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짝’이 리얼리티?… 리얼리티라는 가면을 쓴 ‘쇼’

등록 2014-03-06 19:40수정 2014-03-06 23:09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TV
다큐 영화 <블랙아웃>을 만든 영국의 에바 웨버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다큐는 현실의 개인적 해석이다. 객관성은 없다. 내가 찍어서 뭘 넣을지 선택한다.” <학교란 무엇인가>로 한국방송대상을 받은 정성욱 <교육방송>(EBS) 피디도 비슷하게 말했다. “다큐는 현재의 재창조다.” 정말 객관적인 영상물로 인식되는 다큐멘터리조차 제작자의 주관에 따라 ‘진짜’의 한 단면만 보여준다는 얘기다. 하물며 예능은 오죽할까.

최근 예능의 대세는 단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정글의 법칙>·<오마이베이비>·<짝>(이상 <에스비에스>), <일밤-진짜 사나이>·<일밤-아빠! 어디가?>·<사남일녀>·<나 혼자 산다>(이상 <문화방송>), <슈퍼맨이 돌아왔다>·<마마도>·<인간의 조건>(이상 <한국방송>)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도시의 법칙>(에스비에스)과 <쉐어하우스>(<올리브티브이>) 등 봄 개편을 앞두고 대기 중인 것들도 있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게 있다. 리얼리티 뒤에 지워진, 바로 ‘쇼’라는 단어다. 리얼 예능이라고 하지만 진짜 이름은 ‘리얼리티 쇼’다.

리얼리티 쇼를 지탱하는 힘은 설정과 캐릭터다. 시청자들은 설정된 특정 현실(따지고 보면 가공의 현실이다)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한다. 지금 시대의 생활상에 꿰맞춘, 다큐화된 예능이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은 어렵지 않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출연자의 모든 것을 훑으면서 시청자에게 훔쳐보기의 쾌락을 선사하기도 한다.

캐릭터는 더 중요하다. 출연자 스스로 만들기도 하지만 ‘편집’이라는 무기를 지닌 연출진의 개입도 무시할 수 없다. <꽃보다 ○○> 시리즈의 캐릭터가 더 돋보인 것도 촬영이 끝난 상황에서 캐릭터를 뽑아내 생명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꽃보다 누나>의 김희애가 “여행 한번 갔는데 (제작진이) 캐릭터를 만들어줬고, 그 사람(캐릭터)이 내가 된 게 놀라웠다”며 ‘편집 천재’라는 말을 꺼냈을까. 캐릭터가 잡혀지면 거기에 맞춰 인물을 그리면 된다. 리얼리티 쇼를 대본 없는 현장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일 게다.

그러나 문제 역시 설정과 캐릭터에 있다. 같은 포맷은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진다. 시청률에 목마른 제작진으로서는 의도적 개입이 필요하고,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가학과 피학이 늘수록 시청률은 함께 오른다. 시청자들도 ‘쇼’의 확장에 동조하는 셈이다.

이런 메커니즘이 전형적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리얼리티 쇼에는 혐오스런 음식을 아주 잘 먹거나, 준수한 외모와 달리 털털하거나, 혹은 괴짜 행동을 하는 출연자가 등장한다. 맞춤 캐릭터인 셈이다. 그러나 캐릭터의 과잉은 피로감을 부르고, 식상한 캐릭터는 더 이상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더 강한 캐릭터가 필요하다면? 그때부터 편집의 눈속임이 필요할지 모른다.

리얼리티 쇼는 ‘리얼리티’라는 가면을 쓴 ‘쇼’다. <심장이 뛴다>처럼 리얼리티에 더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도 더러 있지만 대개 ‘쇼’를 지향한다. 미국 등지에서는 리얼리티 쇼에서 ‘리얼리티’라는 말을 빼야 한다는 비판도 많다. <진짜 사나이>를 보고 군대 문화를 착각하거나,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고 육아의 한쪽 면만 보는 등, 시청자들이 리얼리티와 쇼 사이에서 헷갈리기 때문이다.

결국 리얼리티 쇼가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비단 리얼리티 쇼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짝> 여성 출연자의 죽음으로 리얼리티 쇼의 진짜 리얼리티를 봤다면 어불성설일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