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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규혁 마지막 경기때 울컥…3∼4초간 말 안나와 사고날 뻔”

등록 2014-02-18 19:22수정 2014-02-19 08:48

김성주(42)
김성주(42)
MBC 스포츠 메인중계 김성주

호동이형 이겨야겠다고 오기
이상화 작전 힌트 얻고 준비
결승선 통과하자마자 쏟아냈죠
전쟁터 같지만 평창도 욕심나
김연아 중계포인트는 감동 전달
17일 밤 <문화방송>(MBC) 여의도 방송센터에서 만난 김성주(42)는 여전히 목이 쉬어 있었다. 처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이승훈 경기를 중계할 때도 목이 잠겨 있었다. “출국 전부터 몸이 안 좋아 녹화 중간에 병원에서 링거도 맞고 그랬어요. 국가대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현장에 일찍 가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아빠! 어디 가?>(문화방송) 녹화로 15일 잠시 귀국했던 김성주는 18일 오전 다시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로 떠났다. 애초 스피드스케이팅 중계만 하기로 했지만,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까지 맡으면서 일정이 꼬였다. “<아빠! 어디 가?>는 아이들과의 약속이잖아요. 민율이도 2주에 1번 가는 걸로 알고 있어서 힘들더라도 약속을 지켜야겠더라고요.”

2007년 문화방송을 퇴사해 프리랜서가 된 김성주는 2012 런던올림픽 때처럼 “용병 신분으로” 중계 부스에 앉았다. 당시에는 메인 캐스터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문화방송의 소치올림픽 중계 간판이 됐다. 1997년부터 스포츠 중계를 한 터라 어색함은 없으나 부담은 있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용병들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비난의 화살을 받는 것처럼 시청률이 잘 안 나올 때는 제 탓인 것 같아요.”

목이 잠긴 상태로 중계한 8일 이승훈 경기 시청률(13.0%)은 <에스비에스>(SBS·13.5%)에 약간 뒤졌다. 이틀 뒤 이상화 500m 경기(18.6%)는 <한국방송>(KBS·16.1%)에 앞서 체면을 살렸다. 이상화 경기에선 강호동과 입담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이승훈 중계 지고 나니 자존심이 상했어요. 준비를 많이 했는데 개인 관리 못해서 진 거잖아요.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를 모니터하는데 호동이 형이 하는 한국방송 중계만 보게 되더라고요. 또 바로 옆 한국방송 부스는 북적북적한데 우리는 달랑 엔지니어와 저, 해설위원 세 명밖에 없어 초라해 보이기도 했고요. 더 오기가 생겼고, 호동이 형을 이겨야겠다고 생각했죠.”

김성주는 이상화 경기 때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먼저 치고 나가는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이상화 금메달” “올림픽 신기록” “올림픽 2연패”라는 말을 쏟아냈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했다. “손세원 해설위원과 친분이 두터운 이규혁이 대표팀 작전에 대한 힌트를 줬어요. 코스 체인지 때 인코스 선수를 앞질러 갈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작전대로 확 질러 가더라고요. 기록 같은 것은 결승선 통과 때 바로 터뜨려줘야 해요. 2~3초 뒤면 늦죠.” 김성주는 모태범의 1000m 중계(17.1%)도 에스비에스(14.9%)에 판정승을 거뒀다.

“캐스터는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지만 이규혁의 마지막 1000m 질주 때는 달랐다. 그를 지도했던 손세원 해설위원이 눈물을 훔치자 덩달아 가슴에서 뜨거운 게 올라왔다. “이규혁 선수가 전날 울었다고 해요. 경기를 마치고 중계석 쪽으로 오는데 손 해설위원이 눈물을 닦는 거예요.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3~4초간 말을 못 했는데, 에스비에스에서 계속 중계하는 것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죠. 제일 오래 ‘블랭크’되는 순간이었어요.”

이제 가장 중요한 중계 대전이 남았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20~21일 새벽)은 지상파 3사가 동시 생중계한다. “피겨를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대중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체전 때 현지에서 리프니츠카야의 롱에지(잘못된 날로 뛰는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수십번 화면을 봐도 전 모르겠더라고요. 정재은 해설위원이 국제빙상경기연맹 심판 출신이라 기술적인 것은 많이 도움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연아 선수가 살아 있는 전설이 될 순간이기 때문에 그 순간의 감동을 전달한다는 책임감으로 임할 겁니다.”

현장 분위기가 불리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러시아가 단체전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 것을 봐서 더 그렇다. “워낙 실력 차이가 많이 나 실력대로만 하면 김연아 선수가 우승할 것 같아요. 하지만 홈그라운드여서 리프니츠카야의 예술점수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프리스케이팅 때 <쉰들러 리스트> 주제곡으로 연기하는데, 유럽 사람들 정서를 건드리는 게 있더라고요. 정 해설위원도 ‘점수가 과한 부분이 있다’ ‘리프니츠카야의 롱에지를 안 잡아주면 곤란할 것 같다’고 하고요.”

예능에서 활약하지만 그는 스포츠 중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평창올림픽 중계도 욕심내는 이유다. “슈퍼스타를 현장에서 보는 것은 축복이라 생각해요. 스포츠 캐스터로 선택받는다면 손해가 있더라도 어디든 따라가고 싶은 욕심이 강합니다. 중계 부스는 전쟁터 같지만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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