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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스타들의 SNS, 소통과 낭비 사이

등록 2014-01-16 19:36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TV
지난해 말, 중학교 동창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네이버 ‘밴드’ 초대였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에는 나름대로 신념이 있어 가입을 안 했더랬다. 일상의 공유를 굳이 타인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타인에 대한 일종의 선 긋기라고나 할까. “에스엔에스는 시간 낭비”라는 앨릭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감독의 말에 일견 수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밴드에는 ‘일단’ 가입했다. 20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중학교 동창들의 현재가 궁금했다.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첫 인사.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한참 문자 수다를 떨었다. 그 와중에 일일호프 얘기가 나왔다. 형편이 좋지 않은 한 동창의 한살, 세살 아이 둘이 모두 희소병으로 투병중이었고 동창들은 일일호프 행사를 통해 그를 도우려 하고 있었다. 서울·울산·제주 등 각각 다른 공간에 흩어져 살지만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며 행사를 기획하고, 합심해서 티켓을 팔고, 열정적으로 모금을 독려하는 모습에서 에스엔에스의 다른 면을 봤다. 공유의 따뜻함이랄까.

최근 방송가 안팎에서는 에스엔에스와 관련된 구설이 많았다. 검찰의 연예인 ‘성 접대’ 수사와 관련해 연예인 명단이 에스엔에스상에서 떠돌면서 애꿎은 여자 연예인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이들 중 일부는 허위 사실 유포자를 고소하기도 했지만, 처벌만으로 가슴속 생채기를 전부 치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 남자 아이돌 가수와 유닛 그룹으로 활동중인 여자 아이돌 가수와 관련된 임신설이 유포되기도 했다.

근거 0%의 루머라 해도 에스엔에스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동시다발적으로 입길에 오르면 자연스레 ‘혹시’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부지깽이(에스엔에스)로 아궁이를 쑤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를 내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불특정 다수에 의한 ‘공유’의 위험성 때문일까? 카이스트에서는 에스엔에스 루머의 진위를 가려내는 기술까지 개발됐다고 한다.

일상 혹은 생각의 공유가 만드는 덫은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소속사에 대한 비난의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내렸고, 한 개그우먼은 행사에 제때 도착하려고 구급차를 타고 가는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에스엔에스에 올린 글로 촉발된 구설에 한 스포츠 아나운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에스엔에스에 올리는 글을 일기라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순진한 발상도 없을 것이다. ‘소통’과 ‘공유’라는 그럴듯한 포장은 하지만 점점 허세나 과시로 기울기 쉬운 것도 문제다. 불통을 위한 소통, 일방통행형 소통이라고나 할까.

이틀 전, 친분 있는 유명 야구 선수에게 받은 친필 사인 방망이와 한 프로야구단에서 받은 선수 사인 공들을 제주도 동창에게 보냈다. 경매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이 많지는 않겠지만, 여린 몸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조금이나마 선물하고팠다. 다행히 동창들이 부지런히 뛴 덕에 일일호프 티켓 3000장은 일찍이 ‘완판’됐고, 티켓 판매금과 후원금으로 4200만원 이상의 거금이 모였다. 에스엔에스를 통한 작은 기적이라고 하겠다.

퍼거슨의 말처럼 에스엔에스는 시간의 낭비이고, 에스엔에스를 할 시간에 책을 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은 이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소모적일 수도 건설적일 수도 있다. 어쩌면 에스엔에스를 하는 것이 시간의 낭비가 아니라, 시간의 낭비를 에스엔에스에서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유’의 의미를 곱씹어볼 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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