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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아이디어 ‘철철’ 정치풍자 ‘척척’…‘웃찾사’가 달라졌어요

등록 2014-06-23 19:04수정 2014-06-24 08:15

개그맨 강재준과 이동엽, 정재형, 남호연, 홍윤화(앞쪽부터 시계방향)가 6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에스비에스> 공개홀에서 녹화를 앞두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개그맨 강재준과 이동엽, 정재형, 남호연, 홍윤화(앞쪽부터 시계방향)가 6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에스비에스> 공개홀에서 녹화를 앞두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2 부흥기 노리는 ‘웃찾사’ 개그맨들

“전성기때 자만…최선 다 안해” 반성
전원 ‘중용 23장’ 외우고 정신무장
누명의 추억·짜이호 등 코너 ‘입소문’
타방송선 자취 감춘 정치풍자 호평
‘스토리 흡인력 부족’ 등 보완점도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 금 밤 11시25분·이하 <웃찾사>)의 서울 등촌동 연습실은 요즘 개그 강의실 같다. 웃음의 기본을 곱씹는 글들이 칠판마다 빼곡하다. 최근에는 이창태 담당 피디의 권유로 개그맨들 모두 <중용>의 23장도 외웠다. 대략 “작은 일에도 성심을 다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영화 <역린>에서 정조가 되뇌었던 문구다. 요즘 <웃찾사>의 화두인 셈이다. “녹화 전에 다같이 모여 화이팅도 외치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2004년 <웃찾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창태 피디도 제작총괄국장을 거쳐 지난 2월 다시 돌아왔다.

한마음으로 뭉쳐 웃음을 되찾겠다는 진심은 통하고 있다. 최근 잦은 결방으로 시청률은 한자릿수로 주춤하지만, 블로그와 에스엔에스(SNS)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누명의 추억’, ‘짜이호’, ‘아후쿵텡풍텡테’ 등의 코너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에서도 잘 볼 수 없는 촌철살인의 정치풍자 코너도 박수를 받는다. 선배인 강성범, 김형인을 주축으로 이동엽, 정재형, 홍윤화, 남호연, 강재준, 서금천 등이 활약한다. 최근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 변화의 시작은 반성부터 한때 시청률이 30%에 육박했던 <웃찾사>는 2006년 이후 하락세를 탔다. 2010년 한 때 폐지된 적도 있다. 원인을 물으니 뜻밖에 자기 반성을 쏟아낸다. ‘누명의 추억’으로 <웃찾사>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동엽은 “당시 <웃찾사>는 뭘해도 인기를 얻는 분위기이다 보니 개그맨들이 갈수록 총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열혈강호’의 남호연도 “다른 코너가 다 잘 되니까 다들 나는 이것만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자만했다”고 한다. ‘아후쿵텡풍텡테’의 강재준은 “코너가 끊임없이 로테이션이 되면서 인기를 이어가야 하는데, 한 코너가 막을 내리면 올릴 만한 새 코너가 없어 흐름이 끊겼다”고 했다. ‘성호야’의 홍윤화는 “그러면서 어느 순간 <웃찾사>는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제는 정말 다르다. 일단 한번 보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봐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 것도 예전과 다른 점이다. <웃찾사> 개그맨들은 직접 홍보에 발벗고 나선다. 일부러 에스엔에스나 블로그를 하면서 모르는 이들에게도 방청권을 나눠주고, 이번주 방영할 코너를 미리 올려 호기심도 유발한다. ‘짜이호’의 서금천은 서울 홍익대 앞 등에서 길거리 게릴라 공연도 했다. ‘우주스타 정재형’의 정재형은 “반드시 부흥기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일단 보면 웃을걸? 자신감의 재료는 품질이다. 실제로 요즘 <웃찾사>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코너가 많다. 비정상적인 소수가 다수를 비틀며 소통 안 되는 사회를 꼬집는 ‘아후쿵텡풍텡테’와 부산이 수도라는 가정 하에 벌어지는 ‘부산특별시’ 등 뒤집어보기 시도가 좋다. 간신과 충신을 구분하고 현 정치·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게 까발리는 ‘응답하라 1594’와 ‘엘티이 뉴스’와 같은 풍자 개그도 반갑다. 브로드웨이의 극장쇼를 연상케하는 ‘우주스타 정재형’은 배우 정우성이 영화 시사회에서 따라하는 등 <웃찾사>의 대표 코너로 자리매김했다. 손바닥을 이마에 붙이고 익살스럽게 웃는 표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다. 모델 출신으로 데뷔 1년6개월의 신인인 정재형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다가 그냥 이마에 손을 댔는데 주변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이창태 피디는 “공감을 기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 “개그 보면 심장 뛰어” 이들에게 <웃찾사>는 고향이다. 모두 <웃찾사>로 데뷔했다. 홍윤화는 <웃찾사> ‘행님아’의 김신영을 보며 개그우먼의 꿈을 키웠고, 고2 때인 2006년 데뷔했다. “고1 때 행님아 대본을 혼자 써서 학교 축제 때 흉내 내서 1등도 했어요. 개그맨으로 데뷔하고 첫 무대에 선 날 눈물을 펑펑 흘렸죠.” 용인대에서 용무도 선수로 활약한 강재준은 “내 안의 재능을 발견하고” 2008년 개그맨이 됐다. 모두 10년 가까이 힘든 시절을 겪었지만 <웃찾사>를 떠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한 달 반을 쉴 때도 매일같이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동엽은 “다른 일도 해봤지만 결국 돌아오게 되더라. 개그 무대를 보면 심장이 뛴다”고 했다. 강재준은 “사람들을 웃길 때 희열을 느낀다. 돈을 못 벌더라도 언젠가는 잘 될거란 희망을 안고 산다”고 했다.

한 코너의 시간이 너무 길고, 공감을 강조하는 코너들의 스토리텔링이 흡인력이 떨어지는 등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밤 11시라는 늦은 방송 시간도 시청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한국방송>이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을 다양한 예능에 투입하며 ‘스타’로 키우듯 방송사 전체의 도움도 필요하다. “일단 <웃찾사>가 재미있어야 하는 게 첫번째”라며 내내 진지하던 그들은 마지막에 한 마디 지긋이 던진다. “대신 얘기 좀 해주실래요? 예능 나가고 싶어요! 흐흐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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