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랑> 4부 ‘말괄량이 샴쌍둥이’ (6월2일 밤 11시15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안방 찾는 ‘휴먼다큐 사랑’ 시즌9
시설에 사는 뇌성마비 ‘듬직이’
1살때 뇌종양 판정받은 6살 연지
샴쌍둥이 자매의 일상…
“따뜻한 이야기에 희망 가졌으면”
시설에 사는 뇌성마비 ‘듬직이’
1살때 뇌종양 판정받은 6살 연지
샴쌍둥이 자매의 일상…
“따뜻한 이야기에 희망 가졌으면”
2006년 시즌1부터 <휴먼다큐 사랑>(문화방송)을 연출해온 유해진 피디. 그는 2일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힘들어서 한때 (이 프로그램을) 안 하려고 했다”고 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장애, 시한부 등 삶의 특별한 순간에 직면한 이들이 사랑으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매년 4편씩 소개했다. ‘너는 내 운명’ 등을 보며 시청자들은 사랑과 희망을 곱씹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예기치 않은 결말이 감당하기 힘들었던 듯했다.
“2007년 ‘안녕 아빠’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가장이 가족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찍었어요. 임종을 지키던 아이들이 ‘아빠 사랑해’라며 울부짖던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피디들이 편집 과정에서 필름을 여러번 돌려보다 보면 느낌이 줄어드는데, 이 장면만은 몇 번을 봐도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 느낌만큼 후유증도 있어요.” 위암 말기에도 아이들을 위해 풀빵 장사를 하던 ‘풀빵 엄마’(2009년)의 주인공이 방송 이후 2개월여 만에 세상을 떠난 뒤 그도 2009년 프로그램을 놓았다. 그러나 2013년 돌아와 ‘해나의 기적’을 연출했다. 그는 “사랑의 힘,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의 행복을 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사랑의 울림이 올해도 울려 퍼진다. <휴먼다큐 사랑> 시즌9가 6일 시작됐다. 예년과 달리 모두 아이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6일 1부 ‘꽃보다 듬직이’에 이어, 12일 밤 11시15분에는 뇌종양 환자인 6살 연지의 이야기(2부 ‘날아라 연지’)를 내보낸다. 연지는 한살 때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석달을 못 버틴다고 했지만 가족들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제작진은 기적과도 같은 하루를 보내며 오늘에 감사하고 서로를 보듬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3부 ‘수현아 컵짜이 나’(19일 밤 11시15분)는 희귀백혈병 진단을 받은 4살 수현을, 4부 ‘말괄량이 샴쌍둥이’(6월2일 밤 11시15분)는 캐나다에서 사는 샴쌍둥이 자매의 일상을 그린다.
<휴먼다큐 사랑>은 촬영 중 뜻하지 않게 주인공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염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떠난 자와 남겨진 자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암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슴 아프면서도 때론 불편해했다. 그런 의견들이 받아들여진 듯 시즌을 거듭하며 입양 등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의 비중을 늘려갔다. 그럴수록 시청률은 떨어졌다.
유해진 피디는 “시청률을 신경쓰기보다는 반향에 주목한다”고 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2013년 아이 9명을 입양해 친부모보다 더한 사랑을 보여준 ‘붕어빵 가족’이 방영된 이후엔 이 프로그램에 자극받아 젊은 부부 시청자들이 직접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다. 나면서부터 기도가 없어 튜브로 호흡했던 세살배기 해나의 이야기가 나간 뒤에는 해나를 돕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해나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해나처럼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모현 피디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게 하는 게 <휴먼다큐 사랑>을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