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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막돼먹은 세상 향한 ‘영애씨의 고군분투’…계속될 거죠?

등록 2014-07-09 19:29수정 2014-07-09 21:32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진들.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진들.
같은 출연진 이어간 ‘시즌13’ 종영
소심남녀 찌질한 일상 그려 호응
‘노처녀의 대명사’ 김현숙 7월 결혼
‘시즌14’ 제작 여부 관심
“매 시즌 끝나고 시작하기를 반복했는데, 이번에는 괜히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마지막 촬영날 현장을 떠나는 게 아쉬워서 한참을 서성였어요.”

10일 종영하는 <티브이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목 밤 11시·사진)에서 윤서현 과장으로 출연중인 윤서현은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즌13을 끝내는 시원섭섭한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한 시즌을 3~4개월 내보낸 뒤 3개월 남짓 공백기를 거쳐 다시 새 시즌을 시작해왔다. 시즌13도 종영 뒤 몇 달을 기다려 시즌14로 돌아오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는 “그냥 이번에는 뭔가 많이 허전하다”고 했다. 혹시 시즌14가 없는 건 아닐까?

<막돼먹은 영애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2007년 4월20일 시즌1을 시작했으니 7년이 훌쩍 지났다. <거침없이 하이킥>(문화방송)과 <논스톱>(문화방송) 등의 시트콤이 시즌제를 표방했지만 제목과 구성만 비슷했을 뿐 출연진은 달랐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12에서 극중 이영애의 직장 사람들이 바뀐 것을 빼고는 고정 출연자로 시즌을 이어왔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시즌1~4, 시즌9를 연출한 정환석 전 씨제이 피디는 “출연자들이 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모두 가족처럼 지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촬영이 없는 날은 함께 여행을 가는 등 출연진은 평소에도 뭉쳤다.

이덕재 <티브이엔> 본부장은 “<막돼먹은 영애씨>는 케이블 자체 제작 드라마의 성장에 디딤돌을 놓았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개국한 <티브이엔>의 첫번째 자체 제작 드라마로, 당시 지상파에 비해 제작비나 촬영 환경 등이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케이블 드라마가 어떻게 지상파와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초기엔 6㎜ 카메라로 출연자를 쫓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했다. 다큐드라마로 색깔을 낸 것이다. 회당 제작비 4000만~5000만원의 저예산 조건이 빚어낸 차별화였다. 세트 없이 실제 집과 사무실을 빌려 촬영하고, 제작진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시즌5부터 메인 피디를 맡아 시즌9를 쉬고 시즌11까지 연출했던 박준화 피디는 “그런 연출이 오히려 ‘리얼공감’을 강조하는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무엇보다 장수 드라마로 성공한 것은 시청자들이 ‘나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영애는 족발집 간판, 고깃집 메뉴판 등을 작업하는 작은 회사의 디자이너로 별로 예쁘지도 않고 뚱뚱한 노처녀, 그래 바로 ‘내 모습’이다. 시즌1에서 30살이었던 영애는 37살이 됐다. 아등바등 살지만 쨍하고 해 뜰 날은 오지 않고, 예쁜 직원과 차별하는 남자 직원들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상파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라면 이럴 때 앞뒤 안 가리고 회사를 그만뒀겠지만, 그럴 용기를 낼 직장인이 몇이나 되나. 영애는 구박하는 사장에게 침을 뱉은 커피를 건네는 식의 소심한 복수에 낄낄대며 좋아한다. 윤서현은 “주인공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장 유형관을 통해 기러기아빠의 쓸쓸함을 보여주는 등 등장인물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내 비슷한 상황의 시청자들을 대변한 것도 좋았다”고 했다. 정환석 피디는 “드라마의 뻔한 설정을 벗어나 평범한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단점까지 가감 없이 보여줬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어 시청자의 반응이 컸다”고 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매 시즌, 시청률 2%를 오르내리며 사랑받았다. <무한도전>이 그랬듯, 평범하고 부족한 이들의 고군분투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드라마도 힘을 잃는다. 시즌9를 기점으로 기존 6㎜ 카메라를 버리고, 에이치디(HD) 카메라로 영상미를 강조했다. 실제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하던 배우들이 협찬을 받은 최신 휴대폰을 들고 나오고 때론 자사 홈쇼핑을 홍보하는 듯한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드라마는 화려한 옷을 갈아입었지만, 초반의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제 색깔을 잃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즌13을 끝날 즈음 위기는 또 찾아왔다. 이영애를 연기하는 김현숙이 7월 결혼한다. ‘노처녀의 대명사’ 이영애의 고군분투가 세상의 많은 노처녀를 사로잡았던 만큼 그의 결혼으로 시즌14가 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막돼먹은 영애씨> 후속으로 이미 <잉여공주>(8월), <식샤를 합시다>(내년 1월) 두 편이 잇따라 편성되어 있다. 현재로선 시즌14 자리가 없는 셈이다. 이덕재 본부장은 “시즌13이 끝난 뒤 향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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