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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드라마 속 연상녀-연하남 나이차 ‘열 손가락’도 모자라

등록 2014-05-12 19:29수정 2014-05-12 22:29

<마녀의 연애>(tvN). 사진 각 방송사 제공
<마녀의 연애>(tvN). 사진 각 방송사 제공
9년전엔 3살 연상도 파격
지금은 14살·20살 차이도 예사
 
여성 나이 들고, 사회적 지위 상승
남성은 재벌서 알바·퀵 배달 하락
“여성시청자 판타지 총족 의도”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2002년 <로망스>(문화방송) 속 김채원(김하늘)은 벚꽃축제에서 첫눈에 반한 최관우(김재원)가 알고 보니 6살이나 어린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며 이렇게 소리쳤다.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의 어려움도 컸지만, 6살 연하와의 연애도 걸렸다. 6살?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정도는 나이 차이도 아니다.

■ 3살→20살 차이 … ‘연상녀만 늙는다’ 2002년 <별을 쏘다>(에스비에스) 이후 연상녀와 연하남의 로맨스는 흔한 소재가 됐는데, 주목할 대목은 둘 사이의 나이 차이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이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MBC)에서 김삼순(김선아)과 현진헌(현빈)은 극중에서 각각 30살과 27살로 3살 차이였다. 2006년 <소문난 칠공주>(한국방송2)의 연하남(극중 24·박해진)과 나설칠(〃 28·이태란)은 4살 차이였다. 2006년 <여우야 뭐하니>(MBC)의 고병희(극중 33·고현정)이 박철수(〃 24·천정명)보다 9살 많았던 게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2010년 들어선 처음으로 10살 차이를 찍었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MBC)의 이신영(〃 34·박진희)과 하민재(〃 24·김범)가 두자릿수 차이의 시작이었다. 2013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도 10살 차이가 났다.

드디어 올해는 열손가락이 모자라게 됐다. 방영 중인 <마녀의 연애>(tvN)의 반지연(극중 39·엄정화)은 윤동하(〃 25·박서준)보다 14살이 많고, <밀회>(JTBC)의 오혜원(극중 40·김희애)과 이선재(〃 20·유아인)는 무려 20살 차이다. <마녀의 연애> 속 반지연이 사랑을 나누려다 윤동하의 나이를 알고 경찰에 잡혀가는 상상을 하며 멈췄을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 않은 나이 차이다.

연하남은 그대로인데 연상녀의 나이만 많아졌다. 2002년 최관우(<로망스>)와 2014년 이선재(<밀회>)는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각자의 상대는 12년 사이 25살(김채원)에서 40살(오혜원)로 15살이나 많아졌다. 20대 중반에서 시작한 연상녀의 나이는 30대 초중반을 거쳐 이젠 30대 후반을 기본으로 40대를 넘본다. 연하남들은 예나 지금이나 20대 중후반이 대부분이다. 2005년 현진헌이 27살, 방영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2>(tvN)의 한기웅이 28살로 그나마 많은 편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MBC). 사진 각 방송사 제공
<내 이름은 김삼순>(MBC). 사진 각 방송사 제공

■ 사회적 지위 높은 연상녀, “내가 먹여 살린다” 드라마 속에서 연상녀들만 늙어가는 이유는 뭘까? 실제로 여성의 초혼 연령이 높아진 것과 연관된다. 201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3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여성의 초혼 연령은 29.6살로 10년 전보다 2.6살이 많아졌다. 남성보다 변화 폭이 크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지난해 4만1400쌍으로 통계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가장 많았는데, 여자가 1~2살 많은 커플이 2만9600쌍, 6~9살 많은 커플도 1900쌍이나 됐다. 나이가 많을수록 어린 남자와 결혼하는 사례도 늘었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혼인실태와 가족주기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20~24살 여성이 연하남과 결혼한 비율은 0.7%에 그쳤지만, 30~34살은 15.6%, 35살 이상은 18.8%로 나타났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드라마 속에서 연상녀와 연하남의 관계도 역전됐다. 이전 드라마에서 연상녀는 ‘그저 그런 노처녀’로 취급받았고, 연하남은 백마탄 왕자였다. 김삼순은 뚱뚱하고 못생긴 노처녀였지만, 현진헌은 재벌집 아들이었다. 연상녀들이 파티시에(제과제빵사), 군인, 3류 잡지사 기자, 방송사 기자, 변호사, 예술재단 기획실장으로 미모와 지위가 성장하는 사이 연하남들은 재벌집 아들에서 아르바이트생, 퀵서비스 배달부로 반대의 그래프를 그렸다. <밀회> 속 오혜원은 이선재를 피아니스트로 키우고, <마녀의 연애> 속 시사주간지 팀장인 반지원은 윤동하를 취재 보조로 두고 부린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명수현 작가는 이런 현상을 두고 “성공한 골드미스들이 많아진 것도 있지만,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려는 의도가 크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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