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볼까
손발을 마구 움직여도 좋다. 휴대전화 사용도 ‘오케이’다. 우걱우걱 음식을 소리내 먹어도 괜찮다. 영화관에서는 내쫓길 만한 행동이지만 내 집 안방이라면 다르다. 설 연휴에도 방송사들은 푸짐한 상을 차렸다.
주의할 점은 단 하나. 캐릭터를 헷갈리면 안 된다. <도둑들>의 줄 타는 도둑 전지현과 <베를린>의 북한 통역사 전지현, <7번방의 선물>의 ‘바보’ 류승룡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도승지 류승룡, <타워>의 소방대장 설경구와 <감시자들>의 형사반장 설경구는 엄연히 다른 인물이다.
영화 속 ‘별그대’
<별에서 온 그대>(에스비에스)의 전지현·김수현이 영화로 안방에 인사한다. 예니콜(전지현)과 잠파노(김수현)로 분한 <도둑들>(에스비에스·2월1일 밤 11시15분)에서 둘은 찰떡 호흡을 보여준다. 김수현이 간첩으로 출연하는 2013년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스비에스·30일 저녁 8시40분)도 볼 수 있다. 늘 실실 웃는 바보부터 냉철한 눈빛의 북한 최고 엘리트 요원 연기까지 김수현의 원맨쇼가 펼쳐진다.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 김성균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베를린>(문화방송·30일 밤 11시15분)에서는 전지현의 청초한 모습이 빛난다. 하정우가 ‘먹방(먹는 방송)의 신’인 이유도 알 수 있다.
‘천만’의 느낌은?
<도둑들>은 2012년 관객 1298만명을 모은 대작이다. <아바타>(1330만명)에 이어 역대 상영작 2위(영화진흥위원회 기준)다. 그렇다면 3·4위는? <7번방의 선물>(1281만명·2013년)과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명·2012년)다. 두 영화도 안방을 찾아온다.
<7번방의 선물>(한국방송2·31일 저녁 8시30분)은 6살 지능의 용구(류승룡)가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뒤, 혼자 남겨진 딸 예승(갈소원)을 교도소로 데려오기 위한 7번방 죄수들의 분투기다. <광해, 왕이 된 남자>(한국방송2·31일 낮 12시10분)에서는 이병헌의 1인2역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의 향연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 코믹스의 슈퍼 영웅들이 총집합한 <어벤져스>(2012년)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에서 2월1일 밤 9시15분에 방영된다. 주인공들이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똘똘 뭉쳐 지구를 구한다는 뻔한 내용이지만, 영웅 종합 선물세트 같은 내용으로 눈요기는 쏠쏠하다. 설경구와 손예진이 주연한 재난영화 <타워>(에스비에스·31일 밤 10시)는 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초고층 빌딩에 난 ‘불’과의 사투를 다뤘다. 반면 김명민 주연의 <연가시>(한국방송2·30일 밤 0시30분)는 사람들을 ‘물’로 이끄는 기생충과의 싸움을 그린다. 교육방송은 31일부터 2월2일까지 디지털 작업을 거쳐 재탄생한 공상과학영화의 최고봉 <스타워즈> 시리즈 전편을 방영한다.
이소룡 대 성룡
홍콩 영화도 빠지지 않는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지난해 재개봉된 이소룡 주연의 1972년작 <정무문>(한국방송1·30일 밤 11시40분)이 새 옷을 입고 찾아오고, 케이블 채널씨지브이는 성룡 주연의 <차이니즈 조디악>(30일 밤 10시)을 방영한다. <용형호제> 최신판으로 권상우도 출연했다. 수퍼액션은 30일부터 2월2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홍콩 액션영화 특집을 내보낸다. <신강시선생> <취권> <도학위룡> <풍운> 등 추억의 홍콩 영화를 볼 수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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