등을 대신 전달해줄 화자가 필요했다”고 한다. 관찰 예능이 휴먼드라마의 요소가 강하다 보니 전문적인 성우보다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이미지의 배우 등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강봉규 <슈퍼맨이 돌아왔다> 피디는 “연예인들의 내레이션은 친근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내레이션을 하는 배우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프로그램의 색깔이 더 뚜렷해지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주로 ‘목소리 궁합’을 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프로그램과 연예인의 ‘이미지 궁합’을 더 따진다. 강봉규 피디는 채시라와 신애라를 기용한 데 대해 “두 사람 다 한 가정의 따뜻한 엄마이며 남편과의 사이 역시 아름답게 비치고 있다. 가족애를 담을 수 있는 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생활하는 <도시의 법칙> 속 젊은이들의 활달한 분위기는 가수 성시경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목소리 출연료는 일반 출연료에 견줘 적고, 1주일에 한번씩 시간을 내어 따로 녹음을 해야 한다. 그래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프로그램의 인기에 따라 내레이터로 참여한 연예인도 호감을 얻게 되면서 제작진은 “섭외도 잘되는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예인 내레이션이 유행이 되면서, 깜짝 출연도 시도되고 있다. <동물농장>(에스비에스)은 20일 ‘곰 사파리의 여신 유토 폭행사건’ 꼭지를 내보내면서 같은 방송사의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을 내레이터로 등장시켰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 속 유행어인 “그런데 말입니다”를 활용한 내레이션으로 색다른 재미를 줬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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