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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말 못하는 갑갑한 현실…“드라마만 속 시원해”

등록 2014-06-03 19:02수정 2014-06-03 20:25

현실의 폐부를 찌르는 드라마 속 촌철살인 대사들이 화제다. <빅맨> 사진 한국방송 제공
현실의 폐부를 찌르는 드라마 속 촌철살인 대사들이 화제다. <빅맨> 사진 한국방송 제공
‘골든크로스’ 등 촌철살인 대사
오만한 권력·비정한 재벌 까발려
2014년 일그러진 한국사회 투영
시청자들 ‘주인공 이겨라’ 응원
‘말도 못하는’ 세상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려면 징계를 감수해야 한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올렸다가 징계를 받을 처지에 몰렸다. 이런 현실을 비판하듯 <에스비에스>의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엘티이(LTE) 뉴스’에서는 이런 대사가 오간다. “다음 소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왜!”라고 하면, 옆에선 이를 말리면서 “민감해~”라고 한다.

말 못하는 현실의 갑갑함을 드라마 대사들이 대신한다. <빅맨>(한국방송2) <골든크로스> (한국방송2) 등의 촌철살인 대사들이 속시원하다. 대사에 귀를 기울이면 2014년 우리 사회가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 드라마일 뿐이라며 넘기기에는 가슴이 알아서 움찔한다.

최근 드라마의 촌철살인 대사들은 권력자들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보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골든크로스>에서 마이클 장은 국무총리, 여당 총재 등을 배출한 한국 최고의 권세가의 김재갑에게 한민은행을 넘겨받는 은밀한 거래를 추진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언론이야 사탕 하나 물려주면 되고, 미개한 국민들이야 언론이 떠드는 대로 믿어버릴 텐데.” 국민이 미개하다니…, 그저 드라마 속 대사일 뿐일까? 한 정치인의 아들은 최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국민 정서가 굉장히 미개하다.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냐”고 썼다. 권력층에게 소시민은 언제나 그들의 발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다. <골든 크로스>에서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 서동하는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강도윤을 살해하려고 계획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를 무는 쥐새끼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거야.”

현실의 폐부를 찌르는 드라마 속 촌철살인 대사들이 화제다. <골든크로스>
현실의 폐부를 찌르는 드라마 속 촌철살인 대사들이 화제다. <골든크로스>

드라마 속 재벌가는 마음만 먹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잔인하고 냉혈하다. <빅맨>에서 재벌가 현성그룹의 강성욱 회장은 심장이 안 좋아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살리려고 고아 출신 김지혁을 차로 치어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뒤 그 심장을 진짜 아들에게 이식하려고 한다. ‘고귀한’ 아들을 살리려면 ‘하찮은’ 시민의 목숨은 아무 것도 아니다. “솔직히 이런 건(유전자) 그쪽에서 맘만 먹으면 조작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지혁의 대사처럼 무시무시하다. <빅맨>의 대사는 한발 더 나아가 그들끼리 물고 뜯는 재벌가의 비정함도 까발린다. “혈육일수록 더 의심하고 경계하죠. 가까울수록 내 등에 칼을 찌를 위험성이 더 커지니까.”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 뒤에 자신의 탐욕을 숨긴 이들에겐 <골든크로스> 마이클 장이 한마디 한다. “세상에서 사악한 것들은 애국이란 이름 뒤에 숨는다.”

현실처럼 힘없는 우리들을 대변하는 대사에 시청자는 울컥한다. <빅맨>에서 지혁은 강성욱 회장의 비리를 입증하는 녹음 파일을 증거로 준비했지만 미라의 목숨을 두고 협박하는 도상호 때문에 모든 죄를 그냥 뒤집어쓴다. “그 사람들 니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거 그냥 삼켜”라는 달숙의 대사에 가슴아팠다는 시청자가 많다. <골든크로스> 서이레도 같은 말을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 나라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피해자를 피의자로 둔갑시킬 수 있는, 그런 자들이 있단 사실을 제가 몰랐습니다.”

<골든 크로스> 강도윤은 소리친다. “제가 세상을 이기는 걸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시청자들은 응원의 글을 게시판 등에 올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신명(‘골든크로스’ 속 대형로펌 이름)공화국”이라며 자신들을 ‘세상’이라고 말하는 그들을, 드라마에서만이라도 이길 수 있기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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