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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프로게이머 예능인은 ‘넘버1’…홍진호 “매일매일 신세계”

등록 2014-03-04 19:26수정 2014-03-05 16:49

홍진호. 사진 에이치와이에스(HYS)엔터테인먼트 제공
홍진호. 사진 에이치와이에스(HYS)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요환에 밀려 ‘넘버2’ 꼬리표
“그게 나” 인정하자 홀가분해
예능 프로 나가며 솔직함 발산
“예능 쪽이 게임보다 더 경쟁적
코믹한 캐릭터 내게 딱 맞아요”
그는 숫자 2가 굉장히 싫었다. 프로게이머 시절 ‘테란 황제’ 임요환에게 번번이 깨지며 준우승만 22번 했다. 넘버1의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넘버2의 비애가 지긋지긋할 만도 했다. 하지만 군 제대 뒤 10년 넘게 붙은 꼬리표를 아예 마스코트로 만들어버렸다. “원래 ‘2’는 2인자의 의미가 강했는데, 이젠 ‘2는 나’라는 생각이 강해요.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잖아요.”

은퇴 경기(2011년 6월25일) 2차전을 오후 2시22분에 한 것도,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제닉스 스톰의 감독 취임식을 2월22일(2012년)에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22일에는 팬 22명을 추려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2등이었지만, 준비 과정은 1등이었다”는 자부심이 만들어낸 발상의 전환이다. 게임계를 넘어 방송계의 백조를 꿈꾸는 홍진호(32)를 최근 서울 청담동에 있는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숫자 2를 형상화하면 백조의 모습이 된다”는 말에 그는 활짝 웃었다.

‘방송인’ 홍진호의 현재 모드는 ‘아주 바쁨’이다. 천재적인 수 싸움으로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2013·티브이엔)에서 우승하며 ‘만년 준우승’의 설움에서 벗어나더니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와 <김지윤의 달콤한 19>를 거쳐 지금은 <공유 티브이 좋아요>와 <에스엔엘 코리아> 시즌5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문화방송>(MBC)의 <나 혼자 산다>에도 출연해 혼자 사는 지방 출신 ‘싱글남’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두뇌 싸움이 필요한 프로그램에서는 천재에 가까운 영민함을,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편안함과 솔직함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체감적으로 바빠진 느낌은 있어요. 밖에 나가면 많이 알아봐주시고요. 그래도 아직은 방송이라는 게 굉장히 큰 산처럼 느껴져요.”

19살 때 프로게이머의 길로 들어서 게임단 감독까지 했지만 그의 말처럼 예능에서는 아직까지 초보자 신분이다. 카메라가 익숙하기는 하나 집단 토크를 할 때는 말할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게임 방송 쪽에 가면 경험 많은 베테랑이어서 편안하게 리드하는 입장인데, 예능 방송은 모든 게 리셋 된 뒤 초짜의 입장에서 주위 눈치를 보는 게 있어요. 두 방송이 달라서 누리꾼들이 ‘이중인격’이라고도 말하는데, 환경적으로 어쩔 수 없잖아요. 진짜 예능 방송에서는 매일 신세계를 느끼고 있거든요. 게임 방송은 서로 배려해주는 동질감 같은 게 있는데 예능 쪽은 진짜 경쟁이더라고요.”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3분 스피치> 등의 책도 읽었지만 지금은 덮어버렸다. “말을 잘 못하고 더듬는다고 해서 그게 실수는 아니잖아요. 인위적으로 고치지 않고 그냥 솔직하게만 하려고요.”

‘넘버2’의 이미지와 함께 그를 따라붙는 수식어는 ‘콩’이다. ‘홍’ 발음과 비슷하기도 하고 키도 크지 않은 편이어서 누군가 “콩만한 콩진호”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단다.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지만 홍진호는 특유의 긍정적 태도로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빠서 온라인에서 팬들과 댓글 싸움도 하고 그랬는데 결국에 ‘콩빠’(팬들)와 ‘콩까’(안티팬들)는 하나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애정이 있으니까 까는 거겠다 싶어서요.” ‘콩’이라는 별명 때문에 그의 집에는 팬들에게서 온 콩을 재료로 쓴 음료수가 쌓여 있다. 매일 3~4개씩 들이켜다가 요즘은 자제중이란다.

프로게이머 출신의 예능인은 홍진호가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책임감도 있고 자부심도 크다. “모든 방송은 게임을 기본 전제로 깔고 어떻게 풀어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 후배들에게 미래의 길을 넓혀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인식 자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실패의 두려움이요? 열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잘 안되더라도 체념하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준우승을 많이 해서 그런지 해탈한 듯한 면이 있거든요. <더 지니어스>로 영리하고 똑똑한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사실 남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캐릭터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헤매고 있지만 코믹하고 편안한 캐릭터가 제게는 딱 맞거든요.” ‘2의 사나이’ 홍진호의 또다른 도전이 막 시작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에이치와이에스(HYS)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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